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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가 혼절한 한파

2021.01.09 | 조회 1083


[만물상] 진돗개가 혼절한 한파

조선일보 20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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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저녁 산책 때 데리고 나간 진돗개가 큰일 날 뻔했다. 눈길에서 발바닥에 붙은 눈을 못 떼내 쩔쩔매더니 어느 순간 픽 고꾸라졌다. 눈은 떴지만 바둥거리지도 못하고 마비된 상태였다. 나이는 들었어도 진돗개인데 혼절한 것이다. 그만큼 추웠다. 황급히 안고 집으로 데려가 녹여줬더니 의식을 찾았다. 주인은 잔뜩 껴입었는데 ‘개는 털이 있으니 괜찮겠지' 한 것이 불찰이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라는데 왜 이렇게 추운가?

사진/ 20년만에 수도권에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온 8일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바라본 북한강 전체가 하얗게 얼어 있다. /박상훈 기자

사진/ 20년만에 수도권에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온 8일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바라본 북한강 전체가 하얗게 얼어 있다. /박상훈 기자

▶2015년 2월 26일 미국의 제임스 인호프(오클라호마·공화당) 상원 의원이 주먹만 한 눈덩이를 들고 본회의 연단에 올랐다. 인호프는 “온난화론은 역사상 최대 사기

극”라는 말로 유명한 기후변화 부정론자다. 인호프는 2014년이 가장 더운 해였다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보고서를 비판하면서 “밖은 지금 하늘에서 떨어지던 물방울이 이렇게 얼어붙을 만큼 추워요. 이거 한번 받아보세요” 하더니 눈덩이를 의장석으로 던졌다. 인호프는 2010년 겨울 폭설 때는 의사당 건물 옆에 눈을 뭉쳐 이글루를 만들어놓고는 거기에 ‘앨 고어의 새집’이라는 팻말을 붙였다. 기후변화 위험을 경고해오던 고어 전 부통령을 조롱한 것이다.

▶평균 기온은 올라가는데 북반구 곳곳에 겨울 강추위가 엄습하는 현상의 배후엔 온난화가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 수준으로 널리 알려졌다. 북극 일대가 더워지면서 북극권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감아 도는 제트기류가 헐거워져 북극의 찬 기단이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는 것이다.

▶북극권은 온난화에 가장 예민하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의 2~4배만큼 더 더워진다. 결과적으로 북극과 적도 사이 기온 낙차(落差)가 작아지고 전 지구적으로 바람 속도도 떨어졌다. 최근 50년 지구의 육지 풍속이 초당 0.7m쯤 약해졌다. 겨울철 미세 먼지 오염이 심해지는 것도 풍속 저하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2018년 8월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발표 논문을 보면 기류가 느려지면서 기단(氣團)끼리 잘 섞이지 않아 혹서·혹한·가뭄·홍수 등 극단 기상도 빈발하게 됐다. 산불도 잘 안 꺼진다는 것이다.

▶지구 기온은 올라가는데 겨울 한파는 심해진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기후변화는 이렇게 골치 아프고, 모순적이고, 고약하다고 해서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라고도 한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기온 상승치가 섭씨 1.1도였다. 지금 추세로 그냥 가면 금세기 말엔 3도 이상 올라버린다. 지금 살아있는 세대는 아닐지 몰라도 머지않아 코로나보다 몇 배 더 큰 충격이 일상적으로 몰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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