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문화마당

우리 고대사

2009.11.09 | 조회 2390

첫째 장 ‘민족사는 남북이 공유해야 한다’
 
“우리 민족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민족 통일이다.”
저자의 문제제기는 바로 이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남북분단의 현실로부터 통일을 지향함에 있어, 남과 북이 같이 공유하고 있는 역사(歷史)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단군조선의 건국이 유달리 각별한 의의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개탄한다. 우리 민족의 결속력 강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고조선사가 제대로 연구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민족의 기원, 민족 형성의 출발점으로 고조선이 인정되면 여기서부터 자연스레 통일의 당위성도 제기된다. 그리고 통일 이후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반도 역시 마련이 될 수 있다.
 
지난 2002년 10월 3일 개천절 평양에서 <남북공동학술토론회>가 열렸다. ‘단군과 고조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회의에서 남북한 역사학자들이 함께 서명한 공동보도문이 작성되었는데, 제 1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단군은 실재한 역사적 인물이며 우리 민족의 첫 국가인 단군조선을 세운 건국 시조이다.”
이 보도문의 작성에 동참했던 저자는, 이 서명에 동일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첫 출발점으로서의 의의를 부여한다.
 
 
둘째 장 ‘민족 신화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둘째 장에서는 『삼국유사』, 『제왕운기』에 실린 단군조선의 역사적인 사실성과, 문화적인 가치로서의 중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역사적 기록들을 입증하는 사료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있음에도, 일부 학자들이 단군조선 전체를 신화로 치부하는 풍토를 비판하며, 저자는 “단군조선은 역사적 사실로 연구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유물이나 주변국가들의 기록이 함께 연구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서의 기록들에 비록 일부 신화적 기술이 나타나긴 하나, 고조선의 건국연도나 도읍지, 존속 기간 등에 관한 기록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역사적 사실로서의 중요성 뿐 아니라, 단군조선시대의 문화적 유산은 우리 민족의 통일이후 미래를 선도해 갈 중요한 가치관으로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당시 역사기록에는 천손민족(天孫民族), 삼재사상(三才思想), 인본주의(人本主義), 홍익인간(弘益人間) 등의 훌륭한 이념들이 잘 드러나 있다. 저자는 ‘우리 민족문화가 종합문화의 원형으로서 갖는 미래적 가치’를 역설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이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으로 삼으면서도 구체적인 교과 내용이 없다.” “** 있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홍익인간’의 참된 정신을 되살리자.”고 제안한다.
 
 
셋째 장 ‘우리 역사 의식은 어떠한가’
 
서양역사는 역사의 발전과정을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대 자본주의시대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우리나라의 역사발전과정에는 전혀 부합되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까지도 서양의 잣대에 의존해 불합리한 시대구분을 고수하는 우를 범해 온 것이다.
 
무릇 역사 연구는 역사학자의 의지와 판단에 크게 의존한다. 아무리 좋은 사료가 나오더라도 학자들이 외면하면 그 사료는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만다. 저자는 특히 실질적인 고대사 복원을 위해, 우리 학자들이 만주지역의 유물들에 관심을 가질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또한 임나일본부가 일본에 있었음을 주장한 북한의 역사가 김석형의 주장을 예로 들며, 북한 학자라는 신분으로 그 학설까지 경시하는 남한 학계의 풍토도 함께 꼬집고 있다.
 
중국 사학자들은 선사시대 연구과정에서 서양에서 발굴된 채색질그릇이 더 오래된 것으로 판명되자, 발굴에 더욱 주력해 서양보다 더 오래된 채색질그릇을 발굴해 냈다. 자신들의 국가에서 선사문화가 먼저 시작되었다는 확고한 신념이 끈기어린 노력과 맞물려 그런 쾌거를 이룬 것이다.
 
그러면 오늘날 우리 역사학자들의 의식은 과연 어떠한가. 우선 우리 학계는 단군의 역사를 실재하지 않았던 신화(神話)로 치부하기에 급급하다. 한반도에서 발굴된 청동기 유물 중 방사성 측정 연대가 높게 나오는 것들은 외면해 버리고, 연대가 낮게 판명되는 것들만 사료로 채택한다는 일화는 우리 역사연구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단적인 예이다.
 
