기술이라는 강력한 도구, 다수를 위해 써야 한다
기술이라는 강력한 도구, 다수를 위해 써야 한다
한겨레 2017-01-03 10:36
[한겨레] 새해기획-4차 산업혁명
인간혁명의 갈림길 ① 인간 노동 존중 않는 혁명은 실패한다
‘제2의 기계시대’ 쓴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 인터뷰
“파괴적 혁신에 맞설 지식 공유·교육 개혁 시급”
에릭 브린욜프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 브린욜프슨 제공
10년 전 이 세상에는 스마트폰이 없었다. 개인정보단말기(PDA)와 같은 원시적인 기기는 있었지만, 아이폰이라는 혁신적 기기가 등장한 것은 2007년 1월9일이었다. 페이스북은 2004년에 등장했지만, 대중이 즐겨 찾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이었다. 드론,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3D 프린터, 빅데이터 등도 10년 사이에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냈고, 일부는 우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에릭 브린욜프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은 지난 10년보다 더 파괴적(disruptive)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파괴적’이라는 말은 보통 ‘혁신’과 함께, 신기술이 기존 거대 산업을 뒤흔들 때 쓰인다. 하지만 앞으로 10년은 신기술이 우리까지 뒤흔들어 놓을지 모른다. 2014년 펴낸 책 <제2의 기계시대>로 기술시대 양극화의 위험을 미리 예견했던 브린욜프슨 교수는 인터뷰에서 “앞으로 새로운 방식의 부의 창출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그 부가 소수가 아닌 다수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9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전자우편으로 진행했다.
-<제2의 기계시대>가 출간된 지 2년이 흘렀다. 그사이 중요한 기술 진보가 있다면 무엇인가?
“두 가지가 두드러진다. 첫째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이다. (기계) 시스템은 이제 통계적인 기법을 이용해서 특별히 프로그램이 되어 있지 않아도 어떻게 업무를 완수하는지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둘째는 심층 신경망 기술이다. 기술 자체는 수십년이 됐는데, 빨라진 컴퓨터와 어마어마한 양의 디지털 정보 덕분에 비로소 제대로 훈련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 인공지능 영역의 두 가지 기술은 인터넷 검색, 온라인 광고, 회계부정 적발에서 이미 쓰이고 있고, 나는 앞으로 더욱 널리 쓰이리라 확신한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이슈였다. 당신도 지금이 산업혁명기라고 보는가?
“그렇다. 모든 산업에서 더욱 활발해진 디지털화에 더불어, 인공지능의 진보는 앞서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부의 창출, 의료의 발전 그리고 일의 성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진료 화상 기록이나 병을 진단하는 영역에서 의사를 돕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진료비는 떨어지고 품질은 높아지며, 좀더 많은 사람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발전의 혜택은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책에서 기술이 수많은 소비자에게는 득이 되지만 다수의 일자리를 빼앗고 기술을 개발한 소수에게만 큰 부를 안겨주는 현실을 우려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도 자동화 기술의 충격으로 인한 미국 중산층 노동자의 고용 불안에서 비롯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기술의 사회정치적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의 실물 경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상당히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중위소득은 정체를 보였다(중위소득이란 사람들을 소득에 따라 한 줄로 세워 놓았을 때 가운데 선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경제가 성장했는데 중위소득은 그대로라는 말은 소득 상위의 사람들만 더 부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약 절반의 미국인은 이런 건실한 경제 성장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 즉, 사람들이 매우 화가 나 정치적 변화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2의 기계시대에서 구성원들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사회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요구된다. 첫째는 공유 기술과 교육을 통해 개인이 성장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공동 번영(shared prosperity)을 증진하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공유 기술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누구나 무엇이든 학습할 수 있는 현실을 예로 들 수 있다. 공동 번영은 기존의 부를 나누기보다 저소득층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촉진하는 정책을 뜻한다. 브린욜프슨 교수는 공동 번영 촉진책으로 “교육을 개혁해 사람들이 창조성과 리더십이나 공감, 팀워크와 같이 사람을 상대로 한 기술을 익히도록 북돋고, 창업 장벽을 낮춰 기업가 정신을 높이며, 노동자에게 유리하도록 세금 체계를 다시 짜는 것”을 들었다.
-한국이 그런 나라로 나아가는 데 조언을 해준다면?
“교육 시스템에 꾸준히 투자하라. 인터넷 통신과 로봇 기술에도 투자를 게을리하지 마라. 그리고 성장의 혜택이 널리 공유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상위 1%에게만 흘러가도록 하지 마라. 명심하라. 기술은 강력하지만,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소수가 아닌 다수가 그 혜택을 누리도록 그 도구를 쓸 수 있고,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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