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산다는 건

며칠 전 흥미로운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바로 ‘유전자 검사’ 도구였다. 내 몸의 유전자를 검사해서 비만, 불면증, 탈모 등과 몸속 미생물에 대한 유전적 특성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흥미가 가는 광고이긴 했다. 나 자신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나간다면, 인류가 생긴 이래 지속되어 온 무병장수의 꿈이 절대로 멀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60대 하면 노년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과연 그러할까? 100세를 넘어 120세 이상까지 사는 시간대인 지금, 우리는 장수와 함께 노화老化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우리가 기존에 인지하고 있는 노화의 정의는 ‘부상, 질병, 환경 위험이나 안 좋은 생활 습관이 없어도 시간이 흐르면서 일어나는 신체 기능의 불가피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쇠퇴’를 의미한다.

100세까지 사는 시대 환경 속에서, 현재 우리가 가진 노년의 이미지는 결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주변에서 보듯 산소호흡기와 온갖 약물, 여러 화학 요법과 방사선 요법 그리고 수술 또 수술, 마지막으로 닥쳐오는 엄청난 의료비. 오래 살긴 하지만 우리는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어 가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모습일까? ‘원래 그런 것이야.’ 하고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것일까?

이런 통념이, 그 모든 생각이 틀렸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면? 노화와 수명, 인간에 대한 정의를 뿌리째 뒤엎으며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알리는 책이 나왔다. 바로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A. Sinclair 박사의 25년 장수 연구를 집대성한 걸작 『노화의 종말』이다.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인 노화老化

인류 시원 문명인 환국桓國을 다스리던 일곱 분의 환인桓因께서는 평균 471년을 통치하셨다. 뒤를 이은 배달倍達(밝달)국 열여덟 분의 환웅桓雄님도 평균 87년 정도를 재위하셨다. 어느 정도 성인이 되어서 즉위했다고 하면 태고 시절 우리 조상님들의 수명은 상상을 초월하게 되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천지의 법칙을 지켰고, 양생養生과 수행修行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 상황은 어떠한가? 우선 이 책에서 노화는 정상이 아니라 “질병”이며, 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화는 늦추고, 멈추고, 심지어 되돌리기까지 할 수 있다.”라는 저자의 주장은 놀랍고 충격적이다.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인 노화’ 이 말 자체만 해도 얼마나 희망이 넘치는가? 늙지 않으니 죽음도 늦어지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어떻게 보면 죽음을 성찰省察했기에 우리 삶의 깊은 의미를 비로소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삶과 죽음에 대해 과학자가 던지는 진지한 성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하버드 연구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연구실과 연구자가 지금껏 거두어 온 연구 성과를 낱낱이 집대성해 보여 주고 있다. 지난 100년에 걸친 노화 연구의 역사를 문학적인 아름다운 문장들로 친절하게 소개하고, 수명이란 관점에서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찰하고 있다. 여기에 노화를 늦추는 실질적인 조언들이 가득 담겨 있고, 이를 저자는 직접 실천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

저자는 지금으로부터 4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태초의 생명체가 끔찍한 지구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추었던, 그리하여 진화 과정에서 오늘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에게 발전된 판본으로 유전되어 온 ‘생존 회로(Survival Circuit)’가 노화의 유일한 근본 원인임을 밝혀낸다.

생존 회로는 역경을 겪을 때 성장과 번식에 쓰는 에너지를 수선修繕 쪽으로 돌리도록 진화한 세포 내의 오래된 제어 시스템이다. 역경에 대처한 뒤에 이 시스템은 완전히 복원되지 않을 수 있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르면서 후성 유전체가 교란되고 세포가 정체성을 잃으면서 노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후성유전적 정보 상실, 즉 ‘노화의 정보 이론’으로 정리해 냄으로써. ‘삶이 끝나야 한다고 말하는 법칙은 없다.’, ‘생명의 상한은 없다.’라는 유례없는 도전과 통찰을 우리 앞에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책의 주요 특징은 ‘앞으로 장수는 고통스러운 생명의 연장이 아니다. 아무런 질병과 장애 없이 더 젊고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사는 건강수명健康壽命(disability adjusted life expectancy)의 획기적 연장이 가능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인다.’는 것이다.

항노화제와 장수약 및 건강수명 물질에서부터 노화 예방 백신, 세포 재프로그래밍과 맞춤 장기 생산, 생체표지 추적, 그리고 삶의 방식 개선법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 습관과 최첨단 과학 의료 기술을 망라하는 경이롭고 획기적인 장수의 비법들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인간의 수명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 생명을 대하는 관점, 나아가 인간과 모든 생물을 규정하는 패러다임 자체를 뿌리째 뒤집어 버리고 있다.

