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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의 끝없는 전쟁, 최후의 승자는 누구?

2010.01.13 | 조회 5867

신종 인플루엔자 A는 사람, 돼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혼합돼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다. 지난 4월 멕시코와 미국에서 발생한 뒤 아메리카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인류는 아직 신종 인플루엔자의 치료제 개발이나 질병발생 예측 분야에서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백신 역시 전 인류에게 혜택이 돌아가기에는 국제적 협력이 미흡한 실정이다. 어쩌면 지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 A는 인류에 대한 바이러스의 선전포고인지도 모른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인류의 삶은 주위의 환경변화나 천재지변 등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지속적이며 퇴치하기 어려운 도전은 아마도 질병과의 전쟁, 특히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과의 싸움일 것이다.

인류가 바이러스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알아낸 이후 가장 성공을 거둔 싸움은 천연두를 지구상에서 퇴치한 것이다. 천연두는 천연두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전염병으로 속칭 마마 또는 손님이라고도 한다. 주요 증상은 고열과 전신에 나타나는 특유의 발진.

19세기 이후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창시한 종두가 보급되고부터 격감했다. 제너는 우두에 걸렸던 사람이 소의 젖을 짜면서 천연두에 걸리지 않은 것에 착안해 백신을 개발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이 같은 백신을 꾸준히 사용한 결과 199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공표했다. 하지만 신종, 혹은 변이가 일어난 새로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인류는 이 같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현재 생명체 가운데 가장 작은 단위로 오직 다른 생명체 안에서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2가지 기본 유전자 형태인 DNA와 RNA 가운데 한 가지만 갖고 있어 에너지를 생성할 수도, 세포대사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바이러스의 기생성으로 인해 숙주는 증식된 바이러스에 의해 세포사멸이 일어나 질병이 발생하거나 유전적 변이에 의한 암이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 병리적인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신종 인플루엔자A라는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대유행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이며, 인류는 이 바이러스와 어떻게 전쟁을 치러나가야 할까.


144가지 인플루엔자 아형 존재


인플루엔자는 다양한 종과 타입을 가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 감염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전염성이 다양하며, 증상 역시 다양하게 나타난다. 원인 바이러스는 A·B·C의 3가지 타입으로 분류되며, 주로 인간과 동물에 문제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형 바이러스다.

흔히 사람이 겨울철에 감염되는 계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는 H1N1과 H3N2 등이 주된 아형으로 면역성이 약한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감염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인플루엔자는 사람에게 열, 두통, 인후통, 몸살, 코막힘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호흡기성 전염병으로 매년 발생한다. 실제 이것은 어른 100명 가운데 5명, 어린이 100명 가운데 20명에게서 매년 발병을 일으키며, 세계적으로 노인과 어린아이에서 25만~5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오르토믹소 바이러스로 8개의 분절로 된 RNA 유전자로 구성돼 있으며, 10가지 단백질(HA, NA, MP, PA, PB1, PB2, NS, NS1)을 만들어낸다.

10개의 단백질 가운데 표면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다제(NA)에 의해 각각의 아형을 나눌 수 있다. 헤마글루티닌은 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단백질이며, 뉴라미니다제는 세포로부터 바이러스가 분리돼 나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현재 자연계에는 16종의 헤마글루티닌(H1~H16)과 9종의 뉴라미니다제(N1~N9)가 발견돼 총 144가지의 아형이 존재하고 있다. 조류, 특히 야생조류에서는 144개의 아형이 모두 발견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로 알려져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8개의 분절로 구성된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 개체에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가 동시에 감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RNA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자체 유전자의 변이 용이성뿐만 아니라 8개의 유전자를 서로 교환할 수 있어 매우 다양한 변이 유전자를 보유한 새로운 변형 바이러스를 제조할 수 있다.

현재 동물, 특히 조류와 돼지가 인간 감염의 중간 숙주가 되고 있다. 특히 돼지는 조류 바이러스와 포유류 바이러스 모두가 감염될 수 있는 세포 수용체를 호흡기에 갖고 있다.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역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20세기 동안 4번의 범세계적인 팬데믹(대유행)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와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지난 1918년 발생한 대유행은 H1N1 타입으로 일명 스페인 독감으로 불렸다.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명에서 5,000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사망했다.

1957년에는 H2N2 타입의 아시안 인플루엔자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100만 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1968년에 발생한 홍콩 독감은 H3N2 타입으로 100만 명 가까운 인명손실을 초래했다. 그리고 지난 1977년에는 H1N1 타입의 러시아 독감이 대유행했다. 이 같은 대유행은 최근 바이러스의 유전적 분석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부터 유래됐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문제가 됐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 H5N1(1997년)과 H9N2(1999년), 캐나다의 H7N3(2004년),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문제가 됐던 H7N7(2003년) 등은 모두 야생 또는 가금의 조류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대유행이 다시 임박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중 H5N1은 고병원성을 나타내고 있다. 닭에서는 다양한 내장 장기에 감염돼 48시간 내 90~100%의 치사율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H5N1으로 인해 홍콩에서 18명의 사람이 감염됐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사망했다. 이후 2003년 말 아시아에서 시작돼 유럽과 아프리카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2006년, 2008년에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야기했다.

지난 2003년 이후 2008년 4월 30일 현재 WHO에 보고된 H5N1의 사람 감염 사례는 총 382건으로 이 가운데 241명이 사망했다. 높은 사망률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이다.

물론 사람과 사람간의 감염이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어 현재의 H5N1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일으킬 만한 감염력을 획득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이나 파키스탄 등에서 우려할 만할 사람간의 전파 의심사례가 발생해 우리나라 역시 대유행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많은 과학적 증거들은 야생 조류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가금류에 유입되면서 고병원성으로 변화, 전파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는 가금 산업의 고속성장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교통과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사람, 동물 또는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바이러스·세균·기생충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것.

