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과 복도에 길게 늘어져 있는 검은 소방호스와 원자로 수위계 옆에 깨알 같이 쓰인 냉각수 수위 기록,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핫라인 전화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최전선'이던 1, 2호기 중앙제어실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사고 3년 후, 분홍색 시트로 가려지고 내부는 깔끔히 정돈됐지만, 당시 사투의 흔적을 다 가릴 수는 없었습니다. 운전원들은 이곳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높은 방사선량과 대폭발의 위협 속에서 전원 상실과 노심 용융(멜트 다운)에 필사적으로 맞섰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던 어제(10일) 오후 1시. 취재단을 실은 버스가 제1, 2호기 건물 옆에 멈추자 방사선량은 시간당 40마이크로시버트를 기록했고, 1호기 앞으로 50m쯤 걸어가자 시간당 80마이크로시버스트로 치솟았습니다. 취재단은 바다 쪽 입구에서 중앙제어실 건물에 들어갔습니다. 10m 높이의 쓰나미가 강타한 서비스실을 거쳐 2층 제어실로 향했습니다. 좁은 계단과 통로, 복도에는 사고 당시 사용된 여러 개의 검은 소방호스 등이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이어진 2층 복도에는 역설적이게도 GE로부터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받은 우수 발전소 표창장이 아직 걸려 있었습니다. 중앙제어실은 2층 안쪽에 있었습니다. 중앙 제어실은 24시간 원자로 및 터빈 등의 운전을 감시하는 원전의 심장부인데 1, 2호기 중앙제어실은 1, 2호기의 터빈 건물 사이에 위치, 두 원자로와 터빈을 제어했습니다. 보통 건물과 달리 중앙제어실에는 창문 같은 게 전혀 없었습니다. 사고 당시 떨어져 나간 천장 패널은 분리돼 보이지 않았고, 바닥은 아직도 방사성 물질로 오염돼 있어 분홍색 시트로 덮혀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사용한 화이트 보드나 흩어진 메모 등은 모두 정리돼 볼 수 없었고,핫라인 전화기만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1호기 제어실의 원자로 수위계 옆에는 시간에 따른 냉각수 수위가 연필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16시50분 마이너스 50cm' '16시 55분 마이너스 130cm'….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자로 냉각수의 수위가 조금씩 줄어든 상황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측은 잠시 실제 조명을 모두 끄고 전원을 완전히 상실하는 '스테이션 블랙 아웃(SBO)'의 상황을 재연했습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미야기(宮城)현 동남동 130km의 깊이 24km 지점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한 뒤 오후 3시27분 쓰나미 제1파에 이어 오후 3시37분 쓰나미 제2파가 원전을 강타했습니다 터빈 건물 지하의 비상 디젤 발전기를 포함해 전원이 완전 침수됐고, 후쿠시마 제1원전은 스테이션 블랙 아웃이 됐습니다. 제어반의 표시등도 일제히 사라졌습니다. 당시 중앙제어실에는 24명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일부 운전원은 사고 직후 손전등을 사용해 직경 30cm 정도로 제어반을 비추면서 연필로 시간과 냉각수 수위를 적었습니다. 운전원들은 또 모아온 자동차 배터리를 제어반에 연결해 원자로 수위계 등을 복구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투'의 와중에 이미 1호기 원자로에서는 노심 용융(멜트 다운)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3월12일 오전 2∼3시 중앙제어실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1000마이크로시버트까지 치솟았습니다. 직원들은 전면 마스크와 보호복을 착용하고 1호기 격납용기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증기를 방출하는 벤트작업을 벌이는 등 멜트다운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공기탱크를 지고 2명씩 원자로 건물로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3월12일 오후 3시36분 1호기 원자로에서 마침내 수소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거대한 방사능 사고의 시작이었습니다. 사고의 여파로 중앙제어실 천장 패널이 떨어져 나갔고 사고 5일 후에는 운전원 전원이 중앙제어실에서 대피하고, 일부만이 교대로 데이터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당시 운전원의 감정을 묻는 질문에 "그들도 매우 놀랐을 것"이라면서 "절망 속에서 피폭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냉각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초기 방사능 유출로 피폭된 최초 운전원 10명은 이후 치료 등을 이유로 모두 퇴직한 상태입니다. 현재 1, 2호기 중앙제어실에는 운전원이 상주하지 않고 350미터쯤 떨어진 면진중요동에서 원격으로 기기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다시 복도와 통로, 계단을 통해 1, 2호기 중앙제어실을 빠져나오자, 태평양이 하늘이 내려앉은 듯 푸르고도 투명하게 펼쳐져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최전선'…첫 공개된 재앙의 현장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최전선'…첫 공개된 재앙의 현장
공유(greatcorea)
댓글 0개
| 엮인글 0개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 날짜 |
---|---|---|---|---|
천연두가 역사에 던지는 의미 | 진리가이드 | 121071 | 2010.01.07 16:05 | |
구제역과 천지병 | 알캥이 | 113330 | 2011.06.08 11:21 | |
새 문명 창조의 전환점, 전염병 | 진리가이드 | 120977 | 2009.12.07 10:02 | |
전염병, 재앙인가 축복인가? | 진리가이드 | 122310 | 2009.12.07 09:59 |
127.