<,책의 주요 부분>>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도입부인 ‘들어가며’에서는, 저자의 할머니가 노쇠해 가는 모습과 체념하듯 받아들이는 죽음의 모습에서 시작하여 노화와 장수의 근원을 찾는 모험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전체 책 구조를 개관해 주고 있다.

1부에서는 노화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그간 노화에 관한 연구가 걸어온 길을 보여 준다. 저자가 ‘노화의 정보 이론(Information Theory of Aging)’이라고 이름 붙인 것으로 체계화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또한 노화를 치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질병-가장 흔한 질병-이라고 보게 된 이유를 말하고 있다. 이런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노화를 극복하고 장수를 향해 가는 길이지 않을까?

2부에서는 1부의 내용을 바탕으로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실천할 방법들을 소개하고 현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를 소개한다. 노화를 늦추거나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것, 그리하여 우리가 아는 노화라는 것을 끝장낼 수 있는, 지금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들과 개발 중인 새로운 치료법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노화라는 것을 끝장낼’이라는 이 말이 중요하다.

3부에서는 실제로 인류의 평균 수명이 120~150세로 늘어났을 때 생길 수 있는 지구 용량 문제, 소비하는 방식의 문제, 사회 보장 문제, 인식 문제, 정치적 문제 등을 다룬다. 저자는 여러 미래를 인정하면서, 우리가 손꼽아 기다리는 미래로 나아가는 길. 즉 질병이나 장애 없이 살아가는 기간인 ‘건강수명’을 점점 늘림으로써 장수할 수 있는 세계로 나가는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1부. 우리가 아는 것(과거)

이 부분은 과학 용어가 가장 많이 등장하며 약간 어렵다. 쉽지는 않지만, 실용적인 내용이 나오는 2부, 3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꼭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 노화의 원인
우리가 알고 있는 노화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DNA 손상으로 생기는 유전적 불안정성, 염색체를 보호하는 끝부분인 텔로미어telomere의 마모, 어느 유전자가 켜지고 꺼질지를 조절하는 후성유전체後成遺傳體(epigenome)의 변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기능 이상, 줄기세포의 소진, 건강한 세포에 염증을 일으키는 좀비 같은 노화 세포의 축적 등등.

저자는 모든 증상과 징표들의 더 위쪽에 존재하는 노화의 ‘단일한’ 원인이 있다고 믿으며, 노화는 “후성유전적 변화 때문에 생기는 정보의 상실”이라 말하고 있다. 생물학에는 두 종류의 정보가 존재하는데, 첫째는 디지털 정보로 DNA의 아데닌, 티민, 사이토신, 구아닌, 즉 A, T, G, C 네 가지로 된 코드를 사용하고, 둘째는 아날로그 정보로 후성유전체(epigenome)라고 불리며, 유전적 수단을 통해 전달되지 않는 유전 가능한 형질을 뜻한다.

2) 유전체와 후성유전체
후성유전체는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유전체 중 어떤 것이 언제 켜지고 꺼질지, 어떻게 발현할지를 표시하고 이 작용을 변형할 수도 있는 물질이다.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유전체는 바꿀 수 없지만, 이 후성유전체의 작용은 식사 조절과 운동 등 생활 습관을 통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유전체와 후성유전체를 피아노와 피아니스트에 비유했다. 아무리 좋은 피아노를 가지고 있어도 연주 실력이 형편없으면 좋은 연주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좋은 유전자를 타고나는 것만큼 유전자를 잘 발현시키고 활용하는 능력(후성유전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월이 가면 각종 손상의 원인이 되는 자외선, 방사선, 흡연, 외상 등에 의해서 우리 몸 안의 DNA는 계속 손상되고 끊기는데, 그렇게 되면 유전체가 불안정해지고, 후성유전체의 교란이 일어나 세포는 정체성을 상실하고 노화되며 질병과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DNA 안정, DNA 수선, 세포 생존, 대사, 세포 간 의사소통 등의 임무를 띤 단백질인 서투인Sirtuin(혹은 시르투인)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장수 유전자인 서투인이라는 단백질은 효모에서 처음 발견된 SIR2 유전자의 이름을 딴 것으로, 포유류는 서투인 유전자가 SIRT1에서 SIRT7까지 7개가 있으며, 서투인 단백질은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서투인은 히스톤을 비롯한 단백질에서 아세틸기 꼬리표를 제거하는 효소를 만들고, 이 효소는 꼬리표를 제거해 DNA의 포장 상태를 바꾸며, 그럼으로써 필요할 때 유전자를 켜거나 끈다고 한다.

