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교수 "선진국·신흥국 동반침체 리커플링 온다"
루비니 교수 "선진국·신흥국 동반침체 리커플링 온다" 세계지식포럼 참가 루비니교수 매경인터뷰 "아직 퍼스트딥도 못벗어나" | |
기사입력 2010.10.10 19:02:18 | 최종수정 2010.10.11 07:32:08 |
"지금은 디커플링을 논할 때가 아니다. 선진경제 침체가 계속되면 선진ㆍ아시아경제 간 강력한 리커플링(recoupling)이 시작될 것이다."
제11회 세계지식포럼(10월 12~14일)에 참석하는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의 경고다. 선진 경제 더블딥 염려감을 키웠던 그가 이제는 선진ㆍ신흥 경제의 동반 침체 가능성을 들고 나온 것이다. 세계지식포럼 현장에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루비니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최근 거시경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일희일비를 거듭하며 갈지(之) 자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루비니 교수가 과도하게 더블딥 리세션(침체)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나의 기본적인 입장은 더블딥이 아니다(My baseline is not the double dip)"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루비니 교수는 "더블딥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봐야 더블딥 경기침체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아직 그 가능성을 40%로 보고 있다"며 "다른 경제전문가들에 비해 더블딥 발생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더블딥 가능성을 높게 보는 가장 큰 이유로 그는 선진국 경제의 지속적인 경기침체를 지목했다. 루비니 교수는 "2분기 미국 성장률은 정상적인 트렌드를 한참 밑도는 1.7%"라며 "3분기와 4분기에는 성장률이 1% 수준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저성장률, 고실업률, 주택가격 하락, 은행 도산, 재정적자 확대, 대중국 무역마찰 확대 등 굳이 더블딥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더라도 미국 경제는 실질적으로 경기침체 국면에 빠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일본은 물론 스페인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가도 성장률이 정체되거나 역성장하고 있다"며 "사실 이들 국가의 경우 첫 번째 침체(First Dip)에서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더블딥 위험을 논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루비니 교수는 신흥시장의 경우 선진 경제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크고 국가재정이 건전한 데다 민간ㆍ공공부채 규모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더 나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결론은 아시아 경제가 선진경제 침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선진경제 침체가 심화될수록 디커플링을 말하기보다는 리커플링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며 "선진경제 침체가 글로벌 무역거래 축소, 국제자본 이동 위축, 환율전쟁 야기, 리스크 회피 성향 확대 등의 채널을 통해 아시아지역에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앞으로 선진 경제와 아시아 등 신흥경제 간 리커플링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될까. 루비니 교수는 "신흥시장 경제가 얼마만큼 약세를 보일지는 미국 유로존 일본 경제가 얼마만큼 추락할지에 달려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기의 전염은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이 감기에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 유럽 일본이 단순히 재채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폐렴이라도 걸리면 리커플링 강도가 커지면서 아시아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2008년 겪었던 글로벌 경기침체만큼 심각한 경기하락세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루비니 교수는 이미 선진 경제와 리커플링 현상이 아시아 일부 지역과 남미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암울한 경기전망에도 불구하고 미 증시가 지난 한 달간 10% 가까이 급등하는 등 전 세계적인 증시 랠리가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한 루비니 교수의 생각을 들어봤다.
경기선행 지표인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 자체가 더블딥 경기침체 전망과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증시의 선행지표 기능에 대한 의구심부터 내놨다. 루비니 교수는 "통계적으로 증시 움직임은 75% 정도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5차례 정도 베어마켓랠리(대세 하락추세 속에 반짝 반등하는 것)가 나타났다"며 "증시가 경기 선행지표라는 주장에 회의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환율전쟁 발생 가능성과 관련해 루비니 교수는 위안화 가치 절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루비니 교수는 "어느 누구도 중국이 급진적으로 변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1년에 5~6% 정도만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다소 안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일본 제외) 점진적인 통화가치 상승 자체가 글로벌 리밸린싱ㆍ경상수지 불균형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루비니 교수는 비관론의 정점에 서 있는 닥터 둠의 대부다. 루비니 교수는 2008년 9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용어설명...
