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개벽뉴스

슈퍼박테리아 확산이 초래하는 '後항생제시대'

2010.09.17 | 조회 5281

국내 슈퍼박테리아 이미 확산


마지막 항생제 카바폐넘계도 무력화

"병원 한 번 찾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던 한 아이가 어느 날 고열에 시달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지속돼 병원에 가니 요로감염이었다. 치료를 해도 차도가 없던 아이는 패혈증 증세를 보이다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이것은 장차 인류에 닥칠 '후항생제시대'에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가상시나리오다. 이 아이는 지역사회에서 이미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습득해 항생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어 사망에 이른다. 세균이 내성을 획득하게 되면 항생제가 있어도 치료가 안 된다. 이미 의학계에선 모든 항생제가 거대하고 강력해져버린 세균을 이겨낼 수 없어 항생제가 없던 시대와 다를 바 없는 후항생제시대가 도래했다고 경고한다.

국내도 이미 항생제 내성균이 활개를 치고 있으나 전파양상과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인도 파카스탄에서 출현하여 영국으로 옮겨졌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슈퍼박테리아가 확산되고 있어 의학계가 긴장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 국내에 이미 퍼졌다
최근 영국에선 NDM-1(New Delhi Metallo-one)효소를 가지는 '슈퍼버그'가 지역사회로 확산되어 충격을 주었다. 주로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서 발생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병원과 교도소, 체육관, 탈의실 등에서도 발생해 건강한 사람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고 영국 카디프대 전염병 국제연구팀이 경고했다.

이후 NDM-1과 같은 클래스에 속하는 VIM-2(Verona Metallo-beta-lactamas)라는 효소를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2000년 부산의 한 의료기관에서 검출됐다. 이를 발견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세균내성연구소 정석훈 교수는 VIM-2 효소를 갖고 있는 아시네토박터균(Acinetobacter ·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이 카바페넴계(Carbapenems) 항생제에 내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아시네토박터균이란 포도당 비발효 간균의 일종으로서 NDM이나 VIM과 같이 클래스 B에 속하는 슈퍼박테리아다. 얼마 전 일본 도쿄의 한 대학병원에서 입원 환자 53명에게 아시네토박터균이 검출되었다. 그중에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원인은 아시네토박터균에 감염된 50대 일본 남성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병원내 환자들에게 급속도로 퍼진 것이다. 주로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키며,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와 같은 병원 내 감염에 대해 연세대 세브란스 세균내성연구소 정석훈 교수는 "아시네토박터균은 병원내 입원환자들의 인공호흡기나 수술시 침투하게 된다”며 “감염되면 폐렴이나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이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아시네토박터 내성률이 3%도 안되는 반면 국내에선 유독 높게 발생되고 있어 의료계는 긴장하고 있다. 지난 6일 질병관리본부는 2007~2009년 우리나라 종합대학병원 등 의료기관 13~2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카바폐넘계 항생제 내성을 가진 아시네토박터균 내성률이 2007년에 40%였으나 현재는 70%에 이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이 전문가들은 아시네토박터균이 최근 10년 사이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확산되었으며, 국내 대학병원에서도 병원 감염으로 흔히 발생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한다.
인류보다 오랜 세월을 연명해 온 슈퍼박테리아
수백 년 전 항생제가 없던 시기에 인류는 천연두, 홍역, 말라리아, 콜레라, 이질, 설사, 폐렴. 폐혈증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항생제가 없어 세균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던 시기를 "前(전) 항생제 시대"라고 한다.

이후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경이 푸른곰팡이(Penicillium notatum)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하면서 "항생제 시대"를 열었다. 페니실린은 인류의 수명을 연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2차 세계 대전에 참가한 군인들이 병원균의 감염으로부터 목숨을 지켰다. 불치병으로 치부됐던 폐렴, 디프테리아, 파상풍도 손쉽게 치료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정 교수는 플레밍경이 페니실린을 발견했을 당시 워싱턴 포스터지 인터뷰에서 '항생제가 인류에게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페니실린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남용 할 경우 내성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고 언급했다. 플레밍경의 주장대로 세균은 즉각적인 반격을 가했다. 페니실린이 상용화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페니실린에 내성을 가진 돌연변이 세균이 등장했다.

