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문화마당

조류독감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2009.11.09 | 조회 2266

조류독감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Monster at our door :

마이크데이비스| 정병선 역| 돌베개| 2008.01.07 | 256p | ISBN : 9788971993019


책 소개
『조류독감』은 『슬럼, 지구를 뒤덮다』 등의 저서를 통해 잘 알려진 도시사회학자 마이크 데이비스가 조류 인플루엔자에 관한 방대한 자료 연구를 통해 조류 인플루엔자 위기와 전 세계적 생태·사회·경제 환경 변화의 연관성을 파헤치고 있는 책이다.

우리는 재앙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저자는 이 책 『조류독감』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막연한 생물학적 재앙이 아니라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문제와 다층적으로 얽혀 있는 우리 시대의 질병임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1997년 홍콩에서 처음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조류 인플루엔자는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348명을 감염시켜 그중 216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으며 (2008년 1월 4일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제 조류 인플루엔자가 초강력 전염병으로 진화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경고할 정도로 우리 시대의 새로운 전염병이 되었다.

저자는 조류 인플루엔자 대유행이라는 위협은 지구적 규모의 농업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새로운 생태적 조건에 바이러스가 스스로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며, 습지 파괴와 기업의 축산업 혁명, 제3세계의 도시화와 대규모 슬럼의 성장이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을 비정상적으로 높인 원인이라고 판단한다. 더구나 도시 빈곤의 증대와 시장 원리에 지배당하는 백신 수급 체계, 공공성을 잃은 공중보건 체계 때문에 우리가 이 중대한 위협에 끔찍할 만큼 취약해져 있다고 지적하며 조류 인플루엔자 위기에 관한 생태·사회·경제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다른 전염병과 달리, 조류 인플루엔자는 완전한 정복이 불가능한 질병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끊임없는 돌연변이를 통해 숙주의 면역 체계를 교란하며, 바이러스의 변이를 예측할 수 없어 실제로 대유행병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완전한 백신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들 사이에서 높은 전염성을 획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H5N1 변종은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인도 북서부, 중동, 이집트, 터키, 아프리카 중부, 독일, 프랑스 등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대륙 전역의 야생 조류와 가금류에 확대되어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2004년 12월 세계보건기구의 오미 시게루 박사는 1918년의 전 세계적인 독감 대유행을 상기시키면서, 조류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일어난다면 적어도 700만 명, 최악의 경우 1억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수치도 사실 매우 조심스러운 추정치이다. 1918년 사망자 수의 최대치를 기준으로 하면 3억 명, 1918년 독감이 아닌 현재 H5N1의 치사율을 기준으로 한다면, 정말 최악의 경우 사망자는 수억 명을 넘을지도 모른다.마이크 데이비스의 긴급한 지적대로 제3세계와 빈곤층을 보호할 수 있는 전 지구적 보건 체계를 시급히 정비하지 않는다면, 조류 인플루엔자는 언제라도 전 세계를 쑥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생태계 변동과 조류 인플루엔자
수십 년 동안 야생 조류들 사이에서 진화적으로 정체 상태에 있었던 조류 인플루엔자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으로 진화하게 된 데는 전 지구적인 환경 변화, 특히 야생 조류의 생태계 변화와 가금류 생산의 산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첫째, 관개농업을 위한 댐 건설과 습지 파괴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야생 물새들이 자연 습지에서 관개 수로와 농지, 농장의 연못으로 서식지를 옮기게 되었고, 그곳에서 집약적으로 방목되는 가금류와 빈번하게 접촉하면서 유전자 교환을 통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둘째, 이렇게 발생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는 밀집된 환경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들 사이에서 복제를 통해 대규모 역병으로 발전할 기회를 얻는다. 하나의 대규모 가공공장 주변에 가금류 농장들이 조밀하게 위치하는 사육 형태를 낳은 현대의 축산업 혁명이 그 원인이다. 축산업 혁명으로 세계적 차원에서 대규모 가금류 생산이 기존의 소농들을 대체하면서 북아메리카, 브라질, 서유럽, 남아시아에 닭이 수억 마리씩 모여 있는 지역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곳이 곧 조류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진원지로 부상했다.

