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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세포와 피를 젊게 되돌려 드립니다... 현대판 ‘불로초’ 전쟁

2023.10.11 | 조회 126

늙은 세포와 피를 젊게 되돌려 드립니다... 현대판 ‘불로초’ 전쟁


[Cover Story] 베이조스 등 억만장자 투자 줄 잇는 ‘회춘 산업’


조선경제 2023.09.07. 




미국인 사업가 브라이언 존슨(46)은 2013년 ‘브레인트리’라는 자신의 온라인 결제 플랫폼 회사를 이베이에 팔았다. 매각 규모는 8억달러(약 1조500억원)였다. 돈방석에 앉은 브라이언은 인생의 다른 목표를 세웠다. 바로 ‘회춘(回春)’이다. 자신의 몸을 18세처럼 되돌리겠다며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브라이언은 매년 200만달러(약 26억원)를 들여 의료진 30여 명의 특별한 점검을 받는다. 매일 의료진이 정해주는 채식 위주 식단에 따라 1777칼로리에 해당하는 음식을 먹는다. 복용하는 영양 보충제만도 60종이다. 매일 체중·혈당, 심박 수를 측정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초음파와 MRI를 찍고, 혈액·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열일곱 살짜리 아들의 피를 1L가량 뽑아 자기 몸에 수혈했다. 효과는 제법 있다. 현재 브라이언의 심장 나이는 37세, 피부 나이는 28세, 구강 건강은 17세, 폐활량과 체력은 18세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자기 나이보다 5.1세 젊게 살고 있다.




인간이 불로장생을 꿈꾼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우유로 목욕했고, 중국의 진시황은 ‘불로초(不老草)’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현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처럼 늙지 않겠다며 회춘 기술 개발에 거액을 투자하는 억만장자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영생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발판으로 전 세계에서 회춘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늙은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생명공학 기술, 새로운 장기를 이식해 젊게 살아갈 수 있는 의료 기술은 물론이고 먹는 음식을 바꿔 젊음을 되찾아주겠다는 비즈니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장수(長壽) 산업 컨설팅 회사 롱제비티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장수 연구에 투자한 금액은 52억달러(약 6조900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회춘에 관심이 커지면서 노인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을 말하는 ‘에이지테크(AgeTech)’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에이지테크도 광범위한 개념으로는 회춘을 위한 기술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나 인공지능(AI), 신소재와 같은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계 에이지테크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2조7000억달러(약 35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벤처캐피털 포젠벤처스).


◇세포와 혈액을 젊게 되돌려라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는 분야는 세포다. 신체의 늙은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재(再)프로그래밍’ 기술 개발에 많은 두뇌와 기업이 뛰어들었다. 대표적 인물이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iPS세포연구소장이다. 그는 2006년 쥐를 대상으로 피부 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 조절 인자(일명 야마나카 인자)를 주입해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세포(배아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재프로그래밍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미국의 소크연구소는 2016년 야마나카 인자를 조로증(빨리 늙는 병)에 걸린 쥐에게 주입했다. 이를 통해 쥐를 회춘시키고 수명을 3분의 1 연장했다. 올해 들어서는 하버드대 의대 블라바트니크연구소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팀이 늙은 쥐의 뇌·근육·신장 세포에 야마나카 인자 가운데 세 가지 혼합물을 투여해 늙기 이전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늙은 쥐는 시력과 뇌 능력을 되찾았을 뿐 아니라 근육과 신장 조직도 더 건강해졌다. 이런 세포를 활용한 노화 방지 기술을 인체에도 적용하기 위한 시도가 앞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앨토스랩’이라는 항(抗)노화 바이오 기업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020년 설립된 앨토스랩은 장기와 세포의 생체 시계를 되돌려 회춘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이 회사는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스타 학자들을 1인당 연봉 최고 100만달러를 주고 영입해 화제가 됐다. 이 회사에 몰려든 투자금은 4조원에 육박한다. 지난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앨토스랩 강연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때 강연한 이즈피수아 벨몬테 교수는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해 “늙은 생쥐를 젊어지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른바 회춘 기술자다. 앨토스랩이 베이조스의 기대대로 회춘 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늙은 피를 젊은 피로 대체해 젊음을 찾는다는 목표를 내건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17년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65세 이상 치매 환자 18명에게 젊은 사람의 혈액에서 추출한 혈장(혈액에서 혈구를 제외한 액체)을 투여했더니 치매 증상이 완화됐다. 젊은 피 수혈을 연구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생명공학 회사 앨커헤스트는 2017년 알츠하이머병 환자 18명에게 1주 1회 총 4주에 걸쳐 주입하는 방식으로 젊은 피를 투여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일상생활을 약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혈액을 이용한 회춘 시도가 무리 없이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벤처 기업 ‘암브로시아’는 지난 2018년 10~20대의 피를 35세 이상 성인에게 수혈하는 사업을 벌였다. 가격은 혈장 2L에 1만2000달러(약 1500만원)였다. 돈 많은 미국 중년 남녀가 주된 고객이었다. 그러나 암브로시아에서 젊은 피를 수혈받은 60대 고객 한 명이 몇 달 만에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젊은 피 수혈이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고, 암브로시아는 1년도 되지 않아 사업을 중단했다.