항생제를 개발하는 데 소용되는 시간은 20여년이지만 세균이 내성을 획득하는데는 불과 1년여 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페니실린을 대체한 메티실린(methicilline)이 만들어졌으나 내성을 갖게 된 황색 포도상구균(그람양성세균)이 퍼졌다. 1950년대에 황색 포도상구균을 대적하는 반코마이신이 만들어졌다.

이후 1961년 영국에서 죽음의 세균이라고 불리는 MRSA(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이, 1996년 일본에서는 VRSA(Vancomyc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상구균)이라는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했다. 슈퍼 박테리아 VRSA는 면역력이 약해진 인체에 침투할 경우 단일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고 몇 가지 항생제를 혼합해 사용해도 완치를 확신하지 못하며, 심해지면 치명적인 패혈증을 유발한다.

이후 1980년대엔 최후의 항생제 카바폐넘이 개발돼 세균에 대항해왔다. 하지만 2000년 미국에서 카바폐넘을 가수분해하는 폐렴간균(그람음성세균) 발생했고, 중국 상하이에서도 집단감염을 일으켰다. 이에 미국에서는 FDA와 함께 항균제 내성 세균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그리스에서 처음 발견된 GES-5라는 카바폐넘계내성 세균은 치료가 거의 불가하며, 2003년 국내에서도 사례가 발생했다.

이처럼 인류역사는 세균과 항생제의 전쟁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정 교수는 “카바폐넘계 항생제내성 세균은 이미 지역사회에 많이 퍼져있는 상태에 있다”라며 “세균들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언제 인간을 공격할지 모른다”라고 언급했다.

페니실린 항생제에서부터 마지막 항생제인 카바폐넘까지 수많은 항생제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동안 세균은 거대하고 강력한 슈퍼박테리아를 만들어내 현재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후항생제시대...더 이상 세균을 대적할 수 없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많은 항생제를 만들어 세균과의 전쟁을 해 왔으나 이젠 더 이상 세균을 대적할 만한 항생제가 없는 "後(후) 항생제시대"에 돌입했다. 세균은 인간보다 훨씬 오래됐으며 세균이 한번 분열을 시작하면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번식한다. 세균은 항생제에 노출이 많이 될수록 항생제 내성을 획득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방법은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 교수는 “어떤 강력한 항생제도 세균을 물리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후항생제시대에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며 “지금은 세균들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언제 침투할 것인지를 알지 못하는 위태로운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몇몇 병원에서는 마지막 항생제 카바폐넘계로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콜리스틴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콜리스틴약제는 신장에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신독성이 있어 한때 퇴출됐던 약제다. 하지만 생명이 위독한 중환자들에게는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의료진들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 의과대학 세균내성연구소 정 교수팀은 수년 전부터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 분리된 주요 세균의 항생제 내성양상을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슈퍼박테리아의 심각성을 알리고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항생제 내성균의 현황 및 전파원인과 경로를 파악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정 교수는 “항생제 내성의 치료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지 못한다면 기존의 항생제를 적절히 조합해 사용할 수 있는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고 설명한다. 이어 “현재로선 최대한 내성균의 전파 확산을 막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국가 간에 유행하는 카바폐넘계 내성이 다르고 항생제의 오남용이 발생되고 있어 대책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00년대부터 미국과 영국에서도 슈퍼박테리아 퇴치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슈퍼박테리아의 기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태초부터 수없이 변화된 환경속에서도 현존해 온 세균은 인간의 어떠한 공격에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던 것이다. 카바폐넘계 이후 더 이상의 항생제가 없는 현 시점에 인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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