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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미래전쟁] 상상 그 이상의 괴물 미래전쟁이 온다

2013.04.15 | 조회 5277

[특집 | 미래전쟁] 상상 그 이상의 괴물 미래전쟁이 온다

 
[주간동아]

전쟁은 진화한다. 그 진화의 양상은 동원하는 무기 종류와 이를 사용하는 방식이 결정한다. 물론 전쟁사(史)는 전쟁의 배경, 원인, 경과, 결과 등 광범위한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전쟁터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전쟁사는 곧 무기의 역사다. 무기를 사용하는 방식은 무기 자체 특성에 따라 결정되지만, 거꾸로 전략과 전술이 변화하면서 무기 발달이 이뤄지기도 한다. 특히 근대 이후 신무기 출현과 기존 무기를 개량하는 작업에 핵심적인 기여를 한 것은 다름 아닌 과학기술의 발달이었다.

산업혁명과 두 차례 세계대전

뿌리부터 살펴보자.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온 무기의 파괴력과 운반 동력은 모두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근육에서 나왔다. 물론 이때도 약간의 기술은 필요했다. 좀 더 강한 재료를 사용하고, 중력과 풍력을 이용하며, 밧줄의 장력을 근력과 결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쟁 승패는 주로 지략과 전술, 용맹성과 병력 수가 결정했다. 함성과 신음 속에서 살이 섞이고 피가 튀는, 잔혹하면서도 일면 낭만적인 시대였다.

이 모든 것을 혁명적으로 바꾼 게 바로 화약무기의 출현이다. 그러나 사실 화약무기가 전쟁에서 주요 무기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12세기부터 15세기까지 대략 200~300년 세월이 걸렸다. 명실상부하게 전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기까지는 다시 그만한 세월이 더 필요했다. 초기에는 포 형태로 탄환을 발사하는 기능만 가졌던 화약무기는 이후 탄환 자체를 폭파시킬 수 있는 포탄과 폭탄 형태로 진화했고, 개인 화기인 총까지 등장하게 됐다. 함포는 해전을 과거와 같은 ‘갑판 위 전투’에서 진정한 바다 위 전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화약무기의 발달은 총포를 만드는 재료와 설계 기술, 망원경과 탄도학 같은 과학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기의 파괴력과 사거리가 증대하자 전술도 진화했다. 스웨덴 왕 구스타프 아돌프는 유럽의 30년 전쟁(1618~1648)에서 보병과 포병을 결합한 소위 협동작전을 통해 다수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고, 이를 통해 스웨덴은 북유럽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17세기 프러시아 왕 프레데릭은 화약무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군대 조직과 훈련체계를 혁신했다. 마침내 나폴레옹이라는 군사전략 천재가 나타나 징병제를 통해 국민군대를 조직하고 오늘날과 유사한 사단과 군단 개념의 편제를 구성해 보병, 포병, 기병의 협동전술을 완성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전에서도 현(舷) 측 대포를 운영하는 포술과 대형, 전개와 기동 방식 등의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18세기 말 시작된 산업혁명은 엔진과 기계를 통해 전쟁 양상을 다시 한 번 변화시켰다. 증기기관과 내연기관, 철도와 도로는 양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병력과 물자의 수송 효율을 획기적으로 증대했다. 당연히 파괴 규모와 속도도 그만큼 커졌다. 기계 발달은 무기의 규격화와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으며, 개별 무기의 성능은 여러 면에서 급속도로 향상됐다.

