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문화마당

중국여성 잔혹풍속사

2009.11.09 | 조회 7086

김영현 (포항 대신도장)
 
 
지난 수천년간‘여자’라는 존재는 남자의 노리개와 다를 바 없었다. 이러한 삶을 살아온 여성들의 원(寃)과 한(恨)은 동서양을 넘어 존재해온 보편적인 정서였다.
 
이 책은 역대 중국의 여성 학대 풍속사로서 그 생생한 관습과 기록을 시대별로 정리한 것이다. 중화(中華)를 자처하며 오랜 역사를 자랑해온 중국인들이 여성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대우했는지 살펴봄으로써,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선천세상은 여성들의 뿌리깊은 원한과 피 끓는 절규로 얼룩진 역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여자 약탈로 시작된 부권사회
종이라는 뜻의 노(奴) 자는 계집 녀(女) 변에 또 우(又) 자가 합해져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우(又) 자가 오른손을 뜻하며,‘ 오른손’을 의미하는 상형문자가 전이해서 손으로‘잡아오다’는 동사의 의미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종이란 잡혀온 여자를 가리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것. 고대 씨족 간에 전쟁이 일어나 포로를 잡아오면 남자는 죽이고 여성은 노역과 성의 도구로 삼았다. 계집 녀(女) 자를 유심히 살펴보면 사람이 무릎을 굽히고 공손히 앉아 시중이라도 드는 듯하다. 역사적으로 여자는 원래 노예의 지위로부터 출발했다는 말이 설득력 있는 이유다.
 
예전 중국여자들에게 혼인은 결코 기쁜 일이 아니었다. 고대의 예서(禮書)를 보면 혼인(婚姻)은 어두울 때 식을 올리기에 부쳐진 이름이다. 여자를 납치해와 올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약탈혼의 흔적은 중국의 뿌이족 쭈앙족 먀오족 야오족 이족 등 수많은 소수민족의 풍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정한 청년들이 맘에 드는 여자를 납치해와 비밀리에 혼인식을 올리고 나면 신부 쪽에서는 이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부권제(父權制)의 뿌리를 튼튼히 하기까지 여자를 잡아 가둬놓기 위한 투쟁은 잔인하고 끈질긴 것이었다.
 
 
여성도 재산이다-성 노예의 비극
중국에서는 아직도 여자를 돈으로 사오는 결혼 풍속이 남아있다. 현금으로 사올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움직이는 재산이었던 여성을 남편은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조선족의 속담에는 여자가 남자의 새끼손가락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자식을 낳아 대를 이어주는 도구이자 재산인 여성의 삶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원시시대에는 다중혼인도 성행했다. 여러 형제가 아내를 공유하거나 심지어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를 아내로 삼는 경우까지 있었다. 자매가 한 남편을 섬기는 일도 많았다.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준 두 딸 아황과 여영 역시 한 남편을 섬긴 사례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든 여자는 남자에게 주어지는 소유물이었다는 사실이다.
 
한의 문제와 원제 때 다중혼인으로 얽히고설킨 남녀관계는 엄청난 사회문제를 일으켜 명나라로 들어서면서 친족계승혼인은 금지된다. 그러나 부권사회(父權社會) 진입 후 남성은 더 많은 재산을 갖기를 원하듯 더 많은 여성을 소유하고 싶어했다. 많은 군왕들이 전쟁을 통해 처첩을 만들었다. 따라서 첩의 수와 미모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수호전』,『 홍루몽』등 많은 문학작품들도 여자를 강탈해오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첩을 조달하는 중요 통로는 죄인의 아내를 몰수하는 것이었다. 일제가 자행한 종군위안부의 역사가 오랜 옛날부터 중국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렇게 얻게 된 첩은 언제든 사고 팔 수 있었다.
 
송나라는 상업경제가 발달했던 만큼 여자를 사고파는 일 역시 하나의 업종으로 자리잡았다. 유교의 창시자 공자도 첩이 낳은 사생아였다. 첩과 첩 사이에도 수수 백백 존재하는 신분의 차이에서 가장 하급으로 분류되는 관노나 사노에겐 자유란 존재하지 않았다. 가축보다 그나마 나은 존재였던 남자 노비보다 더욱 가련했던 것이 여자 노비다. 주인은 여자 노비의 몸에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잔인하게 고문할 수도 있었다. 이는 바로 사회가 부여한 권한이었다. 송 시대 여성의 매매는 가난한 자들이 먹고 살길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를 전당잡히고 세놓는 문화를 양산했다. 먹고 살길이 막연한 남자가 아내와 딸을 이웃 지주에게 전당잡혀 보낸다. 이 여자는 지주에게 남자 아이를 낳아 2년 동안 길러주면서 가축처럼 중노동을 한 뒤 본남편에게 돌아간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가축처럼 언제든 주인의 마음대로 처분 가능했던 첩과 몸값을 받고 전당잡혀 다른 이의 성적 도구이자 종이 되었던 가난한 자들의 여인까지, 중국 풍속사에 남아 있는 여성들의 발자취는 인간의 존엄성이 무자비하게 착취되고 유린됐던 가슴 아픈 한(恨)의 역사다.
 
