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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한파 뉴욕 공습 … "외투 두 겹에도 살이 아프다"

2014.01.09 | 조회 9034

북극 한파 뉴욕 공습 … "외투 두 겹에도 살이 아프다"

[중앙일보] 입력 2014.01.08 00:35 / 수정 2014.01.08 10:24

20년 만의 혹한 덮친 미국
제트기류 약해 극 소용돌이 남하
체감기온 영하 44도 … 수천 곳 휴교
항공편 3800대 취소 등 교통 마비

미국과 캐나다가 영하 30도 안팎의 혹한에 시달리고 있다. 6일 33㎝ 이상의 기록적 폭설이 내린 미 미시간주 그랜드 블랑에서 어린이 두 명이 집 마당에 눈 요새를 만들고 있다. [그랜드 블랑 AP=뉴시스]

수은주가 가리키는 기온은 영하 15도였다. 집 앞 나무들이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시속 30㎞를 넘는 강풍은 체감 기온을 영하 23도로 뚝 떨어뜨렸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7일(현지시간) 휴교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 미네소타주 주도 미니애폴리스의 기온은 6일 오전 영하 30도를 기록했다. 체감 기온은 무려 영하 44도. 미니애폴리스 주민 브룩스 그레이스는 CNN 인터뷰에서 “이건 단순한 추위가 아니다. 살이 아플 정도”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러셀 요스트는 “지금 바지 두 벌, 스웨터 두 벌, 외투 두 벌을 입고 있다”며 “그래도 맨살이 드러난 부분은 칼로 베인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떨고 있다. 20년 만에 불어 닥친 추위 때문이다. 지난 5일 미 중북부 미네소타주와 일리노이주에서 시작된 추위는 남쪽과 동쪽으로 세력을 넓혀 22개 주를 강타하고 있다.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은 6일 오전 8시 공식적으로 영하 27도를 기록했다. 1988년의 추위(영하 25도)를 26년 만에 깨뜨린 기록이다. 뉴욕·멤피스는 이날 알래스카 앵커리지보다 기온이 낮았다. 애틀랜타는 모스크바보다 기온이 낮았다. 미국의 러시아화다.

 미국을 뒤흔드는 강추위는 깊고도 넓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6일 오전 미 전역에선 3800대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미 항공사 제트블루는 뉴욕·보스턴에서 출발하는 전 항공기의 운항을 취소했다. 제트블루 관계자는 “디아이싱액(항공기 표면의 언 부분을 녹이는 액체)이 얼어붙고 연료가 제대로 분사되지 않아 항공편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추위로 인한 사망자 수는 15명으로 늘었다. 뉴욕주에선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노인이 집 주변을 배회하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했고, 시카고에선 한 살짜리 아이가 도로의 고장 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일리노이주 경찰 당국은 기온이 하도 낮다 보니 염화칼슘조차 제대로 눈을 녹이지 못한다며 시민들에게 당분간 차량 운행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도로가 얼어붙어 6일 오전 시카고에선 375대의 차량이 방치돼 있었다. 주 당국은 도로에 전복된 트럭들을 견인하기 위해 탱크를 끌 때 쓰는 군용 레커차까지 동원했다. 인디애나 전철 관리소 측은 10개 메트로 라인 중 9개 라인이 짧게는 15분에서 길게는 90분까지 연착했다고 밝혔다. 강추위로 전기회로가 얼어붙어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미네소타의 마크 데이턴 주지사는 6일 주 내 2000여 개 공립학교 전체에 휴교령을 내렸다. 주지사가 주 전체 공립학교에 휴교령을 내린 건 1997년 이래 처음이다. 미 국립기상청은 시카고 지역의 추위를 시시각각 전하는 트위터에 ‘시베리아(Siberia)’를 본떠 ‘#Chiberia’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 추위의 원인은 ‘폴라 보텍스(polar vortex, 극(極) 소용돌이’ 때문이다. ‘극 소용돌이’는 극지방의 성층권에 출현하는 강한 저기압성 편서풍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통은 캐나다 북부와 북극 주변에 머무르는데 어찌 된 일인지 올겨울엔 미국 중부와 동부로까지 남하했다. 미 언론들은 이 강력한 냉기를 시베리아 북부 지방에 묶어 놓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극 소용돌이’가 미국까지 남하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부 기상학자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 때문에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중위도 지역과 온도 차가 작아지는 바람에 북극의 제트기류가 약해졌다고 한다. 일종의 기상 이변인 셈이다.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추위는 8일 오후를 고비로 수그러들 전망이라고 미 국립기상청 측은 예보했다. 대서양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고기압이 극 소용돌이를 다시 시베리아 북쪽으로 밀어내면서 예년 기온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미 국립기상청의 기상예보관 부치 다이는 “이번에 불어 닥친 추위는 아주 위험한 추위”라며 “살코기를 집 밖에 5분만 내놓아도 꽁꽁 얼 정도인 만큼 말 그대로 살인적인 추위”라고 경고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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