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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결코 바이러스를 이길 수 없다…‘단일종’ 인류의 숙명

2022.06.20 | 조회 42

인간은 결코 바이러스를 이길 수 없다…‘단일종’ 인류의 숙명


2022.06.20.


[주철현의 코로나 디코딩]

(12) 지배종의 숙명

특별한 조건에서 탄생한 지구 생태계

인간 문명으로 동식물 종 다양성 파괴

유전적 획일성, 바이러스 공격에 취약

코로나 팬데믹은 ‘생태계 재앙’의 예고편



보이저 1호가 60억km 거리에서 본 지구.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난 칼럼에서는 과거로 시간을 확장하여 코로나19가 등장하게 된 문명 발전의 배경을 확인해 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바이러스가 왜 자꾸 인간으로 건너오는지 이해하기 위해 관점을 지구 생태계로 확장해보자.


“멀리서 보면 지구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저 작은 점이 우리가 있는 바로 여기입니다.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 점에서 인생을 살았습니다.”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보이저 1호가 전송해 온 사진 속 지구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해 보인다. 점에 불과한 우리 고향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생명을 품고 있는 물이다. 다양한 생명 고분자들이 녹아 있는 물은 생태계의 용매이다. 물은 산소를 중심으로 수소 두 개가 비대칭으로 결합되어 극성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 극성을 이용해 DNA, RNA, 단백질 등 모든 생명 고분자들이 작동한다. 물속에서 유전자가 복제되고,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세포가 분열한다. 육지에서 살아가는 우리 몸도 70%가 세포를 적시는 물이다. ‘액체 상태의’ 물이 없으면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에서 물의 흔적을 애타게 찾는 것도 ‘상상 가능한’ 생명의 전제 조건이 바로 물이기 때문이다.


바다가 표면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지구를 물의 행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단지 중력에 의해 지표면에 얇게 퍼져 있어, 그 속에 사는 우리 눈에만 풍부해 보이는 것이다. 물은 무게로 따지면 지구 질량의 0.03%에 불과한 희귀자원이다. 부피로 따져도 0.15%에 불과하다. 이 희귀한 용매 속에서만 생명의 존재가 가능해진다. 즉 광활한 우주에서 생명에 허용된 공간은 한 점 티끌의 0.15%에 불과한 것이다.



1972년 12월7일 아폴로17호 우주비행사들이 2만9000km 거리에서 찍은 지구. 지구는 바다가 표면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물의 행성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구 같은 생태계가 탄생하기 어려운 이유


생명이 유지되기 위한 온도 조건도 까다롭다. 우선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도 너무 가까이 있어서도 안 된다. 너무 멀면 얼음이 되어 버리고 너무 가까우면 물이 모두 증발해 날아가 버린다. 핵융합 에너지를 내뿜는 태양 주위에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절묘한 위치를 골디락스(Goldilocks) 지역이라 하는데 지구가 딱 거기에 존재한다. 물을 붙잡아 둘 중력도 충분해야 한다. 현재 지구상의 물은 태양계 외곽 카이퍼 벨트에서 날아온 얼음을 품은 작은 운석에서 온 것이다. 태양계 생성 초기에 우주에서 내린 비는 골디락스 존에 있는 달이나 화성에도 떨어졌다. 하지만 여기에는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을 붙잡을 중력이 지구만큼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크면, 생명 특히 고등 생명이 유지되지 못한다. 생명 현상은 단백질의 구조가 결정하는데 이 구조는 온도가 일정해야 제대로 유지된다. 지구의 낮과 밤의 온도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 역시 물 덕분이다. 물은 에너지 버퍼 역할을 해서 낮에는 지나친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밤에는 부족한 에너지를 내어 놓는다. 또한 해류를 통해 태양에서 받은 에너지를 순환시켜 지구 전체의 온도를 비슷하게 유지시켜 준다. 그 덕분에 지구 표면의 넓은 지역에 생명이 번창할 수 있다.



전 세계 광합성 분포도. 파란색, 녹색, 빨간색이 광합성이 활발한 곳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런 희박한 물리적인 조건이 만족되어도 생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엔트로피 법칙을 거스르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구에 존재하는 99.9%의 에너지는 태양에서 온다. 하지만 태양에서 내리쬐는 빛을 생물이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빛 에너지는 광합성 생물(식물)이 고분자 유기물로 전환한다. 그리고 다른 생물들은 이 고분자 유기물을 분해해서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생태계의 모든 생물은 이 광합성 유기물에 의존하며, 이것이 없으면 생태계는 굶어 죽는다. 즉 식물은 생태계의 농부라 할 수 있다. 육식을 하건 채식을 하건 우리 인간도 결국 식물이 받은 태양 에너지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태양 빛은 무한대가 아니다. 태양이 우주로 내뿜는 에너지의 극히 일부만이 지구에 도달하고 또 그중 일부만 식물에 의해 생태계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인지하기 어렵지만, 우리 생태계는 이토록 아주 희귀하고 특별한 공간이다. 지구 생태계의 공간과 에너지는 한계가 명확하며, 사람도 생태계를 떠나서는 살수가 없기에 제한된 공간과 자원을 두고 다른 생물 종과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과 경쟁하는 생물 종에는 눈에 보이는 동물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같은 천문학적 종류의 미생물도 포함이 된다.



유전자는 이중나선의 DNA로 구성돼 있다.



