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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일으킨 환경변화가 신종 전염병 만들었다

2010.01.05 | 조회 5345

'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 저자 마크 제롬 월터스의 진단



● 민감한 생태계의 밭, 심은 대로 거둔 초거대 질병들

1960년대 말 미국 공중위생국장이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한 이후 수십 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전염병은 세계 인구 세 명당 한 명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올봄 갑자기 멕시코에서 등장한 신종플루(인플루엔자A[H1N1])는 새로운 화두가 되어 여전히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곳곳에서 새로운 사망자 소식과 사망자 수 집계가 갱신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 세계 인간을 위협하는 짓을 그만둘 기미는 아직 없어 보인다.

'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 저자 마크 제롬 월터스는 신종플루와 같은 새로운 질병들에 대해 보다 큰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인류가 이들 질병에 의해 희생당한다는 측면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인류 생명의 요람인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학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왜 그런 신종 질병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근본원인을 파
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큰 그림으로 질병을 바라봐야 신종 질병들이 인간이 일으킨 급격한 환경변화로 말미암아 발생한 환경전염병이란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현대의 집약농업, 삼림벌채, 기후변화, 질병을 전파하는 작은 동물들의 수를 제한해 왔던 대형포식자들 제거 등 이런 환경변화들이 질병 증가에 기여한 요인들이다.

윌리엄 맥닐과 같은 역사가들은 약 1만 년 전부터 대규모 질병이 인류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던 사건들을 놓고 세 가지 커다란 변화가 이유였다고 분석한다.

정착농업이 시작되고 인간이 소를 비롯한 가축들과 긴밀하게 접촉하게 되자 가축의 미생물들이 인간에게로 건너올 수 있는 최초의 통로가 열렸다. 이때 천연두, 홍역, 나병 같은 질병이 인간에게 옮겨갔다.

또 질병이 인간을 전염시킬 수 있는 두 번째 통로는 약 2,500년 전 문명이 탄생하면서다. 문명중심지를 중심으로 사람들 간의 접촉이 늘어났을 때 미생물들이 서로 교류하게 됐다.

세 번째 통로는 세계 탐험이 시작되면서 열렸다. 이때 아프리카, 아메리카, 태평양 지역에 살던 토착민들이 외부에서 유입된 전염병들에 희생됐다.

이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쳐 미생물학적 평화의 시대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시기는 어쩌면 폭풍의 눈 안에 있던 시기였는지도 모른다. 약 100여 년에 해당하는 이 기간 동안 인류는 지구생태계에 인간 역사상 가장 이례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의 저자인 월터스는 이러한 생태변화가 인류를 포함한 커다란 동물들을 희생시켜 질병을 유발하는 보다 작은 생물들에게 유리한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009년 2월 남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대형산불. 숲이 파괴되면 그 안에서 살아가던 동물들이 인간의 영역으로 침입해 와 치명적인 질병들을 옮기기도 한다. ⓒAP=Yonhap

● 자연파괴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부르는 초대장

WHO는 1980년 이후 에이즈를 비롯한 신종질병이 30종이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특이한 것은 지난 30년간 새롭게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며 등장한 신종질병의 약 75%는 야생동물과 가축에게서 왔다는 점이다.

마크 제롬 월터스는 바이러스의 창고라 할 수 있는 야생동물들로부터 더 이상 치명적인 질병이 전염되지 않게 하려면 “그 미생물의 창고인 동물들을 파악하고 인류와 그 종들 사이에 놓여 있는 자연적인 경계선들을 허물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대다수 현대 질병은 인간이 부양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면 숲은 인간과 동물의 삶을 구분 짓는 아주 훌륭한 경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숲이 빠르게 파괴되면서 그 안에서 생활해 가던 작은 동물들이 터전을 잃어버리자 생존하기 위해 인간의 영역으로 침입해 오면서 치명적인 질병들을 인간에게 옮기기 시작했다.

니파바이러스가 좋은 예다. 1980년대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벌목과 농경지 확장이 계속되면서 야생의 과일을 먹고 사는 큰과일박쥐가 살던 숲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1997년~1998년 사이 농부들이 농지 확보를 위해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의 숲에 불을 놓았는데 엘리뇨가 초래한 심한 가뭄으로 건조해진 숲은 대형화재로 발전해 엄청난 규모의 숲이 소실됐다.

이 때문에 야생과일을 먹고 사는 큰과일박쥐들은 과일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해 말레이시아 반도의 돼지 농장들 근처 과수원에 정착했다. 그리고 곧이어 박쥐가 옮긴 바이러스에 아무런 면역도 없는 사람들이 전염되면서 백 명이 넘는 사망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니파 바이러스는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다.

숲의 파괴는 대형포식자가 설 곳을 잃어버리게 해서 숲의 먹이사슬을 파괴시키고 종의 다양성을 제한한다. 그 결과 등장한 질병이 관절염을 유발하는 라임병이다. 숲이 파괴되자 대형포식자가 사라져 라임병 감염매개체인 진드기를 털에 묻히고 다니는 설치류나 사슴의 개체수가 급증했다. 때마침 인간 또한 숲속에 집을 지어 터를 잡았다. 결국 인간과 동물의 자연적 경계가 허물어졌고 설치류나 사슴에 붙어 있던 진드기에게 물릴 기회가 많아지면서 라임병 또한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다.

신종 질병만 인류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과거에 말살했다고 여겨졌던 질병들이 그 지역에 다시 나타나는가 하면 일부는 새로운 지역으로 거처를 옮겨 나타나기도 한다. 말라리아가 바로 그런 예로 지구온난화와 삼림파괴로 모기가 산란할 장소가 늘어나면서 매년 약 2천 명이 이 병으로 죽는다.

바나나를 먹는 다람쥐. 설치류들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의 매개체인 진드기들을 털 속에 갖고 다니기도 한다. ⓒ AP=Yonhap

● 인간 행동이 변하면 질병을 억제할 수 있다

마크 제롬 월터스는 기적의 현대의학이 인류에게 자연세계 즉 날씨, 숲, 삶과 죽음의 순환과 동떨어져 있거나 그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매우 위험한 환상을 심어주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질병의 원인을 빨리 찾아내 억제하거나 의료기술을 통해 어느 정도 유예시킬 수도 있다. 에이즈와 같은 질병은 인간이 개인의 행동을 바꾸기만 해도 병에 걸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소에게 고기와 뼛가루를 먹이기보다 본래 초식동물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고 가축을 사육할 때 항생제 남용을 자제한다면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세균감염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이제까지 인류는 지금까지 해온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에서 돌이켜서 보호하고 보존한다면 다음 세대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한다. 또 새로운 질병들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치료법과 치료약 개발에만 몰두하기보다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뿐만 아니라 대형 포식자와 먹이 사이의 균형을 복원하고 단백질 섭취가 힘든 아프리카 일부 지역 사람들이 더 이상 야생동물을 사냥해 먹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질병을 일으키는 생물들이 새로운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초래했던 숲의 파괴와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인류에게 지금까지 해온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큰 마음과 용기가 있을까? 전체를 위해 순간의 이익과 개인의 욕심을 자제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만일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하다면 인류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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