 
넷째 장 ‘고대 역사는 무엇을 말해주나’
 
이 장에서 저자는 환웅족(桓雄族)을 우리 민족의 기원이 된 핵심세력으로 보며, 고구려족[웅족熊族], 예족[호족虎族]과 더불어 넓은 세력을 형성했던 것으로 본다. 단군조선의 역사성과 문화적 우월성은 중국 사서를 비롯한 여러 문헌들에도 직·간접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저자는 그 중 하나로 사마천의 『사기』를 예로 든다. 사마천이 『사기』의 「열전」 가운데 「백이열전(伯夷列傳)」을 가장 첫 번째로 놓은 이유는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라는 두 인물을 누구보다 높게 평가했기 때문인데, 백이와 숙제는 다름아닌 고조선에 속한 고죽국의 왕자들이었다. 하지만 당시 중국의 역사기술은 자국을 높이고 주변국을 낮추는 원칙을 고수했기에, 고죽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추고 인물들에 대한 내용만 기록했던 것이다.
 
 
 다섯째 장 ‘우리는 누구인가’
 
전라남도 영암군 장천리의 청동기 시대 집자리와,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의 청동기시대 고인돌 유적은 BC 2500∼2600년 경으로 추정된다. 단군조선의 건국연도가 BC 2333년임을 생각할 때, 한반도의 청동기 문화 태동은 그보다도 170여년이 앞섰다는 얘기다. 또 중국 하나라의 건국시기가 BC 2200년이었으니 단군조선의 건국은 그보다 130여년이 더 앞서는 셈이다. 이런 사실들을 근거로 저자는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국가를 세웠고 가장 먼저 민족을 출현시켰다”고 결론을 내린다.
 
한편 저자는 우리 의식속에 존재하는 병리현상으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 문화를 천시하는 뿌리깊은 열등의식을 지적한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온 뒤 본래의 고유문화는 하층문화로 전락해 버리고 불교중심의 귀족문화가 형성되었으며, 유교가 들어왔을 때에도 그런 전례를 남겼다. 또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우리 사회의 중심 문화는 서구식 문화로 변질되어 갔다. 윤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정상인보다 모든 것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 올바른 역사 연구를 위해서 먼저 이러한 병리현상을 치유해야 한다.”
 
 
여섯째 장 ‘통일의 역사,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 장에서 저자는 고조선사의 중요성과 개천절의 역사적 의의, 그리고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상징적 가치의 중요성을 재삼 역설하고 있다.
 
우리 역사를 삼국시대로부터 시작되는 역사로 본다면, 그것은 분열의 역사가 된다. 하지만 고조선의 역사가 자리잡게 되면, 고조선으로부터 시작해서 민족을 재통일한 고려, 고려를 계승한 조선, 그리고 항일투쟁으로 나라를 되찾은 대한민국으로 이어져, 우리 역사를 통합의 역사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분단된 남북의 현실을 생각할 때, 삼국시대의 역사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남북 분단의 현실마저 정당화시키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고조선의 역사를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남북 분단의 현실은 재통합을 위한 과도기 과정이 되며, 나아가 통일 이후 우리 민족의 가치관과 지향할 바를 발전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민족의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업에 대한 비전과 더불어 고대사 회복의 당위성을 일깨워 준 저자의 기여는 매우 각별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한민족의 기원을 고조선으로 한정하고, 민족활동의 무대를 한반도에 국한시킨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환단고기』 등의 도가사서(道家史書)에 엄연히 기록된 배달국(BC 3898∼2333)과 환국(BC 7199∼3898)에 이르는 한민족의 9천년 역사와, 유불선의 모태가 된 가르침인 ‘신교(神敎)’사상에 대해서는 그 실상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난 뒤,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단군조선의 역사를 등한시하거나 부정하는 역사가가 있다면, 그는 학자로서의 자질과 기본조차 결여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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