바이러스는 이기적 유전자의 정수


생명은 유전자의 현신이다. 생명은 자신의 유전자 보존을 위해 존재한다. 유한한 생명이 유전자를 보존하는 방법은 자기 복제다. 생명은 생태계를 자기 유전자로 더 많이 채우기 위한 복제 경쟁을 한다. 그리고 이 경쟁은 진화를 촉진한다. 유전자 복제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들은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고, 그 중 경쟁에 유리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선택된다. 이 경쟁에서 밀리면 도태된다. 그리고 선택된 유전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변이가 선택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유전자의 진화가 일어난다.


물만 존재하던 원시 지구에 자기복제 고분자인 유전자가 등장한 것은 약 35억년 전으로 추정된다. 다시 긴 시간이 흐른 뒤 생명의 최소 단위인 공통조상세포(LUCA)가 등장한다. 이후 진화는 간단한 방향과 복잡한 방향 두 갈래로 나눠졌다. 진화는 일방통행이다.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든다는 생명의 중심원리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환경이 불리해졌다고 다세포 생물이 단세포로 되돌아 갈 수 없다. 선택 압력으로 생존 한계에 달하면 더 고도의 기능을 진화시키거나 멸종되거나 둘 중 하나다.


간단한 단세포 생물의 진화는 자기 복제에만 충실한 ‘이기적 유전자’의 원리를 따른다. 그리고 이기적인 유전자의 극단에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바이러스의 유전자에는 자기 복제에 필수적인 정보만 남아 있고, 필요한 단백질과 재료는 다른 세포의 것을 훔쳐 이용하도록 진화하였다.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을 감염시켜야 자기 복제가 가능해졌고, 숙주 세포를 잘 감염시키는 것이 바이러스의 가장 중요한 진화 원리가 되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피망.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타적 유전자가 만들어낸 인류 문명


반면 복잡한 다세포 생물의 진화는 ’이타적 유전자’가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다세포 생물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자살(apoptosis)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개별 세포들의 총합인 개체의 생존을 위해 협력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스스로 희생하는 이타성이 등장한 것이다. 무수한 가지를 치면서 진화와 멸종을 반복한 다세포 생물은 포유류로 진화한다. 그리고 이타적 유전자 진화의 긴 가지 끝에 인간이 등장한다.


바이러스가 이기적 유전자의 정수라면, 인류 문명은 이타적 유전자의 정수다. 세포 수준을 넘어 개체 사이의 소통과 협력이 탄생시킨 문명은 냉혹한 생태계 압력을 극복하는 힘을 주었다. 다른 동물이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기 위해서는 오랜 진화가 필요했지만, 문명 인류는 날카로운 창을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대신 문명의 진화와 함께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는 멈추게 된다. 주어진 환경에 최적으로 진화한 지배종에게 유전적 변화는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물학에서 지배종은 영광스러운 단어가 아니다. 생태계에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원리로 지배종을 끝없이 공격하는 천문학적으로 다양한 미생물들이 존재한다. 아무리 문명이 발전했어도 인간도 생물인 이상, 이 싸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호모 사피엔스는 인간 속(genus)의 유일한 종으로 전 세계인의 유전적 차이는 0.1%에 불과하다. 이는 현대인의 선조는 1000명 정도의 집단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 한 줌의 인류는 문명의 힘을 바탕으로 생태계에서 유례가 없었던 단일 지배종이 되었다.


이런 유전적 획일성은 바이러스에는 아주 매력적인 숙주가 된다. 한번만 인간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게 적응하면 75억 숙주 개체가 저절로 확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태계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단일 지배종인 인간으로 계속 건너오는 것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현대인은 자연을 사랑하지만, 자연은 인간의 친구가 아니다. 다양성을 상실한 지배종은 다양성을 무기로 건너오는 바이러스에 시달리게 된다. 일단 건너온 신종 바이러스는 집단 면역이 전무한 상태에서 폭발적으로 전파된다. 그리고 천문학적 수가 복제되며 발생하는 돌연변이로 엄청난 다양성이 만들어지고, 그 중 가장 잘 전파되는 것이 다시 선택된다. 이것이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오미크론 같은 우려변이로 계속 재등장하게 되는 과정이다.



세계 전역에 퍼져 있는 단일 지배종인 인간은 바이러스에겐 아주 매력적인 숙주다. 픽사베이


인류 문명이 파괴하는 생태계의 다양성은 고등생물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 영역에는 고등 생물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압도적인 다양성이 존재한다. 과거 문명의 발전 이전에는 바이러스와 숙주의 다양성 균형이 종간 장벽에 의해 맞춰졌다. 면역과 방역에서 살펴봤던 격리와 분리 현상이 생태계에서는 생물 다양성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다양성은 그대로인데, 방어하는 고등생물의 다양성이 줄어들면 어디 쪽이 불리할지는 명확하다.


다양성이 줄어들면 이기적 유전자의 공격에 취약해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농축 산업은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동식물의 다양성을 없애버렸다. 단일종인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단일종들로 채워지고,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전파하는 쥐나 박쥐의 다양성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태계의 균형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생태계 교란이 가져올 결과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즉 인류 공동의 숙제를 먼 미래의 후손에게 더 이상 떠넘길 수가 없게 되었다는 의미다.


주철현 울산의대 미생물학 교수


지금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칼럼부터는 바이러스와 면역에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내용에 대해 궁금하거나 상세한 근거를 원하면 바이러스의 시간(2021, 뿌리와이파리)을 참조하거나 overthesilos@gmail.com으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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