나폴레옹 이후 19세기 유럽에서는 이전 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전쟁이 적었다. 그러나 유럽 인구는 크게 증가했고 도시화와 산업화, 과잉 생산을 해소하려고 해외 시장을 경쟁적으로 개척했다. 바야흐로 비(非)유럽 지역에 대한 제국주의 침략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한편, 19세기 과학 분야에서는 뉴턴 역학과 함께 물리학의 양대 이론적 지주를 형성하는 전자기학이 정립됐으며 수학, 화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은 물론 이를 응용하는 온갖 공학이 빠르게 발달했다. 그러한 모든 지식은 곧바로 군사적으로 응용돼 제국주의적 팽창이 전쟁으로 비화할 때 대량살육전을 수행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출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 결과가 곧 제1차 세계대전이다. 이 전쟁에서 사용한 신무기만 해도 항공기, 잠수함, 전차, 독가스 등 다양하기 짝이 없었고, 항공모함과 구축함 같은 수상함 유형도 나타났다. 일단 전쟁의 공간적 차원이 확장됐으며, 무선통신을 사용함으로써 소위 ‘주파수 공간’이 전장에 추가됐다. 전쟁이 시작될 무렵만 해도 모든 나라는 각각 200기 이하의 항공기만 보유했지만, 끝날 무렵에는 1개 전역(戰域)에 2000기 이상을 투입할 정도로 급팽창했다. 어뢰로 무장한 독일 잠수함은 미국의 참전이 없었다면 영국을 항복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으며, 이들의 무제한 통상파괴전으로 인한 연합국 측 피해가 1000만t 이상에 달했다.

이렇듯 항공기와 잠수함의 활용은 비록 질적 측면에서는 제한된 성능을 가졌지만, 항공전과 해전을 매우 역동적으로 만들었으며, 유틀란트 해전에서는 이들이 모두 참여해 2개 이상의 병종이 함께 수행하는 합동작전이 사상 최초로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모두 실시간 통신을 가능케 해 지휘 범위를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한 무선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이었다.

한편 제1차 세계대전의 육상전(陸上戰)은 그야말로 ‘시체 위에서의 전투’(肉上戰)였다. 기관총과 철조망, 고폭장약과 시한신관을 사용한 세열파편탄은 살상 효과를 극대화했고, 여기에 돌격주의 사상에 뿌리박은 전투방식이 기름을 끼얹었다. 지루한 참호전이 한없이 이어지자 이를 극복하려고 독가스를 사용했으며, 전쟁 말기에 이르러 영국은 전차 수천 대를 만들어냈다.

정보혁명과 현대전

이 전쟁은 국가가 사활을 걸고 모든 자원과 역량을 투입하는 총력전의 효시였다. 그러나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 믿었던 이 전쟁은 기실 더 큰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현재 인간이 보유하거나 사용하는 무기 종류를 대부분 총동원했다. 역시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항공기였다. 지상작전에서는 전차와 결합한 전격전 전술을 통해 근접항공지원을 제공하고, 해양작전에서는 항공모함과 함께 해전을 지원하며 공중전과 전략폭격을 수행하는 전쟁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부터 무기는 무기체계라 부르는 게 훨씬 타당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고도화됐다. 다른 무기와의 연동성 역시 함께 커졌다. 예컨대 신무기로 등장한 레이더는 영국이 최초로 개발해 1930년대부터 운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자체로는 파괴력이 없지만 항공기나 방공무기와 함께 사용하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성능 좋은 레이더는 적 항공기의 요격을 지원해 그 수를 줄이고, 아군 항공기 운용을 효율화해 그 수를 늘리는 효과를 창출한다. 또 다른 신무기인 독일의 V-1과 V-2 미사일은 연합국의 제공권과 영국 레이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레이더와 함께 출현한 전혀 새로운 전쟁양상으로 전자전을 들 수 있다. 전파방해, 전자적 기만, 전파방해에 대한 회피 등 다양한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면서 주파수 공간이 명실상부한 전쟁 영역으로 떠올랐다. 물속 레이더라 할 수 있는 소나(Sonar) 역시 새로운 무기로서 수상함, 잠수함, 어뢰, 기뢰 등을 사용하는 해전 양상을 크게 변화시켰다.

