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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갈등 뿌리는…‘100년의 굴욕’, 이제는 되갚을 때?

2010.10.20 | 조회 4939

中·日 갈등 뿌리는…‘100년의 굴욕’, 이제는 되갚을 때?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0.10.20 04:05

중국이 무섭게 돌변하고 있다. 최대한 목소리를 자제해 은인자중하며 조용히 일을 처리하던 이전의 중국이 아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최근 중일 간 영토분쟁에서 중국이 보여준 모습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본이 사건의 파장을 막기 위해 센카쿠열도 관련자 15명 중 선장을 제외한 전원을 풀어줬음에도 자국민의 일본 관광을 취소하고 정상회담도 거부했으며, 일본에 치명적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등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가해 일본을 굴복시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목소리가 커지긴 했지만 이번처럼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려는 외교 자세는 일찍이 찾기 어려운 형태다. 특히, 중국은 일본이 선장을 석방하면서 사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이후에도 일본에 '사죄와 배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중국이 스스로 패권국가가 돼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열강에 당했던 수모를 되돌려주겠다는 의지의 발로일까.

중국에 센카쿠열도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중국은 아편전쟁에서 패한 이래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산업화에 먼저 성공한 패권국에 줄줄이 무릎을 꿇고 국토 일부와 이권을 내주는 등 온갖 굴욕과 수모를 100여년간 겪어야 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일본은 중국에 가장 심대한 고통과 치욕을 안겨준 국가이며, 센카쿠열도는 이런 중일 근대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센카쿠열도는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시모노세키조약으로 타이완을 병합하는 과정에서 함께 할양돼 오키나와에 편입된 섬이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포츠담선언에 따라 그동안 강점했던 영토를 반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951년 미일 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은 센카쿠열도를 그대로 일본의 영토에 포함시킴으로써 논란의 불씨가 됐다. 당시 미국은 공산화된 중국을 해상으로 봉쇄해 타이완을 지키는 데 센카쿠열도가 필요했으며 중국은 국공(國共)내전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센카쿠열도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 말 유엔의 지원하에 실시된 해저 학술조사에서 센카쿠열도 인근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 이래 영유권 분쟁이 본격화돼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중일 갈등, 미중 무역전쟁으로 확대

영토문제 개입을 자제해왔던 미국은 센카쿠열도 사건에 대해서는 확실히 동맹국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센카쿠열도는 미일 안보조약 5조 적용대상"이라고 밝혔다. 미일 안보조약 5조에는 미국의 대일 방위의무가 규정돼 있으며, 이는 센카쿠열도가 중국 영토가 아니라 미국이 지켜줘야 할 일본의 영토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중일 간 분쟁은 미·중·일 3국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미중 간의 해묵은 환율·무역 문제까지 얽히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월 23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한 데 이어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는 통화가 저평가된 국가들의 수입품에 보복관세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가결했다. 위안화 절상에 미온적인 중국을 겨냥한 경고 조치인 것이다.

중국은 9월 26일 미국산 닭고기에 최고 105.4%의 반덤핑관세를 물리며 맞불을 놓았다. 여기에 대해 미국은 하루 만인 9월 27일 중국산 동파이프에 대해 최고 61%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센카쿠열도에서 시작된 영유권 분쟁이 불똥이 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으로 옮겨 붙은 것이다. 사실 미중 간의 무역전쟁은 필연적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도 한국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미국의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 5009억달러 중 8%가 일본, 2%가 한국 요인이나 중국 요인은 무려 46%나 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의 모든 무역수지 흑자는 미국에서 나온다. 미국이 아니면 흑자를 낼 수 없다. 양국이 모두 절실하기 때문에 갈등은 전쟁의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한편 상대적으로 일본은 중국과 경제적인 분쟁을 할 여지가 많지 않다. 중일 양국 간 경제관계는 이미 균형을 잃은 지 오래다. 대중국 수출은 극심한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의 거의 유일한 숨통이다. 중국의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1992년 137억달러에서 2008년 1506억달러로 약 11배 증가했다. 지난해 일본의 대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9%에 달한다. 반면 중국에 있어서 일본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큰 문제없는 파트너다. 중국의 대일본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에 불과하다. 또한 일본의 제조·유통·서비스기업의 대부분은 중국에 진출해 현지시장 개척을 성장의 주요 활로로 삼고 있다. 중국에 있어서 일본의 역할은 대체가 가능하지만 일본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중국은 올해 7월까지 2조3157억엔(32조4000억원)어치의 일본 국채를 사들여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국채시장의 큰손이 됐으며 일본이 꼭 필요로 하는 희토류와 같은 핵심자원의 보고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중국에 대해 경제적으로 실력행사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이번 분쟁에서 일본이 백기를 듦에 따라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일본을 압도하는 확고부동한 것이 됐다. 역내에서 그나마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었던 일본의 무기력한 모습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길을 닦아 줬을 뿐이다.

물론 일본이 미국과 공조해 중국을 압박한다면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가능할 것이나, 정치적으로는 몰라도 경제적으로 일본과 미국이 공조해 중국을 압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첫째는 일본이 향후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 미국보다는 중국과의 공조가 더 필요하고, 둘째는 작금의 엔고 사태에서 보듯이 미국 또한 자국 경제를 위해서 일본을 견제하고 중국과는 협력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미중 양강의 패권구도 정립이 가속화될 전망

결국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의 분쟁은 일본이 패권구도에서 물러나고 중국이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에도 "나라가 강해져도 패권은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패권국가에 욕심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지만 중국은 이미 패권국가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사실 그동안 중국은 기존 패권국을 비판하면서도 패권국 대열에 끼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는 않았다. 덩샤오핑조차도 일찍이 "4개도 좋고 5개도 좋으나 소위 다극(多極)이라고 하는 것에 중국도 하나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듯이 중국은 현행 미국 중심의 '단극(單極) 패권'을 중국을 포함한 '다극 패권'으로 대체하고 싶어 한다.

동시에 이번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락했던 미국의 위상을 다시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일본이나 중국과 영토갈등을 겪고 있는 동남아 국가 입장에서는 미국이 아니면 중국의 패권 추구를 견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태평양 국가의 하나인 미국은 아시아 지역민과 미래에 '상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해 중국의 패권 확대를 견제할 뜻을 내비쳤다. 또한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남중국해 등에서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에 균형추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영토분쟁에서 중국은 경제적 수단이 정치적·외교적 방법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다양한 국제적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십분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아주 높은 우리에게 있어서도 센카쿠열도 사례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일본보다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훨씬 높다. 명청 교체기에 광해군이 구사했던 중립·실리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임에도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정권마다 외교노선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정상은 한남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peking@hnu.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7호(10.10.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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