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문화마당

시천주와 다시개벽

2020.12.31 | 조회 336

시천주와 다시개벽


문계석님은
동국대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와 형상』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역서 및 저술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철학의 길잡이』, 『서양의 중세철학』, 『철학의 근본문제』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론에서 형상의 존재론적 지위』, 『엔트로피 법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의 개념에 대한 고찰』, 『현실태와 운동의 동일성에 대한 논의』 등이 있다. 증산도사상연구소에 들어온 이후로는 증산도상생문화총서 『생명과 문화의 뿌리, 삼신』과 『무극 태극 황극의 존재론적 근거』, 『증산도의 신론神論』, 『우주속의 상제上帝, 상제 속의 우주』 등의 논문이 있다. 현재 증산도 상생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들어가는 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왜 19세기의 동학을 알아야 할까요? 그것은 동학을 앎으로써 우리가 사는 이 시점이 ‘다시개벽’으로 새로운 우주의 가을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동학에 대한 여러 심층적인 연구물들이 많이 나왔으나, 저자는 무엇보다도 동학을 연구함에 있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수운이 전하고자 했던 원래의 동학 메시지에 대한 올바른 접근과 이해라고 강조합니다. 이 책은 1부 동학을 창교한 수운, 2부 동학의 천주, 3부 천주와 하나 되는 시천주侍天主, 4부 천주와 후천개벽 등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동학의 창교 배경, 동학의 천주, 시천주, 후천개벽 그리고 무극대도에 대해서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동학의 창교 배경

지난 19세기는 동서양 열강 제국주의 세력이 지구촌 약소국을 침범하여 국권을 침탈하고, 거기에 식민화 정책을 뿌리내리던 격동의 시대였습니다. 동북아 극동에 위치한 조선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제국주의 세력이 몰려들어 오자 조선왕조의 국권은 풍전등화에 처하게 되었으며, 조선왕조의 버팀목이었던 유학의 도덕적 이념이 유명무실해지고, 왕조 사회의 기강이 와해되면서 사회질서의 체계가 급격히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백성들의 삶은 피폐할 대로 피폐하여 절박한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새로운 종교가 태동하게 되는데, 바로 동학東學입니다. 동학은 오래전에 불교, 도교, 유교의 외래 종교가 들어와 뿌리를 내려온 조선 땅에서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가 창교한 한민족 고유의 토착 종교입니다.
수운이 새롭게 창도한 동학이 위대한 것은 서교의 서도와 동도를 종합적으로 망라하여 미래의 역사와 문명을 새롭게 열어주는 도라는 것입니다.

동학이 새로운 역사와 문명을 열어주는 종교라는 것은 신관神觀과 개벽관開闢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관의 핵심 코드는 천주관이 중심이 되고, 천주관은 천주의 조화섭리造化攝理에 의거하는데, 여기에는 동아시아의 기론氣論적 사유와 지존무상의 절대자가 중심이 되는 주재신관이 융합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재신관은 ‘시천주侍天主’ 사상에 의거하는데, 모심의 대상인 천주는 바로 인격신 상제上帝라는 사실입니다. 천주의 이러한 조화섭리는 곧 서교에서 주축이 되고 있는 창조신관을 포섭하여 동서 신관을 하나로 통섭하는 제3의 신관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역사와 문명을 열어주는 동학은 서학과는 달리 후천개벽을 기저에 깔고서 시천주 신앙을 통해 상제의 대도를 체득하여 삶의 최고의 가치가 되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의 조화인간이 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학은 그 요체가 되는 우주론, 종교적인 신앙의 핵심이 되는 신관, 인간 삶의 가치관을 전체적으로 아울러서 골격을 구축한 종교사상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학사상의 핵심 이론을 보다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시천주侍天主’와 ‘다시개벽’의 사상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천명을 받아 창도한 동학

