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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서 발견된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탄생 전에도 존재했다

2022.01.07 | 조회 518

고슴도치서 발견된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탄생 전에도 존재했다


동아사이언스 2022. 01. 06.




항생제를 투여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는 세균성 감염과 싸워야 하는 의료기관의 골칫거리다. 슈퍼박테리아의 등장 원인은 항생제 남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대표적인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처음으로 발견된 1928년보다 훨씬 이전인 1800년대 초반에도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가 자연적으로 존재했다는 연구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제스퍼 라르센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 교수 연구진은 영국, 미국, 오스트리아, 체코, 프랑스, 스페인 등 연구진과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 중 하나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상구균(MRSA)’가 1800년대 초반 고슴도치 몸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사실을 알아내고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928년 스코틀랜드 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이 처음으로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 세균성 감염병을 치료하는 항생제는 194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항생제가 널리 보급되면서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했고 과학자들은 슈퍼박테리아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항생제 남용이 이를 이겨내는 슈퍼박테리아 출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 연구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계기는 야생동물이 자동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이었다. 라르센 교수 연구진은 덴마크를 포함한 서유럽 지역에서 로드킬을 당해 죽은 고슴도치 수백 마리를 조사하고 대다수 고슴도치의 피부에 MRSA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MRSA는 메티실린 등 여러 항생제에도 내성을 보이는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로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식중독이나 패혈증, 중추신경계 감염 등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한다. 


연구진은 고슴도치 피부에서 MRSA 외에 피부 곰팡이도 발견했다. 피부 곰팡이는 MRSA의 성장을 억제하는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와 유사한 물질을 생성한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고슴도치 피부의 영양분을 놓고 MRSA와 피부 곰팡이가 끊임없이 경쟁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MRSA 중 일부가 피부 곰팡이를 이겨내고 고슴도치 피부에서 번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mecC-MRSA로 알려진 변종은 젖소와 인간을 감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덴마크에서 처음으로 mecC-MRSA가 발견됐으며 이후 북유럽 전역 낙농 지역으로 전파됐다. 덴마크에서는 1년에 10~30명이 드물게 mecC-MRSA에 감염됐다. 


연구진은 고슴도치에서 생겨난 mecC-MRSA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이 병원체가 항생제가 개발되기 훨씬 이전인 1800년대 초반에 진화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항생제 남용이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 출현으로 이어졌다는 기존의 통념을 반박하는 연구결과다. 


타라 스미스 미국 켄터주립대 공중보건대 교수는 “이번 연구로 동물이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의 저장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다만 항생제를 남용할 경우 자연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을 가속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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