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고 죽지않는 신인류의 시대 온다

2010.09.09 | 조회 4337

미래학자 연쇄 인터뷰 ‘인류의 진화’ 전문가 코르데이로 박사


변화는 무섭게 가속도를 내고 있다. 3000년 농경시대, 200년 산업시대, 50년 정보화시대…. 그 다음에 올 해일은? 조선일보는 5만여개 미래연구소·대학 등이 소속된 세계 최대의 미래학자 집단 ‘세계미래기구연구협의회’와 ‘유엔미래포럼’ 한국 지부와 공동으로 각 분야 최고의 미래학자들을 연쇄 인터뷰했다. 이들이 예측한 거대 트렌드 속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키워드가 숨어 있다.

베네수엘라의 미래학자 호세 코르데이로(Cordeiro·44) 박사와의 인터뷰는 SF(공상과학) 소설을 접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인류가 ‘인위적 진화’를 하는 중이며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인간이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카라카스 상공회의소 건물 밖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 구호로 어수선했지만 그의 설명은 논리정연했다. 최신 자료들을 잔뜩 쌓아두고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설명 중간중간에 관련 페이지를 펴 보이기도 했다.




▲코르데이로 박사는 생명공학에서 나노기술까지 첨단과학의 최신 성과를 종횡무진하며 인류의 미래를 그려냈다. /카라카스=전병근특파원


“인간은 생물학적 진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결함투성이다. 이제 과학기술에 의해, 시행착오 없이 의도적인 고안(design)에 의해 더 빠르고 이상적인 진화를 이루게 된다. 인간의 영생은 불가능한 게 아니다. 과학기술의 성과를 감안하면 시간 문제일 뿐이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인 현생 인류를 대체해, 진화의 종착점에서 나타날 신인류를 ‘포스트 휴먼(posthuman)’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그 중간 단계인 ‘트랜스 휴먼(transhuman)’으로 진화하는 중이라고 했다.〈키워드〉

“포스트 휴먼 단계에 등장하는 신인류는 늙지 않으며 원하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가령 우리는 특수장치나 장기이식을 통해 조만간 어떤 동물보다 잘 들을 수 있고 멀리 볼 수 있다.”

기자가 “꿈처럼 들린다”며 고개를 갸웃하자, 그는 옆방에서 화이트 보드까지 끌고 와 설명을 더했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2020년에는 텔레키네시스(telekinesis), 즉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10년 안에 어떤 장기(臟器)도 복제를 통해 대체 가능해진다. 뇌세포의 뉴런(신경세포)까지 교체할 수 있게 된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보다 처리속도가 빠른 컴퓨터가 2029년 개발될 것으로 예측한다.”

―‘신인류’란 어떤 존재인가?

“지금의 휴먼과는 다른 종이 될 수 있다. 우주가 시작했을 때 생명은 단세포 한 가지였지만 그후 다세포로, 다양한 종으로 진화해갔다. 우리는 지금도 진화 중이다. 영화 스타워즈에 보면 많은 문명이 나온다. 미래가 그럴 것이다. 점점 생물학적인 한계가 없어진다.”

“우리는 이제 인체의 구성물질을 알게 됐다. 원하면 힌두교의 신처럼 팔을 네 개나 달 수도 있고, 눈도 세 개를, 그것도 하나는 머리 뒤에 가질 수도 있다. 실제로 귀 뒤에 시(視)신경을 연결해서 볼 수 있게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더 새로운 생명의 유형이 나올 것이고 더 흥미진진한 우주가 될 것이다.”

―영화 ‘X맨’의 주인공(돌연변이 초능력자)처럼 된다는 이야기인가?

