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사슴 밤비, 3분의 1이 코로나 걸렸다

2021.08.03 | 조회 260


아기사슴 밤비, 3분의 1이 코로나 걸렸다


조선일보 2021. 08. 03. 




어린 흰꼬리사슴.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기사슴 밤비로 유명한  이 동물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규모로 감염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네이처


월트 디즈니의 애니매이션 ‘아기사슴 밤비’로 유명한 흰꼬리사슴이 3분의 1 이상 코로나에 감염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슴이 다른 동물로 코로나를 옮기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야생동물이 대규모로 코로나에 감염되면 백신이 듣지 않는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는 질병의 저장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일(현지 시각) “과학자들이 미국 북동부 지역에 사는 흰꼬리사슴에서 채취한 혈액을 조사한 결과 3분의 1에서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한 항체가 나와 과거 대규모로 코로나에 감염됐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 사슴 혈액은 40%가 코로나 항체 보유


흰꼬리사슴은 북미대륙에 흔한 야생동물이다. 미국 동부 주에서는 골프장이나 잔디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소의 수전 슈리너 박사 연구진은 야생동물 정기 조사의 일환으로 올 1월부터 3월까지 미국 동부의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 뉴욕주에서 채취한 흰꼬리사슴 혈액 시료 385건을 검사했다. 그 중 40%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검출됐다. 미시건주의 사슴 혈액은 60%가 항체 양성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지난해 채취한 사슴 혈액 시료 3건에서도 코로나 항체를 검출했다. 이를 합치면 지난해와 올해 채취한 흰꼬리사슴 혈액 시료 중 3분의 1이 항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사슴이 다른 동물이나 사람과 접촉하거나 가까이 있으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액을 채취한 사슴들은 코로나 감염 증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캐나다 서스캐처원대의 아린제이 바네르지 교수는 네이처에 “이번 결과는 야생동물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광범위하게 노출됐음을 처음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지난달 29일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됐으며, 아직 정식 논문 심사는 받지 않았다.


사스, 메르스를 유발한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 종류는 박쥐에서 각각 사향고양이,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감염됐다. 과학자들은 흰꼬리사슴도 그와 같이 다른 동물과 사람에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는 동물 저장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네이처



사스, 메르스를 유발한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 종류는 박쥐에서 각각 사향고양이,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감염됐다. 과학자들은 흰꼬리사슴도 그와 같이 다른 동물과 사람에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는 동물 저장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네이처



◇바이러스 진화할 동물 저장소 될지도


과학자들은 사슴이 동물과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하이오 주립대의 린다 사이프 교수는 네이처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사슴이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다른 사슴이나 야생동물, 가축에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느냐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농업연구소 과학자들은 지난 5월 바이러스학 저널에 흰꼬리사슴의 세포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다른 세포로도 바이러스를 옮겼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경우는 흰꼬리사슴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진화할 수 있는 동물 저장소, 즉 병원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야생동물이 대규모로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해당 동물의 몸안에서 계속 진화해 기존 백신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동물 병원소는 나중에 코로나 대유행이 가라앉았을 때에도 바이러스를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퍼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덴마크 농장에서 코로나 감염 우려로 밍크를 살처분하고 있다./AP연합


실제로 지난해 덴마크의 농장에서 키우는 밍크가 사람을 통해 코로나에 걸린 뒤 다시 사람에게 코로나를 옮긴 예가 있다. 미국 유타주에서는 농장에서 탈출해 야생 동물이 된 밍크에서 과거 코로나에 감염됐음을 보여주는 항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덴마크 정부는 백신이 듣지 않는 변이 바이러스가 밍크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자국에서 키우는 1700만 마리의 밍크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오하이오 주립대의 사이프 교수는 “(사스와 메르스 같은)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 종류도 동물 종을 뛰어넘어 퍼졌다”며 “그처럼 야생동물로 바이러스가 유출되는 일이 지금도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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