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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찍는 중국, 쇠퇴기 맞기 전 10년이 국제질서에 가장 위험”

2021.09.27 | 조회 49

“정점 찍는 중국, 쇠퇴기 맞기 전 10년이 국제질서에 가장 위험”


조선일보 2021.09.27 17:21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역사학자인 투키디데스는 신흥 강국 아테네와 패권국 스파르타 간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기술(記述)하면서 “아테네의 파워가 점점 커지면서 스파르타는 놀라게 되고 결국 전쟁은 불가피했다”고 했다. 하버드대의 정치학자인 그레이엄 앨리슨은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라고 불렀다. 이후 미국에선 “패권국(hegemon) 미국은 이런 ‘권력 이양기’에 떠오르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운신(運身)할 수 있는 폭을 좀 더 허용해 전쟁의 위험성을 낮춰야 한다”는 류의 조언이 많았다. 심지어 시진핑 중국 주석도 같은 주장을 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 21일 제76차 유엔 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전 세계는 평화로운 발전을 위해 서로 다른 문명을 존중하고 현대화로 나아가는 다양한 길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그러나 존스홉킨스대의 국제정치학자인 할 브랜즈 석좌 교수와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 정치학 교수는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쇠퇴하는(a declining power) 중국이 문제’라는 제목의 글에서 “투키디데스 함정 이론은 실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을 정확히 설명하지도 않았고, 발전 궤적에서 이미 정점을 찍고(peaking) 있으며 곧 수그러들 위기에 처한 중국의 현 위치도 잘못 진단했다”고 주장했다.


두 학자는 “강대국들 간 전쟁은 더 이상 발전‧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신흥국이 ‘도전의 창(窓)’이 닫히기 전에 패권국에 덤비면서 일어난다”며 “1914년 1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이나 1941년 무모한 줄 알면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 지금의 중국이 모두 같은 처지”라고 밝혔다.


즉, 신흥 강대국은 파워가 계속 확장할 때에는 중국 덩사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른다)’처럼 패권국에 맞먹을 수 있을 때까지 ‘대결’을 미룬다. 그러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패권국과 동맹 세력에 포위되고 쇠퇴기를 앞둔 시점에 이르면, 신흥 강대국은 더 늦기 전에, 현재 움켜쥘 수 있는 것을 확보하려 들어 ‘전쟁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연구의 거장이었던 도널드 케이건 전 예일대 교수(지난 8월 사망)가 보였듯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도 신흥(新興)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해군력 경쟁에서 밀리는 것을 두려워해 전쟁 발발 수년 전부터 (패권국) 스파르타에 공격적인 행동을 되풀이했다.


브랜즈와 베클리 두 교수는 “현재 미국이 우려해야 하는 것은 수퍼파워를 꿈꿨지만 정점을 찍어 국가적 야망과 국민적 기대를 더 이상 맞추지 못하면서도, 쇠퇴의 고통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 중국, 인구 구조‧생산성‧자원 접근성‧적대적 동맹 결성 등에서 모두 불리해져


중국의 국방력은 미 국방부 자체 평가에서도 ‘서태평양에서 미국과 싸워 이길 확률이 크다’고 나온다. 당연히 중국은 수퍼파워의 꿈을 공공연히 드러낸다. 그러나 두 교수는 중국이 이토록 대담한 야망을 품게 했던 동력(動力)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1970년대~2000년대 초 중국은 식량‧식수‧에너지 자원에서 거의 자급자족 국가였다. 또 노동연령층 10명이 65세 이상 1명을 먹여 살리는 이상적인 인구 구조였다. 주요 선진국 경제에서 이 비율이 5대1에 가깝다.


그러나 2000년대 말부터 이 동력은 멈추거나 역전됐다. 2050년이 되면, 노동연령층 인구 2,3명이 65세 이상 1명을 부양하게 된다. 유엔 추정에 따르면, 2040년 중국의 중간 연령(median)는 46.3세로, 미국(41.6세)보다 높다.