“만화적이지만 비유는 될 수 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달라지고 싶어한다. 어떤 이는 날개가 생겼으면 하고 어떤 이는 바다에서도 살았으면 한다. 어떤 이는 신체의 특정 기능이 발달했으면 한다. 이 모든 바람들이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으면서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이 과학적으로 가능한가?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쥐의 수명 연장에 대해 연구 중이다. 쥐의 유전자는 인간과 90%가 같다. 통상 쥐의 수명은 2년이다. 현재 5년까지 사는 쥐가 나왔다. 불과 2년 전에 시작된 연구의 성과다. 인체의 세포에는 두 가지 불사(不死) 유형이 있다. 좋은 것은 생식세포이고 나쁜 것은 암세포다. 정자와 난자는 나이를 안 먹는다. 암세포도 다른 장기에 들어가서까지 끝없이 자가증식을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 암세포가 늙지 않는 원인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다른 세포도 이런 세포처럼 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 ▲/일러스트=김성남 toy4613@naver.com


    ―불멸·영생은 종교적 믿음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같은데.

    “모든 종교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한계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한 일종의 신화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내세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이제 노화의 문제를 알고 유기적 운동을 재연까지 할 수 있다. 생명공학·정보기술·나노기술 등의 발달로 인간은 이제 마음먹은 대로 진화할 수 있다. 과학기술을 통해 생사의 신비가 풀리고 인위적인 수명 조절이 가능해지면 종교는 힘을 잃게 될 것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미국 국제정치학자)는 퓨처리즘(미래주의)을 21세기의 ‘위험한 사상’으로 꼽았는데.

    “위협을 느끼는 것은 인간에 대한 고전적 정의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인류 자체가 어떤 류의 영장류에서 진화했다. 인간도 ‘포스트 멍키’다. 우리는 여기서 더 진화할 것이다. 왜 포스트 멍키나 휴먼 단계에서 고착돼야 하나. 포스트 휴먼으로 나갈 수 있는데. 고대 인간에 비해서 현대 인류는 이미 진화했다. 벌거벗었던 고대인에 비해 우리는 안경이나 옷 같은 것을 신체의 일부처럼 여긴다. 인공 팔이나 장기도 자연스런 일부처럼 여길 날이 온다.”

    ―당신 말대로라면 미래의 생활은 엄청난 변화가 올 것 같다. 결혼이나 가족 제도는 어떻게 될까.
    “200년 동안 한 사람과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모노거미(일부일처제)는 폴리거미(복수 파트너제)로 바뀔 것이다. 자녀관도 바뀐다. 자식을 낳는 주 이유는 죽지 않고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가 영생할 수 있으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아이를 낳기보다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가족의 구성도 다양한 형태가 등장할 것이다. 노화의 조절로 ‘아버지’, 즉 전(前)세대가 자식, 즉 후(後)세대보다 더 젊게 오래 살 수도 있다. 출생연도에 기반한 생물학적 나이도 무의미해진다.

    ―인간의 개량종, 혹은 인간과 기계의 결합인 사이보그의 출현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그것은 그때 가서 그들이 결정하게 놔둬야 한다. 우리는 공생을 배워야 한다. 생물체가 존재하려면 공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최종의 종(種)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른 종이 출현할 즈음에 이르러 우리는 공존의 방법도 알게 될 것이다. 역사상 모든 기술적 진보에 대한 첫 반응은 두려움이었지만 우리는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인터뷰가 4시간을 넘기면서 밖이 어둑어둑해졌다. 일어서면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죽기 전에 영생이 가능해질 거라고 보나?” 그의 답은 거침없었다. “물론이다. 사고로 죽는 일만 없다면.”

    ▶▷ 코르데이로 박사는

    MIT 공학박사. 미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경제·비교정치를 연구 했고, 프랑스 INSEAD(유럽경영 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거쳤다. 세계 트랜스휴머니스트협회 창립 이사로서 유엔미래포럼 등 미래학과 관련한 국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 중앙대학교(UCV)의 교수로 있으면서 유엔미래포럼의 국가미래지수 프로젝트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키워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원인(猿人) 원인(原人) 구인(舊人)의 생물학적 진화를 거쳐 4만~5만년 전 등장한 현 인류. ‘지혜 있는 인간’이라는 뜻. ▲트랜스휴먼(transhuman):기술을 통해 지적·육체적 능력이 진화된 인간. 포스트휴먼으로 가는 중간 단계. ▲포스트휴먼(posthuman):미래에 나타날 영생(永生)하는 새로운 인간. 늙지도 죽지도 않으며,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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