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미국경제
부채 상한선 증액안을 놓고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가가 초비상이다. 데드라인인 내달 2일까지 이 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미 정부는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
그 충격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미 국채와 달러 가치는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막대한 미 국채와 달러를 보유한 중국을 비롯, 세계 경제는 일순간에 파탄날 것이다. 일단 디폴트를 선언하고 나면 국제 사회에서 상실된 공신력은 장기간 회복되기 힘들다. 어쩌면 미국의 시대가 끝날 수도 있다.
역으로 생각한다면 디폴트를 선언하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을 것 같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상호간 최대의 정치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막판까지 치킨게임처럼 치열한 힘겨루기는 하겠지만 파국까지 갈 확률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부채 상한선을 높인다 해 그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급한 불은 끌지 몰라도 근본책은 되지 못한다. 정부는 증액된 한도 내에서 예산집행을 하겠지만 약발은 곧 사라지고 다시 한도 증액 문제가 현실로 대두될 것이다.
미국의 법정 부채한도는 14조3000억달러다. 그러나 지난달 말 부채는 14조4600억달러로 이미 한도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4조6600달러의 98.6%에 해당하는 액수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오는 2016년엔 부채가 2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80년대 1조달러, 90년대까지 6조달러에 머물렀던 국가 부채는 최근 들어 눈덩이처럼 불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과 감세정책 등에 따른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부채가 4조3600억달러 늘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였던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그의 책 '3조 달러짜리 전쟁'에서 밝혔듯 이라크 전쟁비로 3조달러가 지출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경기 부양과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 충당을 위해 부채가 3조9000억달러 증가했다. 대통령 선거 한 달 전인 내년 10월까지 1조9000억달러의 신규 부채가 늘어날 것이다. 부시, 오바마 두 대통령 재임 동안 무려 10조달러의 빚이 늘어나는 셈이다.
부채가 늘면 이자 부담도 커진다. 부채를 현 상태에서 동결하기 위해선 산술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0%씩 성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세입, 세출의 조정을 통해 흑자 예산을 운영해야 하는데 그래도 고용을 통한 세수 확대를 위해선 최소 4∼5%의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현재의 경제여건으로 볼 때 이 같은 성장률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고용이 정체된 상태에서 세수를 늘리거나 지출을 축소하면 경제는 타격을 받는다. 메디케어, 연금 등 사회복지와 교육부문에 대한 예산이 줄면 국민생활은 급격히 위축될 것이다. 연방과 주 정부들의 축소 경영이 불가피해 지역 경제회복을 지연시키고 경제는 다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 월가와 금융가에서는 부채 한도를 철폐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 여건이 열악할 때 지출을 확대하고 경제가 호전되고 나서 부채를 줄여 나가자는 논리다. 이는 집권 여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해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부채를 통제하지 않고 확대시킬 경우 국채값이 떨어져 이자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리스크는 계속 커질 것이다.
유럽의 위기는 바로 이런 케이스다. PIIG라 불리는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는 경제 규모에 비해 부채가 과도해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1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포르투갈은 97%, 아일랜드가 93%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80∼90%대에 이른다.
부채 한도를 없애고 부채 비율을 계속 높이면 어떻게 될까.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은 커진다. 전통적으로 이런 상황에선 소수 대기업은 좋아지고 개인과 소규모 기업들은 가난해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빚어진다. 출구가 없는 대기업은 돈 되는 일이면 어디든 뛰어 들어 소규모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효율성을 이유로 자동화 설비 확충에 치중하면서 고용률을 떨어뜨린다. 악순환이 거듭되면 언젠가 대기업도 타격을 입게 되고 고물가 속의 경기 침체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국가에도 빚이란 무서운 존재다. 지난 세기 세계 각국에 돈을 빌려 주며 초강대국의 지위에 올랐던 미국이 이라크 전쟁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대란이라는 두 개의 악재로 빚더미에 올라 역사상 최초로 신용등급의 추락을 걱정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kis@fnnews.com
그 충격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미 국채와 달러 가치는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막대한 미 국채와 달러를 보유한 중국을 비롯, 세계 경제는 일순간에 파탄날 것이다. 일단 디폴트를 선언하고 나면 국제 사회에서 상실된 공신력은 장기간 회복되기 힘들다. 어쩌면 미국의 시대가 끝날 수도 있다.