빈곤과 제3세계
특히 도시사회학자로서 마이크 데이비스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은 거대 도시와 슬럼의 발달이 조류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다. 세계적인 인구 집중 현상은 상이한 종들 간의 인플루엔자 유전자 교환 기회를 폭증시킨 주범이며, 심각한 오염과 낮은 의료 혜택에 시달리는 제3세계의 슬럼은 바이러스의 전파와 2차 감염의 위험을 극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다. 요컨대 거대 도시와 슬럼은 대유행병의 피해를 치명적으로 만드는 인간 매개체인 셈이다. 더구나 많은 제3세계의 빈곤국들은 구조조정과 부채에 발목이 묶여 공중보건 체계를 확충할 여력이 없는 상태이며, 충분한 양의 백신과 항바이러스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최근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한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는 백신 확보의 어려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한동안 세계보건기구에 바이러스 샘플 제공을 중단하기도 했다). 문제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경우에는 지방적인 사건이 언제나 세계적인 사태라는 것이다. 대유행병에 대한 준비태세가 부족한 제3세계 슬럼에서 대유행병의 불씨가 발생한다면, 부국들이 대비 태세를 갖추기 전에 재앙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 체계의 결함
조류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단지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을 뿐 이미 피할 수 없는 사태가 되었다. 문제는 반드시 다가올 이 대유행병에 대한 대비 태세이다. 그러나 인플루엔자 백신의 개발과 생산이 시장 원리만으로 좌우되고 있는 구조는 안정적인 백신 수급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제약업계는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병 치료약에 비해 생산이 까다롭고 수요 변동이 큰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을 기피하고 있다.조류 인플루엔자 백신을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대유행병 초기 단계에서 현재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타미플루는 전 세계에서 단 1개 회사만이 독점 생산하고 있어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전문가들은 인구의 20% 이상이 복용할 수 있는 양을 비축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비축분은 100만 명분에 불과하다).더구나 거대 제약업계의 전횡에 휘둘리고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에 의해 축소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 체계의 결함은 다가올 대유행병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위험이다. 마이크 데이비스는 대유행병이 닥쳤을 때 발생할 타미플루와 백신 쟁탈전을 암울하게 예측한다. [예스24 제공]


작가 소개

저자 | 마이크데이비스
194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쌘버너디노에서 태어났다. 정육점 직원, 트럭 운전수,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연대’ 등의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정육노조의 장학금으로 캘리포니아 대학교에 입학하여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1960년대에 민권운동, 반전운동, 노동운동에 참가한 그는, 2007년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강의를 하면서 노동운동에서 계속 활동했다. 또한 1998년 맥아더펠로우십(MacArthur Fellowship)을 수상했고, 게티인스티튜트의 연구원이기도 하다.

1980년 『뉴레프트리뷰(New Left Review)』편집진에 합류했고 『소셜리스트리뷰(Socialist Review)』, 『네이션(The Nation) 』, 『뉴스테이츠먼(New Statesman)』의 고정 필자이다. 저서로 『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Prisoners of the American Dream)』 (1986), 『수정(水晶)의 도시(City of Quartz)』 (1990),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홀로코스트(Late Victorian Holocaust)』 (2001), 『조류독감(Monster at Our Door )』(2005) 등이 있다. 스스로 ‘국제 사회주의자’이자 ‘마르크스주의―환경주의자’라고 밝힌 바 있으며 도시학, 사회학, 역사학, 생태학 분야를 가로지르며 활발한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Prisoners of the American Dream)』 은 미국현대사의 가장 격동적인 시기에 민권운동, 노동운동, 좌파운동에 몸담아온 그가, ‘미국의 꿈’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계급의식으로 나아가지 못한 미국 노동계급의 불행한 역사를 미국혁명기부터 레이건정권기까지 꼼꼼히 추적한 책이다. [예스24 제공]


목차

머리말
1 진화의 고속 차선
2 빈곤의 발병력
3 그릇된 교훈
4 홍콩의 새들
5 혼란스런 이야기
6 대유행병의 충격
7 파멸의 삼각지대
8 전염병과 이윤
9 심연의 끝
10 미국 땅도 위험하다
11 구조적 모순
12 타이타닉 호 패러다임
13 닭의 해
결론

조류독감 연표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알라딘 제공]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8개(10/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