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도 없다"…지구촌 의료장비 쟁탈전 격화

2020.04.10 | 조회 464

"동맹국도 없다"…지구촌 의료장비 쟁탈전 격화

세계일보 2020-04-06 


코로나 위기에 가로채기 등 빈번 / 美, 獨 주문 마스크 20만장 빼돌려 / 獨 “泰서 美로… 현대판 해적행위” / 佛도 “中 수입물량 美에 뺏겨” 주장 / 의료장비 가로챈 주체 등도 불명 / 대규모 공급난속 각국 수출 통제 / 의료장비 각축전은 더 심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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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심부 대대적 방역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중심부의 텅 빈 매디슨가에 대대적인 방역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이날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었다. 로스앤젤레스·뉴욕=AFP·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전 세계적 품귀 현상을 빚는 마스크,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는 미국 측이 웃돈을 주고 물량을 가로챘다고 의심하면서 ‘해적질’이라고 맹비난하는 등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맺어진 대서양 양안 동맹이 사상 초유의 감염병 위기 속에서 금이 가는 모양새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주 고위 관료인 안드레아스 가이젤은 전날 주당국이 주문한 20만장의 마스크가 태국 방콕에서 갑자기 미국으로 행선지를 틀었다며 “미국이 현대판 해적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위기 상황이라지만 서부개척 시대 같은 (약탈)방식을 써서는 안 된다”며 “대서양 동맹국을 대하는 태도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에서는 최소 3개 지역의 당국자들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려던 물량을 미국 측이 서너 배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내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일드프랑스 지방의 발레리 페크레스 광역의회 의장은 AFP통신에 “미국인들이 막후에서 현금을 제시하며 돈벌이에 혈안이 된 업자들 구미에 맞게 행동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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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앙제 인근의 한 의료용 마스크 공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프랑스에서 의료용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올해 말까지 의료용 마스크 생산의 완전 독립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파리 AP=연합뉴스

브라질 당국자는 미국의 수요가 세계 공급량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브라질 보건장관은 미국이 의료보호장구를 수송하기 위한 대형 화물기를 중국에 보내고 있다면서 “우리가 기대했던 마스크, 인공호흡기 공급이 상당 부분 무산됐다. 구매 물량 1차분은 받았으나, 계약서에 서명을 완료하고 대금을 치를 준비까지 한 2차분은 업자들이 ‘물량이 없다’며 안 보낸다”고 말했다.


의료장비 가로채기의 정확한 주체가 누구인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독일 타게스슈피겔은 베를린주가 놓친 물량이 미 제조업체 3M의 중국 공장에서 수입하려던 것이라고 전했으나, 3M 측은 “그런 주문 기록이 없다”고 해명했다. 프랑스 주재 미 대사관도 “미국은 중국발 프랑스행 마스크를 구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프랑스의 물량을 가로챈 미국 측 당사자가 민간 기업 또는 미국 내 각 주정부의 구매를 대행하는 전문 중개업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앞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50개주가 인공호흡기를 놓고 경매를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연방정부까지 입찰경쟁에 뛰어들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미국 내 치열한 물량 확보 경쟁에 대해 토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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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장비 수송 분주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의료 장비와 물자를 싣고 중국을 출발해 4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프란츠 리스트 국제공항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안토노프항공 소속 화물 수송기에서 직원들이 짐을 내리고 있다. 부다페스트=AFP연합뉴스

대규모 공급난 속에 각국의 수출 통제 움직임까지 겹쳐 의료장비 쟁탈전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대통령에게 주요 물품 생산과 관련한 광범위한 통제 권한을 부여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일 3M이 마스크를 수출하는 것과 관련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3M 측이 이를 두고 반인도주의적 처사로 타국의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도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않는다면 매우 거칠게 대하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프랑스 한 업체는 단골손님인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개인보호장비를 수출하려다 세관에서 차단당했다.

한때 터키 정부가 자국민 환자 치료가 우선이라며 스페인이 결제까지 마친 인공호흡기 구매분을 몰수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터키 외무부는 “94개국이 터키에 의료물자 수입을 요청해왔다. 수출하려면 보건당국 승인이 필요하다”며 ‘몰수설’을 부인했다. 터키는 “스페인 수출이 허가된 인공호흡기 116대는 며칠 안에 전달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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