이 중요한 후성유전학적 조절 인자는 세포 제어 시스템의 최상위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우리의 번식과 DNA 수선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효모가 출현한 이래 수십억 년 동안 진화한 끝에 이 유전자들은 지금 우리의 건강, 적응성, 생존 자체를 맡고 있으며, 물질대사에서 산화 환원 반응에 관여하는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라는 분자를 이용하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NAD는 줄어들며, 그에 따른 ‘서투인 활성 감소’가 젊을 때는 없던 질병들이 늙으면 나타나는 주된 이유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책에서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질병’이라고 단언했을 때는 사실 그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효모와 생쥐를 모델로 한 노화에 관련된 여러 가지 연구 결과들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가 보통 “너무 오래 살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로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활력도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끼치는 노인으로는 오래 살고 싶지 않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증산 상제님 말씀이 있다.



이는 지금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말씀해 주신 것이다. 여기서 ‘복록福祿’은 흔히 돈과 같은 재물로만 생각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제반 환경까지도 포함한 개념이다.

우선 노화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이에 관해 연구를 하고, 노화를 지연시키나 되돌리는 기술 또는 약이 나온다면, 우리가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되는 건 결코 꿈만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저자의 연구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니라, ‘ 건강수명’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면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이에 관한 이야기는 책 후반에 나오는데, 우리 자신도 행복한 고민을 해 봐야 할 것이다.



1부에서는 노화가 일어나는 원인을 서술하고, 노화를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아프기 전에 다스려야 하는 이유에 관해 각종 연구 결과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2부. 우리가 배우고 있는 것(현재)

2부에서는 1부의 내용을 바탕으로 장수의 비법과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우리가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하고, 가까운 미래에 실천할 수 있게 될 치료법에 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물론 저자가 소개하는 장수 비법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알려진 식습관과 생활 습관에 관한 내용인데, 이는 알다시피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환경의 중요성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이다. 지난 2023년 8월 24일 오후 1시 3분에 개시된 일본 후쿠시마 핵 폐수의 무분별한 방류는 일본이 저지른 최악의 범죄 중 하나로, 지구 환경뿐 아니라 인류의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중대한 일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를 비롯해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이는 ‘후성유전적 경관을 흔들지 마라’는 저자의 메시지에 완전히 배치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장수의 꿈은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서 건강해지는 개인적 차원의 실천뿐 아니라 전반적인 환경의 근본적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튼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의 핵심은 ‘비움’과 ‘상극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 몸을 약간의 결핍이나 스트레스 상태에 둠으로써 우리 생존 회로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책에는 이에 관한 여섯 가지의 지침이 나온다.

1. 적게 먹어라


열량 제한이나 간헐적 단식(16:8, 하루 16시간 이상 공복 유지), 주기적 단식을 통해서 우리는 몸의 생존 회로를 깨울 수 있고, 이는 세포의 방어 체계를 자극하고, 생존을 도모하고, 질병과 쇠퇴를 막고, 후성 유전적 변화를 최소화하고, 노화를 늦춘다고 한다. 돈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고. 그런데 참을 수 없는 야식과 간식의 유혹은 물리치기가 쉽지 않다.

2. 육식을 줄여라


저자는 육식이 보통 제공하는 아미노산은 우리 몸에 필수적이지만, 과다 섭취를 하기가 쉽다고 한다. 그리고 아미노산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보다 때로 부족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 몸의 생존 회로를 깨우고 노화를 늦춘다고 한다.

3. 땀을 흘려라!


운동이 건강한 삶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보통은 운동으로 순환계가 잘 작동하면서 혈액 흐름이 개선되고, 장기와 근육이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실상의 개선은 훨씬 더 작은 세상, 즉 세포 수준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운동은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활동으로 NAD 농도를 증가시키며, NAD 농도 증가는 생존 회로를 활성화하고, 생존 회로가 활성화되면 에너지 생산량과 근력이 늘면서 산소를 운반하는 모세혈관이 더 성장하게 된다고 한다. 건강수명을 늘리는 목적으로 하는 운동으로는 가벼운 산책보다 땀을 흘릴 정도의 숨이 차는 운동이 좋다고 한다. 하루에 몇 시간 뛸 필요까지는 없이 땀이 날 정도로 고작 10분씩만 뛰어도 생존 회로를 가동할 수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이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강한 운동 사이에 가벼운 운동을 섞어 반복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한다.