리커플링(recoupling):선진국과 신흥국 경제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에서 벗어나 다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재동조화 현상을 의미한다. 디커플링 전에는 양측 경제가 동조화되는 커플링 현상이 두드러졌었다.
[박봉권 기자 / 신헌철 기자 / 차윤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11회 세계지식포럼(10월 12~14일)에 참석하는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의 경고다. 선진 경제 더블딥 염려감을 키웠던 그가 이제는 선진ㆍ신흥 경제의 동반 침체 가능성을 들고 나온 것이다. 세계지식포럼 현장에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루비니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최근 거시경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일희일비를 거듭하며 갈지(之) 자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루비니 교수가 과도하게 더블딥 리세션(침체)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나의 기본적인 입장은 더블딥이 아니다(My baseline is not the double dip)"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루비니 교수는 "더블딥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봐야 더블딥 경기침체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아직 그 가능성을 40%로 보고 있다"며 "다른 경제전문가들에 비해 더블딥 발생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더블딥 가능성을 높게 보는 가장 큰 이유로 그는 선진국 경제의 지속적인 경기침체를 지목했다. 루비니 교수는 "2분기 미국 성장률은 정상적인 트렌드를 한참 밑도는 1.7%"라며 "3분기와 4분기에는 성장률이 1% 수준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저성장률, 고실업률, 주택가격 하락, 은행 도산, 재정적자 확대, 대중국 무역마찰 확대 등 굳이 더블딥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더라도 미국 경제는 실질적으로 경기침체 국면에 빠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일본은 물론 스페인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가도 성장률이 정체되거나 역성장하고 있다"며 "사실 이들 국가의 경우 첫 번째 침체(First Dip)에서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더블딥 위험을 논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루비니 교수는 신흥시장의 경우 선진 경제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크고 국가재정이 건전한 데다 민간ㆍ공공부채 규모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더 나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결론은 아시아 경제가 선진경제 침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선진경제 침체가 심화될수록 디커플링을 말하기보다는 리커플링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며 "선진경제 침체가 글로벌 무역거래 축소, 국제자본 이동 위축, 환율전쟁 야기, 리스크 회피 성향 확대 등의 채널을 통해 아시아지역에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앞으로 선진 경제와 아시아 등 신흥경제 간 리커플링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될까. 루비니 교수는 "신흥시장 경제가 얼마만큼 약세를 보일지는 미국 유로존 일본 경제가 얼마만큼 추락할지에 달려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기의 전염은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이 감기에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 유럽 일본이 단순히 재채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폐렴이라도 걸리면 리커플링 강도가 커지면서 아시아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2008년 겪었던 글로벌 경기침체만큼 심각한 경기하락세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루비니 교수는 이미 선진 경제와 리커플링 현상이 아시아 일부 지역과 남미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암울한 경기전망에도 불구하고 미 증시가 지난 한 달간 10% 가까이 급등하는 등 전 세계적인 증시 랠리가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한 루비니 교수의 생각을 들어봤다.
경기선행 지표인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 자체가 더블딥 경기침체 전망과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증시의 선행지표 기능에 대한 의구심부터 내놨다. 루비니 교수는 "통계적으로 증시 움직임은 75% 정도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5차례 정도 베어마켓랠리(대세 하락추세 속에 반짝 반등하는 것)가 나타났다"며 "증시가 경기 선행지표라는 주장에 회의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환율전쟁 발생 가능성과 관련해 루비니 교수는 위안화 가치 절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루비니 교수는 "어느 누구도 중국이 급진적으로 변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1년에 5~6% 정도만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다소 안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일본 제외) 점진적인 통화가치 상승 자체가 글로벌 리밸린싱ㆍ경상수지 불균형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루비니 교수는 비관론의 정점에 서 있는 닥터 둠의 대부다. 루비니 교수는 2008년 9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용어설명...
리커플링(recoupling):선진국과 신흥국 경제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에서 벗어나 다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재동조화 현상을 의미한다. 디커플링 전에는 양측 경제가 동조화되는 커플링 현상이 두드러졌었다.
[박봉권 기자 / 신헌철 기자 / 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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