수운은 ‘을묘천서乙卯天書’ 사건을 계기로 평범한 삶에서 본격적인 구도자의 삶을 살게 되며, 양산 통도사 뒤의 천성산에 올라가 49일 동안 천주로부터 가르침이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 37세 되던 경신년(1860) 4월 5일에 마침내 수운은 목숨을 건 구도의 과정에서 지존의 절대자를 만나게 됩니다. 수운은 이러한 신비 체험을 처음 겪는 일이라 정확히 무어라고 표현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는 “몸이 몹시 떨리고 한기를 느끼면서 밖으로는 신령을 접하는 기운이 있고 안으로는 강화의 가르침이 있으되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지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공중에서 어느 신선의 말씀이 귀에 문득 들려오는데, 수운은 어떤 신선이 말하는지를 몰라 놀라서 일어나 정신을 가다듬고 상세하게 묻게 되는데, “두려워하지 마라 무서워하지 마라. 세상 사람들이 나를 상제上帝라 이르거늘 너는 어찌 상제를 모르느냐.”라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자신의 신원을 스스로 밝힌 상제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상제는 신교의 전통을 잇고 있었던 일부 민중들에게서는 최고의 하늘 임금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신교와 단절된 조선 양반들에게서는 낯선 말이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려와 조선 왕조의 통치 체제에서는 오랫동안 신교의 맥을 이어오지 못했고, 특히 유교 문화권에서는 국가의 임금을 최고의 통치자로만 여겨왔지, 하늘 임금이 있어 우주 만유를 주재한다고 여기지는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운은 안심가에서 상제를 모르는 이들에게 질책 어린 어조로 “호천금궐昊天金闕 상제님을 네가 어찌 알까 보냐.”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동학의 천주

천주의 조화섭리는 두 측면으로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서양 종교권에서 말하는 창조성과 동양 문화권에서 말하는 주재성에 대응한다는 양가적인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서 창조성은 우주 세계 안의 모든 것들에 적용된다는 뜻에서 ‘조물주造物主로서의 천주’에 근거하고, 주재성은 천지만물을 다스리는 인격자라는 뜻에서 ‘주재자主宰者로서의 천주’에 근거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천주의 조화섭리를 ‘무형의 조물주’와 ‘유형의 주재자’라는 양가적인 측면으로 파악한 것은 동서 신관의 융합이라는 차원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것은 우주에 역사하는 조물주의 창조성이 무질서하게 전개되는 것이 아님을 밝힐 수 있고, 또한 우주의 순환 질서와 창조 목적이 천주의 주재성에 근거해서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주와 하나 되는 시천주侍天主

수운이 창조한 동학의 목적은 지구촌 인류가 모두 금수와 같은 상태를 버리고 신천지의 새 인간으로 거듭남으로써 도성덕립道成德立한 성인이 되는 길이 그 하나입니다. 그 방안으로 그는 각자에게 타고난 ‘마음을 닦고 정기를 바르게 하는(修心正氣)’ 수행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수심정기’의 수행론은 유교나 불교의 도법과는 다른, 수운 자신이 제시한 수덕修德의 요체라 할 수 있는데, 수덕의 정법은 ‘정성과 공경을 다해 한마음으로 천주를 신앙(성경신)하는 것’을 중심으로 삼는 것입니다.

수운이 말하는 천주를 무형의 조물주와 유형의 주재자로 구분하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학사상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제로부터 직접 받아 내린 ‘시천주 주문侍天主 呪文’을 명확히 분석하여 파지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천주 주문은 ‘본주문’과 ‘강령주’를 합하여 총 21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本呪文), 지기금지원위대강至氣今至 願爲大降(降靈呪)’이라는 시천주 주문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핵심을 이루는 본주문의 ‘천주天主’와 강령주문의 ‘지기至氣’ 관념을 어떻게 풀어내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운이 제시한 지기는 천지간에 가득하다는 의미에서 모든 개별적인 생명체의 창조 변화를 이루는 근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지기는 단순히 물리적인 근원으로서의 순수한 ‘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근원으로서의 ‘신령’을 포함합니다. 즉 지기의 ‘기氣’ 중심에는 반드시 ‘신神’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운의 지기론은 형이상학적 우주론과 창조론을 통섭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천주侍天主의 의미

