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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중국에 사우디까지…‘달러 패권’ 균열의 시작

2023.04.08 | 조회 157

러시아·중국에 사우디까지…‘달러 패권’ 균열의 시작


한겨레 2023. 4. 8.


[[한겨레S] 지정학의 풍경][한겨레S] 지정학의 풍경




속도 내는 ‘탈달러’

우크라 전쟁 뒤 미국 ‘달러 무기화’

각국, 무역·외환보유 달러 비중 축소

브라질·아르헨·인도 ‘탈달러’ 모색

‘디지털 결제’도 ‘패권 이동’에 한몫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1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정부청사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1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정부청사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국제 질서에서 미국의 패권은 군사력과 달러로 지탱된다. 달러는 국제 교역에서 지불 수단이고, 각국 외환보유고의 주축이다. 달러가 없는 국가는 현재 국제 경제 질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 달러 패권에 요즘 균열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브라질과 중국이 양국 교역에서 달러를 배제하고 자국 통화들인 위안-헤알로 거래한다는 합의를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통한 달러 패권에 도전한 최대 성과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뒷마당인 남미에서 최대 국가이자 미국의 우방인 브라질이 중국의 그런 시도에 호응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탈달러 움직임은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한 러시아에 대한 미국 주도의 제재로 촉발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속화됐다. 미국이 러시아의 외환 및 금융거래를 막아버리는 제재를 했는데, 이는 달러 거래망에서 배제한 것이다. 미국의 달러 무기화를 본 각국은 달러 의존도를 줄여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는, 무역과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려고 한 것이다.


‘달러 패권’ 버팀목 사우디의 이탈


제재를 받는 당사자인 러시아,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 주도로 시작된 이런 움직임은 달러 패권을 지탱하는 주요 축인 석유 거래에서 달러 결제를 담보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세하며 탈달러 추세로 확장됐다. 러시아는 2012년에 보유했던 약 1500억달러 상당의 미 재무부 채권을 2018년 들어서부터는 모두 털어버렸다. 중국은 2013년 약 1조3천억달러의 미 재무부 채권을 보유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2022년 1월에는 1조1천억달러로 줄였다. 사우디는 2020년 2월 1850억달러에서 2022년 1월 1190억달러로 대폭 줄였다.


특히 사우디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석유 대금의 위안화 결제를 중국과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고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사우디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브라질의 위안-헤알화 교역 합의가 발표된 당일에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상하이 천연가스거래소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액화천연가스 6만5천톤 매입을 위안화로 결제하며 더 구체화됐다. 액화천연가스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는 처음이다. 중국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14일 사우디 국영은행과 위안화 대출 협력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이 위안화가 양국 교역에서 쓰인다는 의미다.


사우디의 탈달러 움직임은 달러 패권 체제에서 큰 균열이 될 수 있다. 미국 달러는 1960년대 미국 무역적자가 가중된 끝에 1971년 8월 미국이 태환 체제(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방식)를 정지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이는 1973년 오일쇼크로 가중됐다. 하지만 미국은 1974년 오일쇼크를 주도했던 아랍 산유국의 맹주 사우디와 ‘페트로달러’ 체제를 확립함으로써 달러 패권을 굳힐 수 있었다.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결제하고, 사우디는 석유로 얻은 달러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한편 미국 무기를 구매한다는 합의였다. 미국은 사우디에 확고한 안보공약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로써 산유국의 오일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회귀해, 미국의 국제 수지를 크게 개선하는 한편 달러의 가치와 힘을 지탱하게 해줬다.


이런 페트로달러 체제의 주축인 사우디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러 진영이 주도하는 탈달러 시도와 결합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되던 2021년 11월 화상 정상회담에서 “제3자(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금융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겠다”며 달러 거래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국제 금융망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제재가 미국 주도로 발동되자,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 교역에서 위안-루블화 결제를 전면화했다.


”달러 대안 나올 것” 미국에 경고


중-러 위안-루블화 결제액은 전쟁 전인 2021년 1월 22억위안에서 올해 1월 2010억위안으로 90여배나 늘었다. 러시아 재무부는 2022년 12월30일 약 1865억달러 상당의 국부펀드(NWF)에서 위안화 비중을 기존에 비해 두배인 60%, 금은 4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달러와 유로, 엔 자산을 사실상 0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는 지난 3월 기준으로 1400억달러 상당의 위안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중국에 석유 등 원자재를, 중국은 러시아에 공산품을 교환하면서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는 한편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아르헨티나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아르헨티나의 한 신문에 공동기고를 통해 “우리는 거래 비용과 대외적 취약성을 줄이고, 양국의 금융, 상업 흐름에 사용되는 공동의 남미 통화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값싼 러시아 석유의 주요 수입국인 인도는 양국 교역에서 루블-루피화 결제를 확대한 데서 나아가 아랍에미리트연합과도 비석유 제품 거래에서 루피화 결제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 1월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솝 이스학 연구소의 국제 콘퍼런스에서 조지 요(양룽원) 전 싱가포르 외교 및 통상산업 장관은 “미 달러는 우리에게 저주를 걸고 있다”며 “국제 금융 시스템을 무기화하면, 이를 대체할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동남아 국가들이 달러를 대체할 통화 시스템을 논의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달러는 현재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에서 60%를 차지하며, 여전히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통화로 남아 있다. 국제통화 전문가인 배리 아이컨그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난달 26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에서 최근 탈달러 움직임은 디지털 결제 시스템의 확산이 겹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달러가 없어도 가능한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확산되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탈달러 움직임에서 반미 혹은 중국의 도전이라는 요인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달러 지배력과 패권이 서서히 잠식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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