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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선택의 상황으로 몰리는 한국

2020.10.14 | 조회 942

<뉴스와 시각>선택의 상황으로 몰리는 한국


문화일보 2020.10.14. 


유회경 경제부 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전 세계 상황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미·중 갈등이다. 중국의 거센 도전에 미국이 거칠게 반응하기 시작했고 전세가 어떻게 진행되든 간에 두 나라 간 갈등은 조기에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으로 다른 나라들도 덩달아 스트레스다. 한쪽에 설 것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6월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아태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두 국가와 모두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며 미·중 갈등으로 인한 불편한 심정을 솔직히 드러냈다. 우리나라의 불편함도 싱가포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다. 지정학적으로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위치, 외부 변수에 휩쓸리기 쉬운 데다 미국의 몇 안 되는 동맹국 가운데 한 곳인 동시에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중국 쪽에 기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미국 주도의 쿼드 가입과 관련해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쿼드 가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은연중 드러냈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지난 6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니 결정을 최대한 미루겠다는 것이다. 선택을 최대한 미루는 것이 어찌 보면 현명한 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정 시점을 넘어 선택하지 않는다고 하면 실질적으로 중국 편에 줄 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미국은 아태 국가들과 연합, 중국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려 하지만 중국은 최대한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미국에 대응하려 하기 때문이다. 무역 전쟁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은 앞으로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설사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 민주당이 정권을 차지하더라도 진행 상황, 미국의 압박 수위 등에서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 대한 미국 조야의 인식이 워낙 악화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제정세 분석가 피터 자이한 말마따나 브레턴우즈 체제의 종료, 셰일 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자립 시스템 구축 등으로 미국은 유럽, 중동 등에서 발을 뺄 여지가 많은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은 중국과의 체제 경쟁에 ‘몰빵’할 가능성이 크다.


아태판 나토 ‘쿼드’ 정립,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 등은 이런 맥락에서 제안되고 있다. 물론 정치적·경제적 보복이 거의 확실시되는 중국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경제학자 블랑코 밀라노비치는 ‘홀로 선 자본주의’에서 미국의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와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를 대비시키고 있다. 향후 자본주의 진화 방향에 대해선 그도 예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불평등 전문가답게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계를 표나게 지적하긴 한다. 우리나라 국운이 걸려 있는 중요한 선택이다. 자부심 운운할 때가 아니다. 선택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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