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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박테리아의 진화

2010.10.14 | 조회 6020

슈퍼박테리아의 진화

인류가 항생제 남용할수록 강한 내성 키운 신종 출현
日ㆍ인도ㆍ유럽등 확산 빨라 한국도 안심할 처지 안돼

기사입력 2010.10.13 13:34:09

故 마이클 잭슨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던 슈퍼박테리아 MRSA.

초강력 항생제도 듣지 않는 신종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했다.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카르바페넴계(系) 항생제`도 듣지 않는 초강력 박테리아다. 전 세계 보건당국이 슈퍼박테리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종 슈퍼박테리아 `NDM-1(뉴델리 메탈로-베타-락타마아제)`은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처음 발생한 후 영국 미국 캐나다 벨기에 등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일본 데이쿄대 병원에서는 또 다른 슈퍼박테리아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MRAB)`에 감염돼 중증환자 9명이 사망했다. NDM-1 환자도 발생했다. 일본에서 발견된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 슈퍼박테리아는 국내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이영선 질병관리본부 약제내성과장은 "MRAB는 어제오늘 생겨난 균은 아니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곳에서 분리가 이뤄졌다"며 "국내에서도 MRAB균과 관련해 사망자가 지금까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NDM-1은 다행히 아직 한국에선 감염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적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르자 질병관리본부는 NDM-1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이 박테리아 유전자를 함유한 CRE(카르바페넴 내성 장내균)를 법정전염병으로 긴급 지정했다. NDM-1 외에도 질병관리본부는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CRE △다제내성 녹농균 등 5종을 바이러스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감시 대상으로 관리돼 온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RSA)을 포함한 6가지 항생제 내성균이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다.

◆ 슈퍼박테리아의 공습

= 최초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발견된 이후 항생제를 무력화하는 슈퍼박테리아는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슈퍼박테리아를 잡기 위해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면 여기에 내성을 지닌 보다 강력한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나는 일종의 술래잡기 게임 같은 것이다. 특히 인류가 항생제를 남용하는 바람에 웬만한 항생제는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나날이 늘고 있다. 항생제를 쓰면 쓸수록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강력한 박테리아가 약한 박테리아를 대체한다.

개인이 항생제를 먹지 않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항생제가 남용되면 결국 슈퍼박테리아는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항생제를 남용한다면 인류에게 항생제는 무용지물이 될 거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진 슈퍼박테리아인 MRSA는 미국에서만 연간 10만명 이상이 감염돼 이 중 2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미국 보건 당국은 추산한다. 이는 미국에서 한 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으로 사망하는 환자 숫자보다 많은 것이다.

최근 맹위를 떨치고 있는 NDM-1은 대장균과 폐렴 막대균에서 주로 발견된다. 이 균에 감염된 환자는 패혈증 등으로 발전해 사망할 수 있다. 지난달 국제의학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NDM-1은 베타락탐계, 퀴놀린계, 아미노글리코시드계 등 대부분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냈고 폴리믹신계열 항생제인 콜리스틴에만 일정한 감수성을 보였다.

특히 NDM-1은 인체 내에서 가장 흔한 세균 중 하나인 대중균에서 주로 발견되기 때문에 위험하다. 흔한 세균일수록 감염 위험도도 높기 때문이다.

◆ 슈퍼박테리아 정복을 위한 노력

= 슈퍼박테리아를 정복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과 박테리아의 싸움에서 인간은 항상 박테리아 뒤만 쫓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간에게서만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하는 게 아니다. 바다의 어패류에서도 강력한 박테리아가 발견된다. 가축에게 주는 사료에도 항생제가 들어가는데 이 가축에서도 슈퍼박테리아가 생성되고 이게 다시 인간에게 전염되는 사례도 있다.

항생제 개발이 더딘 것도 인간이 슈퍼박테리아와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다. 항생제는 제약사에 큰돈을 벌어주지 못한다. 평생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ㆍ당뇨 치료제 등과 달리 항생제는 한시적으로 복용하는 약이다. 따라서 개발을 하더라도 수익이 많이 남지 않는다. 1962~2000년 사이 새로 개발된 항생제는 한 종류도 없으며 2000년 이후에 겨우 3종만 개발된 상황이다. 슈퍼박테리아에 대응하는 신약 연구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 항생제를 약간 변형시킴으로써 슈퍼박테리아의 적응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는 주로 퀴놀린계 항생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미 박테리아 내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개발에 한계가 있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새로운 슈퍼박테리아 출현까지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다른 하나는 내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혁신신약을 개발하려는 시도다. 혁신 항생제 개발에는 아스트라제네카, MSD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뛰어든 가운데 국내 기업 중에선 바이오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유럽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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