"그린란드 빙하, 3년 전부터 더 빨리 녹아..해수면 상승 위험"
2015.11.13,
조회 5528
[지구기후변혁]
"그린란드 빙하, 3년 전부터 더 빨리 녹아..해수면 상승 위험"미국 연구진 "거대 빙하 2곳 다 녹으면 해수면 1m 올라가"2015.11.13. 16:12미국 연구진 "거대 빙하 2곳 다 녹으면 해수면 1m 올라가"(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그린란드의 빙하 유실 속도가 지구 온난화로 최근 수년간 급격히 빨라져 세계 해수면 상승이 우려된다는 연구 결...
126.
"'슈퍼 엘니뇨'로 1천만명 기아 직면"<연합>
2015.10.02,
조회 5433
[지구기후변혁]
"'슈퍼 엘니뇨'로 1천만명 기아 직면"<연합>올해 홍수와 가뭄을 유발하는 슈퍼 엘니뇨로 곡물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전 세계 1천만 명 이상이 굶주림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영국 구호단체 옥스팜이 1일(현지시간) 밝혔다. 옥스팜은 이날 성명을 통해 슈퍼 엘니뇨가 유발하는 고온 현상과 변덕스러운 날씨, 극심한 가뭄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예상돼 ...
125.
"지구온난화로 2100년까지 기온 2.7도 상승 전망"<뉴시스>
2015.10.02,
조회 4936
[지구기후변혁]
"지구온난화로 2100년까지 기온 2.7도 상승 전망"<뉴시스>지구온난화로 오는 2100년까지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2.7도 상승한다는 전망이 나왔다.기후정책 평가·분석기구인 '기후행동추적'(CAT)은 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각국이 표명한 탄소가스 배출 삭감 목표로는 기후변화에 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회피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며 이같이 예측했...
124.
"지구 온난화는 거짓이다"
2015.09.01,
조회 7377
[지구기후변혁]
"지구 온난화는 거짓이다"전 NASA 기상연구자 존 씨온 박사 인터뷰15.02.11'인류가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 혹은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녹색기후기금(GCF)를 유치한 한국에서는 논박할 수 없는 사실로 통한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까지 미 항공우주국(NASA) 기상 분야를 책임졌던 존 씨온(80ㆍ사진) 박사에게는 과...
123.
꿀벌 멸종? 생존 위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 네이처
2015.08.31,
조회 6884
[지구기후변혁]
꿀벌 멸종? 생존 위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 네이처2015.08.25▲ 관찰용 벌집에 살고 있는 꿀벌들. 지구 상에 있는 거의 모든 동식물의 생존에 꼭 필요한 존재로 꼽히고 있는 꿀벌. 수십 년 전부터 이런 유익한 곤충이 대량으로 사라지고 있는 ‘군집 붕괴 현상’(CCD)이 농약이나 스트레스, 질병, 환경 등 다양한 원인에 있다는 것을 과학...
122.
겨울이 오고 있다: 15년 후 태양은 식을지도 모른다
2015.07.21,
조회 6245
[지구기후변혁]
겨울이 오고 있다: 15년 후 태양은 식을지도 모른다2015년 07월 20일 오리털 재킷을 사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태양이 2030년에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이 '미니 빙하기'라고 부르는 시기가 오게 된다.노섬브리아 대학의 블렌티나 자르코바 교수는 웨일스 랜디드노에서 열린 국립 천문학 회의에서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밝혔다. 현대 ...
121.
“2030년에 미니빙하기 온다”...근거는?
2015.07.13,
조회 6194
[지구기후변혁]
“2030년에 미니빙하기 온다”...근거는?2015-07-13 09:27 “오는 2020~2030년 사이에 지구는 미니 빙하기에 들어서면서 혹한기를 맞게 된다.”텔레그래프와 데일리메일은 영국 노섬브리아대 발렌티나 쟈코바 교수의 이같은 경고를 보도했다. 그녀는 영국 란두드노에서 열린 국립천문학모임에서 태양 흑점 주기 발생원인과 이를 더 정확하게 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