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개벽뉴스

장수풍뎅이굼벵이가 곧 식탁에 오른다

2014.11.10 | 조회 10146

영화 <설국열차>에 바퀴벌레로 만든 식품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빙하기를 맞은 지구에서 17년째 무한궤도를 달리는 열차에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은 곤충 덕이라는 설정이다. 이 장면을 본 관람객들은 기겁하겠지만, 과거에는 곤충을 먹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다. <동의보감>에는 매미·메뚜기·풍뎅이·꿀벌 등 식용이 가능한 곤충 95종류와 효능이 기록돼 있다. 선조들은 메뚜기·매미·딱정벌레·애벌레·물방개 등 곤충을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한 구황식품으로도 이용했다. 지금도 일부는 메뚜기와 번데기를 간식으로 즐긴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매일 곤충을 먹는 세계 인구는 25억명에 이른다.


곤충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중국·태국·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멕시코 등이다. 중국에서 전갈 튀김은 고급 요리에 속하고, 귀뚜라미는 태국의 별미로 꼽힌다. 누에 번데기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식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는 간장과 설탕으로 조리한 말벌의 애벌레 요리가 있고, 곤충을 올린 초밥도 있다.

          

엽기 요리 정도로 여겨졌던 곤충 식품이 최근 일반식으로 퍼지면서 식용 곤충 산업이 형성되고 있다. 세계 금융과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 맨해튼에는 3~4개 정도의 곤충 식당이 성업 중이다. 뉴욕 소호 거리의 한 식당에서는 귀뚜라미가 들어간 요리가 인기 메뉴다. 빵 위에 귀뚜라미를 구워서 올린 것인데 맛과 영양이 좋다고 알려지면서 일부러 찾는 사람이 생길 정도라고 한다. 쇠고기 대신 귀뚜라미를 사용한 ‘귀뚜라미 버거’도 등장해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 식품회사는 귀뚜라미가 들어간 에너지 바를 판매 중이다. 귀뚜라미를 튀겨서 빻은 가루를 원료로 사용하는 에너지 바 1개에는 귀뚜라미 35마리가 들어간다. 귀뚜라미를 이용한 쿠키도 나왔다. 귀뚜라미를 건포도 등과 함께 믹서에 간 후 밀가루와 섞어 만든 것이다.

미국 온타리오 호 근처에 있는 5000평 규모의 농장에서는 3000만 마리의 귀뚜라미와 2000만 마리의 식빵 곤충을 키우고 있다. 이 농장은 매일 약 3톤 이상의 귀뚜라미를 생산하고 있는데 수요가 많아 올해 1만평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독일에서는 옥수수 조명나방과 누에 등을 재료로 곤충 통조림을 생산하고 있고, 프랑스 파리 식당가에서는 개미와 번데기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벨기에는 집귀뚜라미·딱정벌레·거저리 등 10종의 곤충을 식품 원료로 삼았다.


식약처, 갈색거저리·굼벵이 식용 곤충 승인


세계 곤충 산업 규모는 2007년 11조원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38조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귀뚜라미 산업만 연간 1500억원에 달한다. 1950년대부터 갈색거저리를 사육해온 중국은 전갈 등을 미국 등지에 사료용으로 수출한다. 국내 곤충 산업 규모는 2000억원 정도다. 곤충 사육 농가는 약 500곳으로 추산된다. 내년엔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안태영 굼벵이 사육 농가 사장은 “식용 곤충은 밀기울·대두박·쌀기울·채소 같은 사료를 먹으며, 100평 규모에서 월 1톤 생산이 가능해 차세대 농가 소득원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관상용·사료용이던 곤충을 식용으로 활용하려면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아직 영양과 독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곤충을 식용으로 인정한 나라는 없다. 한국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오랜 기간 연구 끝에 올해 7월과 9월 두 종류의 곤충을 식용으로 인정했다. 갈색거저리 애벌레와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굼벵이)다. 이들 곤충의 영양과 독성을 연구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갈색거저리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많고 무기질과 비타민도 풍부하다. 과거 초가지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굼벵이는 영양이 더 우수하다. 동결 건조한 굼벵이의 100g당 단백질 함량은 58g으로 갈색거저리(53g)보다 많고 지방 18%, 탄수화물 17%가 들어 있는 고단백 식품으로 확인됐다. 굼벵이는 <동의보감>에 간 질환 등 성인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들 곤충에는 세균이나 독성이 없어 사람이 먹어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최초로 과학적 검증을 거친 식용 곤충 1호와 2호로 인정했다. 윤은영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연구사는 “메뚜기·번데기·백강잠(말린 누에고치)은 300년 이상 먹어온 곤충이어서 안전성이 검증된 식품 원료지만 과학적으로 입증한 곤충은 갈색거저리 애벌레와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라며 “곤충의 단백질 함량은 50%대로 쇠고기와 비슷하고 콩보다 많으며, 지방이 20~30%이고, 육류에는 없는 탄수화물도 10%나 있어 3대 영양소가 균형을 이룬 미래 식량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식량은 무기보다 무서운 무기 된다”



2년 후부터는 곤충이 합법적으로 식탁에 오르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까지 7종의 곤충을 식품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장수풍뎅이와 귀뚜라미 식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규성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은 “앞으로 식품 원료로 인정받게 될 곤충 3호와 4호는 장수풍뎅이와 귀뚜라미가 될 것”이라며 “뿔이 멋있는 장수풍뎅이를 천연기념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지금은 대량 사육에 성공해 문방구·대형마트 같은 곳에서도 판매되며 누구나 키울 수 있는 곤충”이라고 설명했다.


