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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 과학] 에볼라 '친척' 바이러스, 중국에서 발견

2019.01.26 | 조회 2552

[교과서 밖 과학] 에볼라 '친척' 바이러스, 중국에서 발견


한국일보  201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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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무엇 때문일까. 


2017년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타임 하이어 에듀케이션(THE)’이 노벨상 수상자 50명에게 물어본 결과, 과학자들은 인구증가와 기후변화(34%)를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핵전쟁(23%)과 전염병 대유행ㆍ약물 내성(8%)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3월 타계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핵전쟁과 지구온난화, 인공지능(AI), 바이러스가 인류를 종말로 이끌 수 있다고 여겼다. 


빠르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와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등 다른 요인 못지않게 바이러스 역시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와 세계화가 이유다. 사람들이 점점 더 한 지역에 집중돼 몰려 살고, 각 국의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바이러스의 전파속도 역시 빨라질 수밖에 없다. 스페인 독감 발병 100주년을 맞아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인류가 예전보다 더 많이 연결돼 있고, 어느 때보다 전 세계를 빠르게 여행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전염병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1918년 발병한 스페인 독감은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것도 부담이다. 중국 과학원(CAS)ㆍ우한대ㆍ대리대, 싱가포르 듀크-NUS 의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최근 “중국 윈난(雲南)성 멍라현에서 서식하는 과일박쥐에서 필로바이러스과(科)의 새로운 속(屬)에 해당하는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관련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발견한 곳의 지명을 따 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이름을 ‘멍글라’로 지었다. 


필로바이러스과에는 치명적인 치사율을 가진 에볼라와 마르부르크가 속해 있다. 멍글라와 에볼라는 ‘친척’인 셈이다. 생물은 상위단계부터 계(界)-문(門)-강(綱)-목(目)-과-속-종(種) 등 7단계로 분류한다. 비슷한 생물끼리 묶으며 점차 범위를 좁혀가는 식이다. 예를 들면 호랑이와 사자는 서로 다른 종이지만 모두 고양이과 표범속에 해당한다. 


국제공동연구진은 “멍글라는 에볼라와 마르부르크 등 필로바이러스과의 다른 바이러스와 유전자가 32~54% 같았다”며 “특히 세포에 침투할 때 에볼라와 마르부르크처럼 세포의 표면에 있는 특정 단백질(NPC1)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1년 8월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NPC1이 없는 세포는 에볼라와 마르부르크에 감염되지 않았고, NPC1 양을 절반으로 줄인 쥐는 이들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치사율이 낮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서아프리카에서 2014년부터 2년간 진행된 에볼라 대유행 당시 2만9,000명 이상이 감염됐고, 1만1,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까지 멍글라는 중국 과일박쥐에서만 발견됐다. 그러나 연구진은 “멍글라가 에볼라와 마르부르크처럼 다른 종의 동물도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특성이 불확실성을 키운다. 바이러스는 유전물질 구조가 불안정해 돌연변이가 만들어지기 쉽다. 과학계에선 서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 대유행도 이런 영향으로 보고 있다. 


2016년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노팅엄대 연구진은 서아프리카 대유행 당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1,489명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에볼라가 세포에 달라붙도록 하는 바이러스 표면의 당단백질 구성이 바뀐 것으로 나왔다. 당단백질 변이로 에볼라가 세포에 더욱 잘 붙게 되면서 과거 국지적으로 발병했던 에볼라가 서아프리카 일대 여러 국가에서 대유행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 연구결과는 같은 해 11월 국제학술지 ‘셀’에 소개됐다. 


2014년 8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같은 해 5~6월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감염 환자 78명에게서 추출한 에볼라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395개의 유전적 변형을 발견했다는 미국 하버드대와 메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언제든 감염력이 높아진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호킹 박사의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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