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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뛴 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

2009.12.15 | 조회 4733

고 이종욱(1945~2006)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2005년 조류독감 발생때 '양치기 소년' 비판받으며 "위험한 질병" 거듭 경고 신종전염병 대책 마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정점을 지나 내리막으로 가고 있다. 지난 4월 기세 좋게 등장해 전(全) 지구인을 바싹 긴장시켰던 신종플루가 서서히 퇴조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애초 수십만명 단위의 큰 희생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결과는 '인류의 선전(善戰)'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피해를 최소화하며 선방한 데는 고(故) 이종욱(1945~2006)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구축했던 신형 전염병 대응 체계 역할이 지대했다는 평가다.
신속한 전염병 보고·감시 체계, 상황별 치밀한 대응 전략 등 이 총장이 2003년부터 2006년 5월 작고할 때까지 만들어 둔 '유작(遺作)'이 신종플루를 물리치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司馬懿)를 물리친' 격이다.

지난 주말 WHO에 따르면, 6일 현재 감염자는 세계 208개국에서 발생했고, 사망자는 9596명이다.매년 미국에서만 겨울철 독감으로 2만~3만명이 사망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류가 '신종플루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셈이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 대륙은 신종플루 감염과 사망이 3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도 피크(정점)를 지나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헝가리·그리스 등 유럽 동남부 일부 지역과 카자흐스탄·인도 등 중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환자가 늘고 있지만 기타 지역은 정점을 지나가고 있거나 기세가 주춤하고 있는 형국이다.

WHO는 "신속한 전염병 감시 체계를 계속 가동하며 방심의 끈을 놓고 있지 않다"면서도 "일부 지역에서 겨울철 독감 발생과 섞여 발열 환자가 여전히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신종플루의 기세가 전반적으로 꺾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신종플루의 독성이 그다지 세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WHO가 '판데믹(pandemic·대유행)' 인플루엔자 출현을 예상하고 대응 체계를 철저히 준비했고, 이를 각국에 전파시킨 효과가 컸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앞을 내다본 이 총장의 선견지명이 이제야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 신종플루의 공격을 예상하다

2005년 10월 말, 'WHO 깃발'이 펄럭이는 차량이 조선일보사 건물 앞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이 총장은 조류독감이 발생한 동남아 지역을 막 순방하고 돌아온 터였다. 전쟁터를 방문하고 온 사령관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당시 그는 "WHO가 신형 전염병의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해 세계를 공포에 몰고 있다"며 각국 언론으로부터 '양치기 소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저의 경고는 나중에 희생자 숫자가 예상보다 적어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지금 사람들에게 그 위험성을 널리 알려 대비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WHO 내에서도 이 총장이 에이즈나 결핵 관리 같은 기존 업무보다 '있지도 않은' 신형 전염병에 매달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애칭 '맨 오브 액션(man of action 행동하는 사람)'처럼, 그는 비판에 굴하지 않고 전염병 전문가를 파격적으로 요직(要職)에 발탁했으며, WHO의 판데믹 인플루엔자 대응 체제를 재편했다.

이 총장은 국가별·대륙별 전염병 환자 발생 상황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전략을 치밀하게 짰다. 1960년대 홍콩 독감 대유행 이후 40여년 만에 전략을 재편한 것이다. 이후 WHO 대응 지침은 전 세계로 전파되어, 각 나라가 이번 신종플루에 맞서는 기본 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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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많은 양의 신종플루 백신이 각국에 신속하게 보급된 것도 여기에 나온 시나리오대로다.
WHO가 신형 전염병 발생 시 겨울철 독감 백신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항원(抗原)보강재를 이용하여 백신 생산량을 단기간에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지침을 미리 세웠기 때문이다. 당시 이 총장 밑에서 대응 전략을 짠 핵심 맴버들이 지금 WHO에서 신종플루 대응을 책임지고 있는 마거릿 창 사무총장과 후쿠다 사무차장이다.

2005년 이 총장은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한 나라는 의무적으로 WHO에 즉시 보고하도록 하는 '국제보건협약'을 제안했다. 지구가 1일 생활권임을 감안하여 국제공조를 통한 신속한 대응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들은 국가 이미지 타격을 고려해 협약에 거부감을 보였다. 이 총장은 이들을 만나 일일이 설득하여 협약을 가결시켰고, 2007년부터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이번에 멕시코에서 신종플루가 처음 발생했을 때 WHO가 신속히 관여할 수 있었다. 현재 190여 WHO 회원국은 24시간 내 신종플루 발생 정보를 WHO에 보고하고 있다. 그의 신념이 국경을 넘나드는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 중추 역할을 한 셈이다.

◆ WHO 지하의 작전사령부

전 세계의 신종플루 정보는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 건물 지하의 '전략보건활동센터'(SHOC)로 모인다. 신종플루와의 전쟁에서 인류측 사령본부 역할을 하는 이곳의 공식 이름은 '이종욱' 총장의 영문 이니셜을 딴 'JW Lee 센터'다. 이 총장이 2004년 미국 국방부의 '워 룸(war room)'을 벤치마킹하여 만든 곳이다.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이곳에서 각국의 전염병 정보를 토대로 즉각적인 대응 전략이 세워진다.
센터의 대형 모니터에는 구글(Google) 지도가 떠 있고 신종플루 발생지가 표기된다. 그 주변에는 타미플루 공수(空輸) 지원이 가능한 공항도 표시된다. 전쟁 물자 보급과 같은 신속 대응 체제를 갖춘 것이다.

WHO는 이미 이 총장의 노력으로 다국적 제약회사 등으로부터 저개발 국가에 지원될 타미플루 300만명분을 확보해 놓았다. 이번에 북한이 갖고 있는 3만여명분의 타미플루도 이 총장 시절에 비축한 것이다. 한국 보건복지가족부는 2008년 'JW Lee' 센터를 본떠 질병관리본부에 전염병 대응 센터를 만들었고, 이는 올해 신종플루 대책의 콘트콜 타워(사령탑) 역할을 했다.

2007년 이 총장 작고 1주년 때 이종욱 평전(제목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을 냈던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전염병관리과장은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고 말씀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미래를 내다본 그의 혜안으로 WHO와 각 나라가 신종플루에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9.12.15)




< 이종욱 사무총장 추모 동영상 >

- 다음 한류열풍사랑 까페 제공 (http://cafe.daum.net/hanryu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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