4. 저온에 노출되어라

좀 추운 듯 지내는 것이 ‘갈색 지방(brown fat)’에 든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해 수명을 연장한다고 한다. 겨울에 티셔츠 차림으로 활기차게 걷는다든지, 잘 때 얇은 이불만 덮고 자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5. 후성유전적 경관을 흔들지 마라


앞서 소개한 비법들은 몸에 약간의 역경과 세포에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장수 유전자를 자극하고 우리의 후성유전체에도 좋다. 하지만 방사선, 자외선, 심한 미세먼지, 각종 손상을 통해 DNA 끊김 등의 영구 손상이 일어나면 노화는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건강에 좋지 않은 유해 물질들을 피하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6. 먹기 좋은 알약
책에서는 위의 장수 비법을 실천할 때 나타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물질에 관해서도 소개한다. 저열량이나 저아미노산 식단 또는 운동을 통해 생존 메커니즘을 활성화하면 우리는 더 건강해지고 질병 내성을 띠면서 더 젊게 오래 살 수 있다.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이스터섬에서 발견한 장수 약물인 라파마이신, 항노화제 메트포르민, 포도에 많은 레스베라트롤, NAD 증진제(NMN) 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러한 물질들이 서투인을 활성화하여 건강한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며, 저자는 자신이 실제 먹고 있는 물질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실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효과나 혹시 모를 부작용에 관해서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저자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 물질들을 복용하지만, 독자들에게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외에도 아직은 공상과학처럼 들리고 아주 먼 미래의 기술 같아서 마음에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책을 읽어 보면 연구 결과와 과학적인 사실을 근거로 설명하는 내용들이므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3부 우리가 가고 있는 곳(미래)

우리는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머지않은 미래에 DNA 모니터링을 통해 우리는 질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각종 물질과 치료 또는 좋은 생활 습관으로 세포를 젊은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더 건강하고 오래 살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정말로 120~150세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명 연장이 가져올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는 어떠할까? 대다수가 비관적인 시각을 취한다. 지구의 환경 수용력이 80억 명인데 지금 거의 그 시점에 와 있다. 치명적 수준의 팬데믹이나 핵 재앙이 없다면 인구 증가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이나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인구가 무분별하게 소비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 등도 문제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저자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저자가 인류의 수명 연장이 세상에 가져올 문제점들에 대해 낙관하는 이유는 이렇다. 일단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다고 해서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 분석하고, 어느 정도는 전 세계적인 저출산 경향에 의해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인간은 방법을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하며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인간의 숫자가 지구의 한계 용량을 넘어섰다고 말하지만, 진짜 문제인 것은 인구 폭발이 아니라 인간의 생활 스타일이며 무분별한 소비라고 지적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우리가 수명을 연장하는 주요 기조는 바로 ‘비움’이다. 생활 방식 자체가 건강하게 바뀌는 게 수명 연장의 기본 전제이다.

저자는 계속해서 노화는 질병이며, 정식으로 사망 원인 및 각종 질병 코드에 추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화가 질병이 아니라면 노화를 억제하고 장수를 도와줄 각종 치료나 약물 비용은 선택적 사치품이 될 것이다. 국가가 보험 적용 항목으로 지정하기 어렵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최첨단 생체표지 추적, DNA 서열 분석, 후성유전체 분석과 필요한 물질의 사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면서 더욱 젊고 활력 넘치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면, 노화를 질병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노화 관련 치료가 보험 적용 항목에서 제외된다면,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은 발전된 기술의 혜택을 사실상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처럼 부富에 따른 수명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개입해 나서야 한다. 진정한 정치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대로 추진하고 연구 성과를 내는 과학자다. 이런 과학자 덕분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기술은 점차 많아지고 삶은 좀 더 풍부해지고 편리해질 것이다.

저자는 노화에 관해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고, 이런 의학 발전이 가져올 사회적인 고민거리에 대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법

이 책은 노화의 원인부터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장수 비법 그리고 앞으로 수명 연장이 불러올 수 있는 미래 사회의 문제점들까지 폭넓게 다룸으로써, 인류가 꿈꾸어 온 불로장수不老長壽와 노화 문제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노화를 없애서, 스스로 그만 살겠다고 마음먹을 때까지 젊은이처럼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언제까지라도 계속 사는 게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도발적이면서 뜬금없어 보이는 이론을 제시한 뒤, 차근차근 독자를 설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생물들의 수명을 늘리고 건강하게 늙도록 하는 방법들을 계속 발견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그러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저자는 노화를 질병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노화와 죽음을 숙명으로 보지 않고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과학 기술과 의학을 통해 삶의 질과 건강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대 수명과 건강수명을 늘리는 쪽으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우리는 늙고 온갖 병을 지닌 채 늘 골골대면서 살아가는 기간만 늘려 왔을 뿐으로, 이런 역설적 상황에서 벗어날 돌파구가 바야흐로 지금 열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고 비판적으로 보는데, 욕을 먹을지라도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는 역할을 자신이 맡겠다고 한다. 과연 저자의 이론과 실천 검증 방법이 옳을까? 아직 시간은 많다. 저자가 추구하는 바가 옳을지 지켜보는 시간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노화와 죽음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