일본에 투하한 원자폭탄은 과학적 원리에서까지 완전히 새로운 무기였다. 이를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는 최고 과학자들을 제대로 동원할 경우 전쟁에서 어떤 구실을 수행할 수 있는지 그 극한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비록 히로시마 이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냉전과 억제라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전쟁과 전략을 낳았다.

냉전의 주역은 단연 핵무기였다. 수소폭탄과 중성자탄이 개발됐고, 전략폭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라는 3개의 ‘기둥’ 위에서 핵무기는 절대무기라는 지위를 얻었다. 한때 미국은 모든 폭탄을 핵폭탄으로 대체하려는 계획까지 세웠을 정도였다. 미국과 소련 사이의 핵 군비는 지구상 모든 사람에게 각각 다이너마이트 수백kg을 할당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전쟁 발발과 무기의 발달은 그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용할 수 있게 된 전혀 새로운 파괴무기로는 사실상 레이저 무기 정도밖에 없었지만, 거의 모든 무기에서 최첨단 하이테크를 적용해 고성능화했다. 전장 공간은 우주로 확장되고, 1970년대 이후 정보혁명을 통해 사이버공간이라는 전혀 새로운 전쟁터가 나타났다. 영국 전략가인 리델 하트는 1935년 이미 “전쟁에서 전략과 무기의 선택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돼 군인들의 능력을 초월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는 과학기술과 함께 민주주의 확산과 세계화 같은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도 한몫했다.

그리하여 전쟁의 미래

걸프 전쟁부터 이라크 전쟁에 이르는 동안 현대전의 다양한 특징이 총체적으로 드러났다. 먼저 순항미사일이나 스마트탄 같은 정밀유도무기의 성능과 구실이 증대했다. 둘째, 지휘통제체계가 통신, 컴퓨터, 정보 체계와 고도로 결합한 C4I체계가 대통령으로부터 말단 전투원까지, 지상과 해양에서 우주와 사이버공간까지, 정밀유도 벙커버스터에서 탄도탄요격미사일까지 하나의 유기체 같은 전쟁망(warnet)으로 엮이게 됐다. 소위 네트워크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NCW)이 가능해진 것이다. 셋째, 무인비행기가 상당한 수준의 자율성을 갖고 정찰과 타격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최근에는 지상과 해양에서도 어렵고 위험한 군사적 임무는 무인 무기체계가 담당한다. 넷째, 테러리스트나 지하드 전사들이 하이테크 무기와 전통적 군사작전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비전통적 분란전을 수행함으로써 정치심리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렇듯 인류가 겪어온 전쟁사는 미래 전쟁의 모습을 가늠케 해준다. 먼저 현재 진행 중인 무기와 전쟁수행 체계의 지속적인 고도화를 통해 전쟁 양상은 계속 진화해나갈 것이다. 그 가운데 특히 관심 혹은 우려 대상이 되는 것은 다음의 몇 가지 특징이다.

첫째, 우주가 본격적인 전장이 될 위험성이다. 지구 궤도상의 모든 인공위성은 사실상 공격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에 있다. 우주 군비통제는 매우 불안정하고 일단 한쪽이 공격행위를 시작하면 서로 교차해 파괴하는 파국을 면할 수 없다. 둘째, 정보기술(IT)과 생물학기술(BT), 나노기술(NT)이 결합해 전혀 새로운 차원의 생물학전이 출현할 위험성이다. 다음 세대에야 증상이 나타나는 특정 인구집단에 대한 DNA 공격은 현재의 기술로도 일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테러와 분란전에 대응하기 위한 인지과학적 수단을 개발할 위험성이다. 이는 반드시 물리적이고 단일한 형태일 필요가 없다. 일종의 지식체계가 무기 구실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쟁사가 그러하듯 전쟁의 미래 역시 무기와 과학기술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 이성과 공동체적 정치의식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미래는 여전히 인간 자신의 두 손에 달린 셈이다. 한 손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경구를, 다른 한 손엔 “평화를 원하므로 평화를 실천하자”는 다짐을 부여잡은 인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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