 
길들여지는 여성들
부권사회 속에서 존엄성을 상실해갔던 여성들은 스스로 자신을 학대하고 비하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전족(纏足)은 그렇게 탄생했다. 전족은 여자의 발에 족쇄를 끼워 노예의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하는 여성억압의 상징이다. 자기 비하, 자기 학대,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걸음 하나 변변히 떼어 놓을 수 없는 철저한 의뢰심이 전족 안에 녹아있다.
 
여성은 남성을 위해 정조를 지켜야 했고 남성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신체의 일부마저 오그라뜨려야 했다. 전족은 정상적인 혈액순환을 붕대와 작은 신발로 막아 발의 성장을 멈추게 한 것이다. 다 큰 처녀의 15c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발을 보고 좋아하는 남성들을 위해 엄마는 자식을, 그 자식은 커서 다시 자기 자식의 발을 꽁꽁 동여맨다.
 
부권제와 종법제도의 강화로 여성 교육의 최고 덕목은 당연히 부도(婦道)가 되었다. 송나라 이후 유학이 점차 성행하면서 수당시대까지 훨씬 자유로웠던 성생활에 금기가 생겨나고 남녀관계에 제약이 많아졌다. 여성의 혼외 성관계, 재가에 통제가 가해졌으며 간통은 무조건 사형에 처해졌다.
 
일부일처라는 제도의 허울 속에 나라에서는 수절한 여인들을 위해 열녀문을 세우고 남성에게는 다첩의 자유를 묵인하였다. 정조를 지키는 것과 지아비에 대한 복종이 미덕이었던 그 시절, 많은 여인들이 생명보다도 귀한 수절이라는 이름하에 외롭고 쓸쓸히 일생을 보냈다. 이는 남성이 **서까지도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여인을 소유하겠다는 의미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정숙한 여자는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다는『맹자』의 가르침과 여자는 한번 시집가면 죽을 때까지 개가하지 말아야 한다는『예기』의 가르침은 역대 봉건왕조들의 교과서가 되었다. 자신을 재가시킬까 두려워 급기야 귀 자르고 눈알 빼서 얼굴을 망가뜨렸던 여인들부터 남편 따라 자결한 여인들까지 열녀의 칭호 속에 수많은 여인들이 지아비에 대한 충성심으로 목숨을 바쳤다. 특히 왕에게 소유된 궁녀들은 왕의 사후 무덤에 같이 생매장 되어 죽은 왕에 대한 정조를 지켜야 했다.
 
 
평등으로 향하는 오늘날
유교를 숭상했던 조선시대는 중국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여성에 대한 정조 관념은 유난히 강했으며, 이 때문에 수많은 열녀문이 세워지기도 했다. 양반 사대부가에는 수많은 첩이 있었고, 원하지 않아도 섬겨야 하고 원하지 않아도 바쳐야 했던 시대를 보내야 했다.
 
오늘날의 여성은 부권사회가 펼쳐지기 이전의 원시모계사회(原始母系社會) 때와는 훨씬 발전적인 방향으로 평등사회를 열어가고 있다. 혼인자주권을 행세하고 사회경제활동 참여도 남성 못지않다. 이는 증산 상제님께서 선천세상의 그릇된 음양구조를 정음정양(正陰正陽)으로 바로잡고자 행하신 천지공사 덕분이다. 이제 현대의 여성은 수천년간 부역과 성의 노예로 살아야 했던 비극적 운명의 지난날의 아픔을 딛고, 후천선경의 지천태(地天泰) 운을 열기 위해 오늘도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몇 천 년 동안 깊이깊이 갇혀 남자의 완롱(玩弄)거리와 사역(使役)거리에 지나지 못하던 여자의 원(寃)을 풀어 정음정양(正陰正陽)으로 건곤(乾坤)을 짓게 하리라.(증산 상제님 말씀, 道典4:59:2)
 
남녀동권 시대가 되게 하리라. 사람을 쓸 때에는 남녀 구별 없이 쓰리라. 앞세상에는 남녀가 모두 대장부(大丈夫)요, 대장부(大丈婦)이니라. (道典2: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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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광 | 현문미디어 | 2006년 11월 | 280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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