동학이 보다 위대하고 보편적인 종교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것은 강령주문 보다는 본주문 13자에 들어 있습니다. 그것은 본주문이 ‘시천주’의 핵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은 수운이 “열석 자 지극하면 만권시서 무엇하며”라고 말한 것을 깊이 파고들어 그 핵심을 음미해보면 쉽게 간파해낼 수 있습니다. 본주문의 첫머리에 나오는 ‘시천주侍天主’는 동학이 지향하는 바의 가르침을 압축한 중핵이 됩니다. 그 이유는 동학의 발생 동기가 수운이 영적 대화를 통해서 직접 체험한 천주(상제)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천주의 진정한 의미는 천주와 수운의 마음이 소통하여 하나 된 상태, 곧 개별적인 신령이 천주의 신령과 일체가 됨을 목적으로 하며, 이는 곧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으로 표현됩니다.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은 시천주 신앙을 하는 자가 ‘각지불이各知不移’를 통해서 지존무상의 상제를 깨닫게 되고, 이로부터 상제의 마음과 내 마음이 서로 소통하게 되었을 때 상제와 내가 의도하는 마음이 일치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의미 해석이 상제 신앙을 제시한 수운의 의도와 부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후천개벽

동경대전과 용담유사의 내용을 분석해 볼 때, 동학의 핵심 메시지는 시천주, 3년 괴질, 그리고 다시개벽에 대한 소식을 인류에게 전하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시천주 신앙과 다시개벽의 소식입니다. 시천주는 절대자 천주를 일심으로 모시고 신앙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시개벽은 후천 오만 년의 새 운수가 도래하게 되는데, 이때 인간으로 오신 천주가 오시어 그런 운수에 걸맞는 무극대도無極大道를 내려주어 모두가 지상선경에 살도록 한다는 소식입니다. 다시개벽으로 열리는 후천 오만 년 선경세계는 곧 절대자 천주가 출현하여 무극대도를 세상에 펼침을 전제로 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운時運의 순환론에 의거해 볼 때, 선개벽에서 후개벽으로 이어지는 다시개벽은 바로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진리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시운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절대자 천주가 조화섭리로 무극지운을 주재한다는 사실, 천주가 무극대도의 진리로써 새 세상의 선경낙원을 건설한다는 다시개벽의 진리를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장에서 ‘후천개벽’이 무엇을 뜻하는가, 먼저 전통적으로 쓰인 개벽의 어원적인 용례들, 수운이 말한 다시개벽의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상술하고 있습니다.


무극대도의 출현

후천 가을개벽기에는 3년 괴질에서 인류를 건지고, 후천 오만 년 무극지운의 운수를 이끌어갈 수 있는 대도가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수운은 몽중노소문답가에서 “만고에 없는 무극대도無極大道가 이 세상에 날 것이니.”라고 말했고, 용담가에서 “무극대도無極大道 닦아내니 오만년지五萬年之 운수運數로다.”라고 했습니다. 그럼 만고에 없는 무극대도는 어디에서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증산 상제는 “최수운崔水雲에게 천명天命과 신교神敎를 내려 대도를 세우게 하였더니 수운이 능히 유교의 테 밖에 벗어나 진법을 들춰내어 신도神道와 인문人文의 푯대를 지으며 대도의 참빛을 열지 못했다.”(도전 2:30:14~15)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천상에서 신교의 가르침으로 ‘시천주 주문’을 내리고, 다시개벽으로 오는 오만 년 운수를 주도해 나갈 무극대도를 세우도록 천명을 내렸던 우주의 주재자 상제가 마침내 인간의 몸으로 직접 오시게 됩니다.

나오는 글


우리는 동학에 대해서 정확하게 눈을 떠야 합니다. 동학을 제대로 앎으로써 동서양 신관의 해답을 찾고 상제문화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류가 유·불·선 성자의 시대에서 무극대도의 성부의 시대로 전환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우주의 여름과 가을이 바뀌는 다시개벽의 때라는 것을 알고 인간 삶의 궁극 목적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을 달성해야 합니다. 동학의 참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작지만 강한 책, 『시천주와 다시개벽』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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