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천지병
늙고 병든 말이 무리해 달리다가 쓰러져 죽어가고 있다. 말 앞에 서 있는 어린
주인 아가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러자 말도 함께 울기 시작한다. 배우 임수
정이 주연한 영화 ‘각설탕’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이 대화하면서 눈물을 보이자
말이 함께 울어서 촬영한 것이란다. 이렇게 인간과 동물도 진실한 마음에 서로
감동하고 소통한다.
그런데 이런 동물들이 짐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간에 의해 일방적으로 살해당하고 있다. 2001년부터 영국, 중국 등 30여 개 나라에서 수천만 마리의 동물을 희생시킨 구제역이 2010년 가을부터 한반도 전역으로 다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에서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반경 500미터 내에 있는 살아 있는 가축을 죽일 것을 지시했다. 인간이 자신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병에 걸리지도 않은 동물까지 살처분하는 것이다.
현재 가축 공동묘지가 한반도 전역에 4500곳이나 있다고 전해진다. 한 곳에 700마리 정도의 가축이 집단 매몰되어 있다. 학계에서는 가축의 매몰지에서 유출되는 부패 물질이 하천과 강으로 유입되면서 발생할 환경오염재앙을 걱정한다. 직업인 의사의 시각으로 보면, 2차 환경오염으로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나 새로운 형태의 전염병이 발병하여 창궐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구제역으로 인한 인간 마음의 상처도 큰 문제이다. 흰옷 입은 저승사자라 불리는 방역팀들이 겪고 있곤 하는 ‘구제역 트라우마’. 잠결에 소돼지의 비명소리가 환청으로 들려 깜짝 놀라 깨어난다는 것이다.
수많은 생명을 죽이면서 느꼈던 중압감과 죄책감. 그 충격 속에서 삶에 대한 아름다운 정서가 무참히 깨져 버렸고 생명의 순수의식이 무너져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보건정책을 담당하는 실무진 담당자들의 정서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축산업도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가축과 교감을 나누며 자식 키우듯 돌보던 농민들이 느끼는 참담함, 망연자실, 허탈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자칫 광우병 사태 때와 같은 사회문제를 야기하여 혼란을 유발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1세기 초두에 벌어지고 있는 동물들의 떼죽음은 70억 인간을 먹여 살리는 지구가 한계상황에 봉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구의 생태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인구증가 문제, 이로 인한 식량문제와 환경오염 문제, 그리고 자연재앙의 문제와 생명의 근원인 물 부족 문제까지 지구는 현재 큰 병이 걸려 있다. 인간은 지구라는 어항의 썩은 물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와 같다. 구제역 파동은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증산 상제님께서 이미 한 세기 전 “하늘도 병들고 땅도 병들어 뜯어 고치지 않을 수 없다”(『道典』)고 진단하셨다. 그분 말씀대로 이미 병들어 있던 천지가 21세기에 들어와서 인간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
구제역이 돌고 있는 이시기에 100년 전 증산 상제님께서 병든 천지를 뜯어 고치기 위해 행하셨던 천지공사(天地公事)를 다시 생각해 본다. 우리 모두가 생명계를 치유하는 천지공사에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대전일보2010년 2월 17일자, 종교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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