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함께 한 전염병의 역사

2010.10.13 | 조회 6577


한 지역 내에서 발원하지 않은, ‘세계화된 전염병’의 첫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은 165~180년 로마제국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 황제 시절에 유행한 전염병이다. 근동 지방(현재의 시리아·레바논·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 파병됐던 로마 군인들이 병에 걸려 귀국하면서 이탈리아 반도 전역으로 전염병이 퍼졌다. ‘안토니우스 역병’이라 불리는 이 병으로 500만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 ‘의술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당대의 의학자 갈렌의 이름을 따 ‘갈렌 역병’이라 하기도 한다. 사학자들은 이 병이 천연두나 홍역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541~750년 비잔틴 제국에서 유행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14세기 흑사병과 같은 선(腺)페스트로, 북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이집트에서 유럽으로 넘어갔다. 전염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는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에서만 하루에 1만명씩 숨져나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선페스트는 14세기 유럽 전역을 초토화시켰고 17세기까지 수시로 재발해 유럽인들을 괴롭혔다. 현대의 학자들은 14세기 흑사병이 몽골·중앙아시아의 설치류에서 시작된 것임을 밝혀냈다. 인류와 동물 사이, 오랜 바이러스의 교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근래에는 위험이 많이 줄었지만, 티푸스도 빼놓을 수없는 전염병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군대나 교도소, 선박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유럽인들은 ‘막사 열병(camp fever)’, ‘감옥 열병’, ‘선박 열병’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십자군 전쟁에 나선 유럽 각국과 영주들의 군대가 티푸스로 많은 타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1489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무슬림들과 맞붙은 기독교 군대는 3000명을 전투 중에 잃은 반면, 티푸스로 3만명을 잃었다. 17세기 신성로마제국의 ‘30년 전쟁’과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때에도 군인들이 이 병에 많이 희생됐다.

세계 최고의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미국 시카고대학 윌리엄 맥닐 교수는 <전염병의 세계사>(1975년)라는 역작에서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를 바꿔왔다”고 지적했다. 전염병은 한 사회 내에서 인구 구조와 노동 조건, 정치적 역학관계를 바꿀 뿐 아니라 지구적인 차원에서 문명의 형성·전파와 인간의 대규모 이주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시적, 거시적 양 측면에서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다는 것이다.


맥닐 이후의 모든 문명사론들은 바이러스를 비롯한 병원체들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들을 빼놓지 않는

다. 소·말·양·돼지 같은 대형 포유류가 없었던 신대륙의 주민들은 동물에서 기원한 바이러스들에 취약해 유럽인들의 침략과 함께 들어온 전염병에 몰살당했다.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 섬의 주민들은 1518년 스페인인들에게서 천연두가 옮아와 인구 절반을 잃었다. 멕시코 테노치티틀란에서도 비슷한 시기 천연두로 15만명이 죽었다. 17세기 멕시코에서는 홍역으로 200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몇몇 학자들은 북·남미 원주민 인구의 95%가 유럽에서 건너간 전염병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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