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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0만 명 목숨 앗은 ‘흑사병’ 세균 지금도 떠돈다

2011.10.14 | 조회 4940

중앙일보 2011.10.14

독일·캐나다 연구팀, 660년 만에 정체 밝혀

영국 런던의 이스트스미스필드(현 조폐국 부지)에서 발굴된 14세기 흑사병 희생자 유골.

1347년에 시작돼 1351년까지 5년 동안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黑死病·plague·일명 페스트). 당시 서유럽 인구의 30~50%인 7500만 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숫자로만 본다면 인류 역사상 최대의 역병(疫病)이다. 이 거대 재앙을 일으켰던 병원균이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660년간의 긴 잠에서 깨어나 정체를 드러냈다.

 13일 사이언스 데일리와 B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캐나다 연구팀은 영국 런던시내 흑사병 사망자 매몰지에서 발굴된 유골의 치아 조직으로부터 최근 ‘여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 세균을 얻어 내 전체 유전자, 즉 지놈(Genome)을 분석했다. 사망자 매몰지는 현재 영국 조폐국 건물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흑사병 병원균은 들쥐에 붙어 사는 쥐벼룩에 의해 옮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사병을 일으키는 여시니아 페스티스균.

 연구팀은 치아에 구멍을 내고 속에 든 부드러운 치수(齒髓) 조직을 꺼내 여시니아균의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14세기의 병원균이 현재 유행하는 선(線)페스트균과 유전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특히 밝혀낸 균이 요즘도 매년 전 세계에서 2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모든 페스트균의 조상이란 사실도 확인했다.

 현대 페스트균과 유전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데도 그토록 창궐했던 것과 관련해 연구팀은 “병원균의 지놈이 미미한 차이를 보이더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당시 흑사병이 맹위를 떨친 것은 병원균 자체의 맹독성 외에 ▶흑사병균과 함께 유행한 다른 병원균과 ▶중세 유럽에서 나타난 ‘소빙하기’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이한 점은 당시 병원균에서 확인된 DNA 염기서열 중 일부가 올
5월 독일과 프랑스에서 5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병원성 대장균에서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일원인 캐나다 맥매스터대학의 유전학자 핸드릭 포이너는 “당시 사람들이 새로 등장한 병원균에 대해 면역학적으로 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 영양상태도 나빴기 때문에 치사율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 매장지에서 발굴된 유골의 뼈와 치아를 분석한 결과 이상상태를 보인 사람이 많아 이들이 이미 건강상의 문제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18년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수십 년 뒤 분석한 사례는 있지만 수백 년 된 병원균 유전자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인 네이처에 게재됐다.

 한편 인류는 흑사병 이전에도 약 7만 년 전 질병과 열악한 환경에 의해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03년 미국 스탠퍼드대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연구진은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을 역추적한 결과 7만 년 전 전체 인류의 숫자가 2000명 수준으로 떨어져 ‘멸종위기종’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보고했다. 이 때문에 오늘날 70억 명에 이른 인류 전체가 사실상 동일한 DNA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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