기후변화는 곤충 매개의 분류와 수를 바꾸었고, 철새의 이동과 가축의 밀집 정도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도시화, 수입 증가, 식생활 변화는 동물 생산에 대한 수요를 증가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의 발생 근원이 60억 마리의 가금이 존재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다.

가금류의 반 이상이 중형에서 대형의 고밀도 사육장에서 철저한 위생과 예방, 그리고 오염 등에 대한 관리를 받고 있다. 하지만 2억 명으로 추정되는 가금 사육자에 의해 경영되는 작은 사육시설에서는 오리, 닭, 거위, 칠면조, 메추라기 등 5~15마리의 가금이 관리되고 있다.

소규모의 가금은 야생 조류에 의한 바이러스 전달에 노출돼 있다. 철새에 의해 소규모의 열린 사육장에 계절별로 유입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다양한 가금 바이러스 풀에 새로운 바이러스를 추가시킨다. 그리고 이는 바이러스의 지역적 차이를 설명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 같은 고병원성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서 대유행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지난 2006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 감염 때 외래환자 600만 명, 입원환자 15만 명, 그리고 사망자 3만 명 정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만일 30% 정도가 감염되면 사망자 수만 5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됐으며, 국내 GDP는 6~7%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신종 인플루엔자 창궐 가능성

지난 4월 멕시코와 미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신종 인플루엔자 A로 불리는 H1N1 타입이다.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조류, 유럽 돼지, 북미 돼지, 그리고 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자가 조합을 일으켜 만들어진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WHO는 지난 10월 말 현재 전 세계에서 적어도 5,712명이 신종 인플루엔자 A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특히 겨울이 시작된 지구촌 북반구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A로 인한 사망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앞서 WHO는 지난 5월 말 현재 전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A 환자가 1만5,000명을 넘어서자 6월 11일 전염병 경고의 최고 단계인 6단계, 즉 대유행을 선언한 상태다.

종전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1)의 사람 감염은 3단계에 머물렀다. 이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직접적인 전파가 인정되지만 사람간의 빈번한 전파가 발생하지 않은 단계를 의미한다.

신종 인플루엔자 A 역시 북미대륙을 기점으로 발생 및 전파될 때만 해도 4단계가 적용됐다. 하지만 유럽 및 아시아 국가로의 전파 및 사람간의 2차감염이 발생함에 따라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하는 6단계가 된 것이다. 4단계는 한 대륙에 2개 국가 이상에서 사람 간 전파가 확인될 경우 적용된다.

신종 인플루엔자 A와 유사한 대유행이 지난 1976년 미국 포트 딕스에서 발생했다. 당시 혈청학적인 검사를 통해 군인 200명 이상이 돼지 인플루엔자(H1N1)에 감염된 것으로 판정되면서 사람간의 감염이 이루어지고 대유행 가능성도 대두되자 새로운 백신 생산 및 광범 위한 백신 투여가 단계적으로 검토됐다.

총 4,000만 명 이상이 백신을 투여 받았으며, 대유행으로 진전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도출됐다. 백신 투여 집단에서 부작용으로 신경증상 및 근육약화 등의 증상이 나타났던 것. 이 같은 이유로 신종 인플루엔자 A에 대한 백신 투여는 신중한 검토를 걸쳐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백신 개발에 최소 4개월 소요


현재 대유행 인플루엔자에 대한 전통적인 방식의 백신 개발에는 발생이 확인된 이후 4~6개월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의 역유전학 기법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생산 개시까지는 3개월의 소요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사람을 포함한 포유동물에서 비교적 높은 항원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적당양의 항원을 한번 접종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정도의 항체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특히 H5N1 바이러스의 경우 조류에서와는 달리 사람을 포함한 포유동물에서 매우 낮은 항원성을 나타낸다. 그런데 빠른 시일 내 많은 양의 백신에 사용할 항원을 생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 만큼 세포 배양, 서브유닛 백신 등 새로운 백신 생산 기법 및 면역 보강제의 개발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뿐만 아니라 여러 백신 개발에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시제품 타입 백신과 실제 대유행 백신이 불일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교차면역이 있는 백신 개발 역시 필요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백신 생산 시설은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3억 도스/년으로 제한적이며, 생산 공장도 선진 10개국에 95%가 편중돼 있다. 이 때문에 대유행이 발생할 경우 백신 기술 및 생산 능력이 있는 국가만이 백신을 만들 수 있으며, 이들 국가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국 내 백신 생산 공장을 국영화해 백신의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 필요


국내에서도 반드시 대유행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기술 연구팀 및 생산 공정 기술 개발팀이 연계된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예방 체계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생산시설 설립 및 무크 업 백신의 준비과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치료제의 확보를 확장할 예정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H1N1은 물론 고병원성 H5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에도 다양한 아형들이 있고, 표면 항원에는 염기서열 변이가 있어 어떤 아형의 바이러스가 유행하게 될지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하지 못하면 대유행에 대응하는 백신은 효과적인 방어 방법이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분리를 통한 염기서열의 변이 예측, 원천기술을 보유한 학계 연구팀과의 공동 기술개발 체계 구축은 물론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연구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또한 생물안전 3등급 이상(BSL3+) 인프라 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며, 이는 국가적 지원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 고병원성 혹은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연구시설의 국가 지원을 통해 원활한 연구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신종 혹은 변종을 생산해 인류를 공격하고 있다. 인류는 수세에 놓여 있으며, 만약 방심한다면 그 틈을 여지없이 파고들어 패닉상태로 몰고 갈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A는 선전포고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글_ 김철중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cjkim@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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