곤충 요리를 개발하고 식용 곤충을 연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농가의 소득을 높이는 차원에 그치는 게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 닥칠 식량 위기에 곤충만 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는 10억명이고 굶어 죽는 사람만 하루 최소 2만5000명을 헤아린다. 세계 토지에서 농지와 가축 사육 공간은 30%에 불과하며, 그나마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2009년 67억명인 세계 인구는 매년 7000만명씩 증가해 2030년 83억명, 2050년 93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식량 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식량이 무기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로버트 지글러 국제쌀연구소 소장은 “돈으로 언제든 식량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제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FAO는 지난해 식량 대체 자원 보고서를 내 곤충을 미래 식량으로 지목했고, 올해는 국제 콘퍼런스(IFT)까지 열어 곤충식에 대해 논의했다. 이 기구는 인류 기근을 구제할 곤충 활용을 각국에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식용 곤충이 미래 식량으로 기대를 모으게 된 이유는 6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많은 개체 수,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 적은 사육 자본·공간, 강한 번식력(연 3?4회), 간단한 도축(?) 과정, 온실가스와 자원비용 절감 등이다.


지구 생물의 70%는 곤충이다. 130만종이 있고 이 가운데 식용으로 사용할 만한 곤충은 최소 1900종이다. 단백질 함량은 쇠고기와 비슷하면서 지방은 적은 고단백 식품이다. 곤충은 연간 3~4회에 이르는 강한 번식력을 자랑하면서도 가축보다 사육비용이 덜 들고 공간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약 1kg의 고기를 얻는 데 소·돼지·닭은 각각 10kg·5kg·2.5kg의 사료가 필요하다. 귀뚜라미는 1~1.5kg의 먹이만 있으면 된다. 같은 1kg이라도 실제로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함량은 귀뚜라미가 800g으로 소(400g)·돼지(550g)·닭(550g)보다 많다.


정부 “내년 곤충 요리책 출간”

식용 곤충이 식탁에 등장하기엔 ‘벌레’라는 거부감·혐오감 등 풀어야 할 난제들이 있다. 많은 다리, 딱딱한 껍질, 털 등 시각적으로 친숙한 식량감이 아니다. 게다가 씹는 감촉이나 식감도 개선해야 한다. 농업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식용 곤충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먹거리로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8월 서울 삼청동의 양식당에서 ‘식용 곤충 오찬 세미나’를 열고 갈색거저리 분말을 넣은 망고에이드·죽·피자·케이크 등을 선보였다. 곤충 조리법도 제시했다. 이들을 번데기나 메뚜기처럼 볶아서 먹거나, 분말을 내서 쿠키나 머핀을 만드는 방식을 소개했다. 미꾸라지 분말로 만든 추어탕처럼 곤충도 가루로 가공하면 거부감이 없어 식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는 올해 유아·노인·환자를 위한 의료용 식품을 개발하고 내년에는 곤충 요리책도 발간할 예정이다.



곤충의 생산 단가가 가축보다 낮지만 수요가 지금보다 늘지 않을 경우 곤충 양식 농가가 경제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백유현 한국곤충산업협회장은 “곤충 분말 1kg을 만들려면 곤충 5kg이 필요하고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0만원”이라며 “이렇게 가격이 비싸면 아무리 곤충을 많이 생산해도 가공업체가 곤충을 식재료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식용 곤충 가격의 현실화를 강조했다. 식용 곤충이 일반화될 때를 대비해, 허가받지 않은 곳에서 곤충 식품을 사육·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번데기가 서민의 간식으로 인기를 얻자 일부 수입업자들은 중국산 번데기를 대량으로 수입하면서 위생 논란을 불러왔다.


곤충의 생산 단가가 가축보다 낮지만 수요가 지금보다 늘지 않을 경우 곤충 양식 농가가 경제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백유현 한국곤충산업협회장은 “곤충 분말 1kg을 만들려면 곤충 5kg이 필요하고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0만원”이라며 “이렇게 가격이 비싸면 아무리 곤충을 많이 생산해도 가공업체가 곤충을 식재료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식용 곤충 가격의 현실화를 강조했다. 식용 곤충이 일반화될 때를 대비해, 허가받지 않은 곳에서 곤충 식품을 사육·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번데기가 서민의 간식으로 인기를 얻자 일부 수입업자들은 중국산 번데기를 대량으로 수입하면서 위생 논란을 불러왔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쌀 수출국이던 필리핀은 현재 세계 1위 쌀 수입국이 됐다. 연 2~3모작 할 수 있는 기후만 믿고 농업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은 탓이다. 홍수·가뭄·인구 증가로 식량 수급이 불안정해졌고, 쌀 부족이 심각해지자 몇 년 전부터 1인당 하루 4kg으로 쌀 배급을 제한하는 등 초긴축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아마존 등 풍부한 생물자원을 가진 남미 국가들은 곤충 자원의 유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국토 면적이 좁아 생물자원이 한정된 한국도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농촌진흥청이 곤충식 확대를 위해 갈색거저리로 개발한 간식거리. ⓒ 국립농업과학원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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