◇연골에 줄기세포 넣은 젊은 관절


영생을 위해 세포와 혈액만 연구하는 건 아니다. 관절, 유전자, 장기(臟器) 연구로 불치병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로 연골을 회춘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진척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골관절염(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닳아 없어져 뼈와 인대 등에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현재는 인공 관절로 교체하는 수술로 치료하지만, 수술 대신 줄기세포를 연골에 주입하는 치료 방식 개발에 국내외 업체들이 뛰어들었다. 국내 업체 입셀은 2년 전 돼지•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찢어진 연골에 줄기세포 치료제를 주입했더니 30% 이상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입셀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시험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해놨다”고 말했다. 미국도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설립된 ‘아르파헬스(보건첨단연구계획국)’가 처음으로 지원할 신약 분야로 ‘골관절염’을 선정할 정도로 관심이 크다.


요즘은 ‘유전자 가위’라고 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도 젊음을 되찾아줄 유망한 기술로 꼽힌다. 병을 가져오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새것으로 교체해 유전성 암이나 희소 질환을 극복하려는 기술이다. 스위스 바이오 기업 ‘크리스퍼 세러퓨틱스’와 미국 제약사 ‘버텍스’는 희소 유전성 빈혈 치료제인 ‘엑사셀’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지난 4월 FDA에 시판 허가를 신청했는데, 시판에 성공한다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세계 최초 약이 된다. 다만 엑사셀 가격이 최고 600만달러(약 79억원)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돼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인공 장기로 젊음을 찾아주겠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병에 걸린 장기나 조직을 새것으로 바꿔주겠다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방식은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로 제작하는 세포 기반 장기다. 세포가 들어 있는 하이드로겔(바이오 잉크)을 3D 프린터에 넣어 인공 간이나 혈관, 심장 등을 주조해낸다. 미국의 인공 장기 프린팅 기업 ‘오가노보’가 제작한 인공 간이나 인공 혈관은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현대판 불로초’ 연구도 본격화


약물이나 음식으로 젊어진다는 이른바 ‘현대판 불로초’를 찾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세놀리틱스’가 대표적이다. 세놀리틱스는 몸에 축적되는 노화 세포를 제거해 늙지 않도록 저지하는 약물을 의미한다.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이 투자한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포함해 20여 업체가 개발 중이다. 아직은 연구 초기 단계지만 현실화되면 수명을 연장하고 노인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메트포르민이라는 당뇨병 치료제도 불로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이 약이 치매나 심혈관 질환, 암, 노쇠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미국 의료 센터 14곳은 2016년부터 당뇨병이 없는 65~79세 노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뒤 추적해 실제 항노화 기능이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음식을 통해 회춘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 오키나와, 그리스 이카리아,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등 세계적으로 100세 이상의 장수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을 말하는 이른바 ‘블루존’ 주민들이 실제로 많이 먹는 음식을 가공해 개발하는 비즈니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인 현대그린푸드는 2021년 ‘블루존 건강 식단’을 출시했다. 전 세계 장수 마을 주민의 식습관을 파악하기 위해 현지를 직접 찾고, 문헌을 수집해 지중해식 병아리콩 커리, 일본식 가지 돼지고기 덮밥과 계란찜 등 장수 음식 23종을 개발했다. 올해 7월까지 매출은 2021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는데, 팔려나간 음식의 70%는 30·40대가 구매했다고 한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오래 살고자 더 많이 노력한다”고 말했다.


◇베이조스·빈살만 회춘에 거액 베팅


회춘 산업은 억만장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을 세운 억만장자 가운데 일부는 회춘 산업을 떠받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적극적이다. 특히,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회춘 기술에 매료된 인물이다. 그는 2016년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과 함께 생명 연장 회사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에 투자했고, 2020년에는 러시아 출신 억만장자 투자자 유리 밀너와 함께 앨토스랩에 약 3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2013년 일찌감치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자회사로 ‘칼리코’라는 생명공학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오러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도 노화 방지를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4억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생물학자 로완 후퍼는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노화 역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라고 본다”고 했다.


미국의 갑부뿐 아니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자신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헤볼루션재단’을 통해 노화 방지 연구를 하는 기업이나 과학자들에게 매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단 노화 방지 기술을 연구하는 미국 대학과 스타트업에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다.


◇일론 머스크는 회춘에 시큰둥


억만장자 중에서도 회춘 산업에 회의적인 이들도 있다.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우주여행을 비롯해 갖가지 미래 사업에 돈을 쏟아부었지만, 유독 회춘 산업에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이유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머스크는 “사람들이 너무 오래 살거나 죽지 않으면 낡은 생각에 갇히게 되고 사회는 진보하지 못한다”고 했다.


과학적으로도 회춘 산업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있다. 줄기세포 전문가인 콘라드 호헤들링거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과도하게 해석해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동물 실험으로 얻은 결과에 대한 신빙성 있는 기준이 없고, 자칫 인간에게 적용하다가 인간의 생체 조직이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게 이유다.


생물학적으로 회춘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14국 42기관 연구진은 190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 인간 집단 9곳과 야생동물 17종, 동물원 동물 13종 등 영장류 30종의 출생·사망 패턴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것은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사망률이 줄어든 결과일 뿐이며 노화가 늦춰진 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노년기에 죽음을 향한 궤적은 변하지 않았다. 의학적 발전이 생물학적 제약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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