역으로 생각한다면 디폴트를 선언하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을 것 같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상호간 최대의 정치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막판까지 치킨게임처럼 치열한 힘겨루기는 하겠지만 파국까지 갈 확률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부채 상한선을 높인다 해 그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급한 불은 끌지 몰라도 근본책은 되지 못한다. 정부는 증액된 한도 내에서 예산집행을 하겠지만 약발은 곧 사라지고 다시 한도 증액 문제가 현실로 대두될 것이다.
미국의 법정 부채한도는 14조3000억달러다. 그러나 지난달 말 부채는 14조4600억달러로 이미 한도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4조6600달러의 98.6%에 해당하는 액수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오는 2016년엔 부채가 2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80년대 1조달러, 90년대까지 6조달러에 머물렀던 국가 부채는 최근 들어 눈덩이처럼 불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과 감세정책 등에 따른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부채가 4조3600억달러 늘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였던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그의 책 '3조 달러짜리 전쟁'에서 밝혔듯 이라크 전쟁비로 3조달러가 지출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경기 부양과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 충당을 위해 부채가 3조9000억달러 증가했다. 대통령 선거 한 달 전인 내년 10월까지 1조9000억달러의 신규 부채가 늘어날 것이다. 부시, 오바마 두 대통령 재임 동안 무려 10조달러의 빚이 늘어나는 셈이다.
부채가 늘면 이자 부담도 커진다. 부채를 현 상태에서 동결하기 위해선 산술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0%씩 성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세입, 세출의 조정을 통해 흑자 예산을 운영해야 하는데 그래도 고용을 통한 세수 확대를 위해선 최소 4∼5%의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현재의 경제여건으로 볼 때 이 같은 성장률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고용이 정체된 상태에서 세수를 늘리거나 지출을 축소하면 경제는 타격을 받는다. 메디케어, 연금 등 사회복지와 교육부문에 대한 예산이 줄면 국민생활은 급격히 위축될 것이다. 연방과 주 정부들의 축소 경영이 불가피해 지역 경제회복을 지연시키고 경제는 다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 월가와 금융가에서는 부채 한도를 철폐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 여건이 열악할 때 지출을 확대하고 경제가 호전되고 나서 부채를 줄여 나가자는 논리다. 이는 집권 여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해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부채를 통제하지 않고 확대시킬 경우 국채값이 떨어져 이자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리스크는 계속 커질 것이다.
유럽의 위기는 바로 이런 케이스다. PIIG라 불리는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는 경제 규모에 비해 부채가 과도해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1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포르투갈은 97%, 아일랜드가 93%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80∼90%대에 이른다.
부채 한도를 없애고 부채 비율을 계속 높이면 어떻게 될까.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은 커진다. 전통적으로 이런 상황에선 소수 대기업은 좋아지고 개인과 소규모 기업들은 가난해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빚어진다. 출구가 없는 대기업은 돈 되는 일이면 어디든 뛰어 들어 소규모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효율성을 이유로 자동화 설비 확충에 치중하면서 고용률을 떨어뜨린다. 악순환이 거듭되면 언젠가 대기업도 타격을 입게 되고 고물가 속의 경기 침체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국가에도 빚이란 무서운 존재다. 지난 세기 세계 각국에 돈을 빌려 주며 초강대국의 지위에 올랐던 미국이 이라크 전쟁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대란이라는 두 개의 악재로 빚더미에 올라 역사상 최초로 신용등급의 추락을 걱정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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