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종말’의 징후들… 극단적 정파, 과도한 신용강등, 중국의 개입
‘유로 종말’의 징후들… 극단적 정파, 과도한 신용강등, 중국의 개입
경향신문 2012-06-14
유로화가 종말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정치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1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금융부문에 돈을 쏟는 것만으로는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17일 2차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정치적 교착상태를 벗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은 1당이 돼도 연정을 구성하기 쉽지 않다. 연정 구성에 성공해 구제금융 재협상에 나선다 해도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져 빚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신민당과 사회당이 다수당이 되고 연정을 구성해도 정치적 노선 차이로 인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누가 선거에서 이기든 유로존 잔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구제금융 트로이카의 공조도 불안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은 사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왔다. 문제는 누가 돈을 내느냐다. 그리스는 현재 3000억유로(약 438조원)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상환 여력은 사실상 없다. 결국 트로이카 중 누군가는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이들이 변제 우선순위를 다투다 지원이 중단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지난 9일 스페인 구제금융의 구체적 지원 기관이 나오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신용평가사들의 과도한 신용등급 강등이 위기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치적 거래나 내부적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신용평가가 시장에 투명성을 제공하지만 문제를 복잡하게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개입이 유로존 운명을 바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규모를 바탕으로 유로존의 구세주가 될 만한 충분한 자금이 있다. 하지만 중국의 돈은 구제금융이 아닌 유럽의 알짜 자산을 구입하는 데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자금이 투입되면 중국은 유럽연합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스페인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극우정당의 득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 위기, 미국의 침묵, 금융계의 큰손인 영국의 방관, 이탈리아 정치·경제적 위기, 유럽 중부 국가의 부상, 키프로스 경제 붕괴 등이 유로화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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