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의사의 증언 "병상도, 인공호흡기도 없다"

2020.03.26 | 조회 392

뉴욕 의사의 증언 "병상도, 인공호흡기도 없다"
머니투데이 2020-03-26 16:44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한지연 기자] [병원 앞 텐트로 긴급 영안실 설치…"인공호흡기 부족해 의사가 누구 살릴지 선택해야"]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시 벨뷰병원 앞에 설치된 텐트 형식의 영안실/사진=AFP통신


"뉴욕에서 최초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그때 지옥의 문이 열렸다."
"이곳은 뉴욕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제 3세계 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인데,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뉴욕 의사의 말이다.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뉴욕시의 병원은 밀려드는 코로나19 환자로 인해 병상이 부족하며 중증 환자를 위한 인공호흡기도 부족하다.

"인공호흡기도, 병상도 부족"
이 의사는 "우리는 인공호흡기도 없고, 병상도 없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환자가 70대 이상인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난주부터는 50세 이하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연령층의 환자들에 대해 "그들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2주전만 해도 인생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의료진이 감염없이 환자를 효과적으로 돌보는 가장 '완벽하고도 분명한' 방법은 환자 당 마스크와 장갑, 가운을 모두 새 걸로 사용해야 하는데 의료물품 준비나 조달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 인근의 뉴저지주에서 근무하는 현지 한인 수련의(레지던트)도 현지 상황을 전해왔다. 데니스 송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뉴욕주와 뉴저지에선 마스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씻어 재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뉴저지에선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미국, 이탈리아 될 수 있다"앞서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은 "미국이 이탈리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은 "이는 병원에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이 가득해 의사들이 (환자 모두를 살리지 못하고) 누구에게 인공호흡기를 씌워야 할지 '선택'해야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은 일부 지역에서 벌써 이탈리아와 같은 상황을 맞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이 코로나19의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CNN 집계에 따르면, 25일 밤 기준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는 6만5201명이다. CNN은 미국 공중보건의료시스템을 통해 검사받고 확진판정이 난 수치를 기준으로 한다. 누적 사망자수는 928명에 달한다.

현지에서는 한국의 마스크 5부제 등 방역활동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뉴저지의 몇몇 병원은 미국보다 바이러스 확산이 먼저 시작된 한국에서 '두 번째 유행(second wave)'가 생기진 않는지 주시하며 병원 차원에서 한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중이다. 데니스 송은 "여기서 마스크를 구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라며 "5부제가 굉장히 흥미롭다"고 말하기도 했다.

콜롬비아대학 메디컬 센터 응급의학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 그는 2014년 11월 뉴욕시 벨뷰병원에서 에볼라 완치 후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AFP통신

에볼라 생존 의사 "병원내 환자 대부분이 코로나19"2014년 서아프리카 여행 이후 에볼라에 감염됐다가 극적으로 생존한 콜롬비아대학 메디컬 센터 응급의학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는 CNN에 "지난주에 병원에 갔을 때는 1~2명의 코로나19 환자 혹은 의심환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스펜서는 "어제 야근근무를 서다보니 병원내 대다수 환자가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였다. 이들중 많은 이가 중증이었다. 많은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꼈고, 다수가 상당히 빨리 사망했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자비츠 센터에 임시로 1000개 병상을 만드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이미 은퇴한 의사들을 다시 불러들이기도 하고 있다.

연방정부에 "긴급 영안소 설치" 요구
뉴욕시는 긴급 영안소(emergency morgues)를 설치해달라고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요청한 상태다. 뉴욕시 외에도 하와이, 노쓰캐롤라이나가 코로나19 영안소 설치를 FEMA에 요구했다.

CNN에 따르면 다음주쯤 뉴욕의 영안실 수용 여력이 다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시는 시신 수송을 위해 냉장트럭을 병원 앞에 대기시키는 등 냉장트럭 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 뉴욕시 벨뷰병원 앞에는 부검이 필요한 시신이 급증하는 상황에 대비해 천막과 냉장트럭을 동원해 임시 영안실이 설치됐다.

26일 오후 3시30분(한국시간) 기준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뉴욕시의 확진자수는 2만11명, 사망자수는 28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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