싱가포르 DBS 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같은 단위의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양(量)도 2000년 초에 비해 2017년엔 3배가 됐다. 미 민간 경제기구인 컨퍼런스보드가 산출하는 총요소생산성(TFP)은 2008~2019년 매년 1.3% 하락했다. 더 많은 양을 투입해, 더 적은 양을 생산한다는 얘기다.


시진핑이 ‘굴기(崛起‧산처럼 우뚝 솟구쳐 일어섬)하는 ‘중국몽(中國夢)’이 실현된다는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이 되면 2억 명의 노동연령층 인구가 사라진다. 의료‧사회보장 비용은 지금의 GDP 대비 10%에서 30%가 된다.


현재 중국의 GDP는 미국의 70%이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이미 미국을 앞지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은 10년 전부터 김이 빠져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도 2007년 14% 성장에서 2019년엔 6%가 됐다. 미국의 엄격한 잣대로 따지면, 이는 2%에 보다 가깝다고 한다. 그나마 이 성장의 대부분은 정부 투자다. 중국의 빚은 이미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전체 GDP의 300%가 됐다.


중국은 위구르족 인권유린‧학살, 홍콩 민주화 탄압으로 인해, 1989년 천안문 유혈 진압 이래 최악의 국제적 여론을 맞고 있다. 이미 10여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GBR) 프로젝트에서 떨어져 나갔고, 미국은 화웨이와 같은 중국의 테크기업에 대해 전세계적인 ‘옥죄기’를 펼쳐 위력을 보였다. 또 해양에서 미국 주도로 쿼드‧오커스(AUKUS)가 결성된 것 외에도, 유럽연합(EU)과 영국도 중국을 “체제적 경쟁자”로 규정하며, 수시로 남중국해로 전함과 항모를 보낸다. 게다가 시진핑의 권위주의 독재 노선과 정치적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기업의 창의성이 약해지고 중국 테크기업들의 주가총액은 1조 달러(약1100조 원)가 사라졌다.


두 학자는 “물론 중국을 겨냥한 국가 간 협력은 불완전하지만, 여러 국가가 힘을 합쳐 중국의 힘을 억제하고, 전략적 코너로 밀어 넣으려는 전반적인 추세는 분명하다”며 “중국은 ‘기회의 창’이 곧 닫힐 운명을 맞고 있는 수세에 몰린 강대국”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앞으로 10년간의 중국을 가장 주의해야”


브랜즈와 베클리 교수는 “역사적으로 (패권국에 도전했던) 다른 강대국들의 예를 보더라도, 정점을 찍는 중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자신의 운(運)이 사라지기 전에 그토록 원했던 전략적 성취물을 얻기 위해 더 대담하고 심지어 더 변덕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이 1930년대, 1940년대 초 일본처럼 아시아에서 전면적인 무력 사용을 하지는 않겠지만, 주요 전략적 고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더 큰 위험과 긴장을 추구할 수 있다”며 “미국은 그동안 떠오르는 중국과 맞서야 했지만, 이제는 쇠퇴하는 중국이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클레어몬트 메케나 대학의 중국 전문가인 민신 페이 교수도 8월말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초청 기고문에서 “중국이 2020년대까지는 미국과의 격차를 계속 줄이겠지만, 2030년대 들어 둔화돼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며 “따라서 앞으로 10년이 가장 격동적(most volatile)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석좌교수인 라이언 하스도 지난 3월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냉전 시절 제임스 슐레징거 미 국방장관은 소련을 막강한 힘과 지식을 지닌 ‘10피트(3.3m)짜리 거인’인 양 과대평가해서 잘못된 정책을 범하는 실수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며 “중국에 대해서도 강점만 주목하고 약점을 고려하지 않는 ‘10피트 거인’으로 봤다가는 불필요한 우려와 불안감, 과도한 대응, 미국의 경쟁력조차 갉아먹는 잘못된 결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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