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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00만가구 정전… 얼음 찾아 30㎞ 헤매도 허탕

2012.07.05 | 조회 6450

300만가구 정전… 얼음 찾아 30㎞ 헤매도 허탕

세계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2-07-02 18:51

[세계일보]1일(현지시간) 밤이 다시 찾아왔다. 전기 없는 밤을 맞은 지 사흘째다. 지난달 29일 워싱턴DC와 버지니아·메릴랜드주를 강타한 폭풍우로 수백만가구가 이날까지도 단전 상태다. 섭씨 36도의 무더위는 물러설 것 같지 않다. 낮에 데워진 집 안은 오히려 바깥보다 더 덥다.

이곳에서 대규모 정전사태를 경험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중심지역 아닌가. 고국의 ‘블랙아웃’을 더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 강력한 폭풍우 속에 천둥 번개가 휘몰아친 첫날 밤은 낭만이었다. 아이들은 촛불을 켜고 장난 치며 분위기를 한껏 즐겼다. 착각 속 짧은 여유였다.

이번 폭풍우 피해는 자치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심각하다. 그런데도 아무 대비가 없었다. 집에 나뒹굴던 초를 찾아낸 건 다행이다. 평소 쳐다볼 일 없던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그렇게 반가웠다. 라면이나마 끓여 먹을 수 있게 됐다.

노트북 3대와 휴대전화 2대의 전원을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 휴대전화는 비상 손전등으로 유용하다. 인터넷과 유선전화는 모두 끊겼다. 어제 오전에는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았다. 전파가 잘 잡히는 지점을 찾아 앞·뒷마당을 오가다 보면 전원은 곧 기진맥진해진다. 휴대전화는 노트북으로 충전한다. 초미니 ‘비상발전기’인 셈이다. 어제까지 건전지가 없어 라디오도 들을 수 없었다.

“얼음 없어요” 1일(현지시간) 폭염 속에서 미국 워싱턴DC와 메릴랜드, 버지니아주 수백만가구가 사흘째 정전인 가운데 버지니아주 옥턴 시내 한 가게 앞에 얼음이 동났다는 안내판이 나붙어 있다.
옥턴=박희준 특파원
냉동실에는 물이 고여 아내는 음식물이 상한다고 걱정했다. 얼음과 휴대용 가스를 구하러 2시간 동안 30㎞를 돌아다녔으나 허탕만 쳤다. 동네 슈퍼마켓이든 대형 매장이든 얼음과 가스가 동났다. 직원은 “내일 아침 일찍 오면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제 넉넉히 사두지 않은 게 아쉽다. 쉬 상할 재료를 서둘러 요리한 덕에 입이 호강했다. 몽땅 삶은 달걀은 언제 다 먹어 치울까.

어제 오후부터 주요 지역이 복구돼 교통대란은 피했다. 오전에는 평소 5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50분 걸려 66번 고속도로에 들어설 수 있었다. 신호등은 작동되지 않은 곳이 많다.

밤이 깊어간다. 금방이라도 냉방기 도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내일 아침에라도 기적처럼 전기가 들어와 있다면…. 창밖은 반딧불이 세상이다.

이번 폭풍·폭염으로 17명이 사망하고 300만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어 연방·지방 정부가 공동으로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전력망을 완전히 복구하는 데 앞으로 일주일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이날(현지 시간) 보도했다.

더욱이 동남부 지역이 다시 폭풍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기예보까지 나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온도 이번 주 내내 38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현재까지 77만가구 정전 등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버지니아주의 봅 맥도널 주지사는 “또 한 차례 폭풍이 오면 추가 정전사태가 빚어질 것이며 향후 며칠 사이에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DC와 메릴랜드주 등은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모두 일시 중단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도서관, 공공 시설물 등에 ‘폭염 대피소’를 설치했다.

폴스처치(버지니아주)=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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