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때린 이스라엘, 네타냐후 조급했나 [ER인사이드]
헤즈볼라 때린 이스라엘, 네타냐후 조급했나 [ER인사이드]
가자 휴전 협상 정상화 직전 선제공격...미 대선도 변수
이코노믹리뷰 2024.08.25
이스라엘이 25일(현지시간) 레바논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타격했다. 헤즈볼라의 공격 징후를 감지하고 선제타격 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 AP 등 외신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면서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자기방어 행위로 레바논 내 테러 표적들을 타격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별도의 아랍어 공지를 통해 "레바논 남부지역 주민들은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즉시 떠나라"라고 알렸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향후 48시간 본토 비상 상황"을 선포했다.
헤즈볼라도 즉각 대응했다. 로켓과 드론 70여 발을 발사하며 보복 공격에 나섰다. 피해 상황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아랍 전면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의 이번 '선제공격'은 여러가지 측면서 의미심장한 부분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격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승부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되는 헤즈볼라 드론. 사진=연합뉴스
가자 휴전 협상 정상화...바이든의 '압박'
지난해 말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을 기점으로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바 있다. 나아가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퇴진 압박을 받아온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초강경 대응을 선언하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군사작전을 벌이는 중이다.
하마스와 연대하고 있는 헤즈볼라 및 이란까지 역내 분쟁에 휘말리며 판도 훌쩍 커졌다.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눠진 중동 지역의 신경전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수립된 아브라함 협정을 계기로 '이스라엘 vs 이란' 프레임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넘어 이스라엘과 시리아 및 이란의 전쟁상황이 이어지던 중, 지난달 31일 이스마엘 하니예 하마스 수장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에 체류하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사망하며 또 한번 판이 흔들렸다. 이스라엘이 엄연한 주권국가인 이란의 영내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양측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기 때문이다.
다만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도 5차 중동전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1973년 4차 중동전쟁이 유대교 명절인 욤키푸르 기간에 발발했다는 것에 착안, 양측의 전쟁이 주요 명절에 터질 것이라 내다봤지만 8월 시즌은 의외로 조용히 지나갔다.
미군이 탄도미사일 격추가 가능한 해군 순양함과 구축함을 중동과 유럽 지역에 급파하는 한편 핵 추진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 타격 전단을 친(親)이란 세력으로 분류되는 레바논을 향해 전개했으나 역시 별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물밑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측의 휴전협상이 의미있는 진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지난해 말 터졌을 당시부터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협상을 중재했다.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국경지대인 필라델피아 회랑을 둘러싸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735호에 부합하는 가교 제안을 통해 전쟁중단을 촉구했다.
진전이 있었다. 지난 5월에는 바이든 미 행정부가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제시했고, 유엔 안전보장위원회는 6월 해당안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하마스도 7월 새로운 휴전안을 제시하며 의욕을 보였다.
지난달 31일 하니예 하마스 수장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테헤란으로 사망하자 협상은 위기에 봉착했다. 가뜩이나 회랑 통제권을 두고 하마스가 반발하고 있었기에 협상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하마스는 협상장 자체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카이로 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졌으나 상황은 최근 또 달라졌다. 하마스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APF는 24일 하마스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하마스가 카이로 협상에 대표단을 보낼 것"이라며 "협상에 참여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분명 의미있는 변화"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하루 전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카이로 예비 협상은 건설적으로 진행 중"이라 말한 직후의 일이다. 그는 일각에서 나오는 협상 결렬설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한 바 있다.하마스가 16일 중재안을 거부했으나 여전히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상태라 가능한 일이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연합뉴스
협상 가능성 높았는데....'불확실성 커져'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24일 하니예 암살에 대한 보복을 재차 강조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자지구 휴전협상이 계속되고 있어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을 취소할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협상은 간신히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그러나 단 하루만에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시작되며 상황은 다시 '시계제로' 상태가 됐다.
물론 헤즈볼라의 공격을 탐지했다면 이를 선제공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이번 공격의 이면에는 내부의 퇴진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나친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말도 꾸준히 나오는 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부정부패 등의 이슈로 기존 1차, 2차 집권기를 시끄럽게 보낸 후 2022년 12월 무지개 연정을 바탕으로 우여곡절 끝에 3차 집권에 성공했다.
반발도 상당했다. 특히 초법적 사법개혁이 이스라엘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이란 대법원 판결을 크네세트(의회) 과반수 표결로 뒤집을 수 있게 하거나 법관 인사권을 가진 사법선출위원회의 정부 측 인사 비중을 늘리는 등, 입법부와 행정부의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을 증가시키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내용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사법 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오며 "이스라엘 민주주의 퇴보"라는 비판까지 쇄도했다. 지난해 1월 7일에는 무려 5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사법개혁 반대시위에 참여했다. 이스라엘 건국 후 사상 최대 시위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 전쟁이 터지자 외부의 공세에 집중하며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던 참이었다. 여기에 휴전협상이 급물살을 탔음에도 헤즈볼라에 선제공격을 한 이스라엘군의 행보를 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초조함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중이다.
설상가상 미국도 심상치 않다.
이번 헤즈볼라와의 난타전 직후 미국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만 그와 비례해 전쟁을 멈추려 한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은 하니예 암살 이후 네타냐후 총리에게 "나한테 헛소리 좀 작작 하라"(stop bullshitting me)는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고, 21일에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가자전쟁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과 중동 긴장 완화를 위해 휴전협상이 시급하다"고 압박한 바 있다.
11월 미 대선에서 '아즈라함 협정 설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작은 희망이 생긴다. 그러나 이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톱다운 방식의 회담을 시도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캐릭터를 고려하면 마냥 낙관할 수 없다. 심지어 카멀라 부통령은 이란 핵협상을 추진하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급진적이다. 결국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시간'이 없다. 이는 벌여놓은 일이 많은 네타냐후 총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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