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개벽뉴스

미국 도시 '파산 도미노'

2011.11.23 | 조회 4629
<세계일보>

11.21 (월)

방만한 재정운용·복지 포퓰리즘… 불황 겹쳐 지자체 '빚더미'
올 9개 도시 줄줄이 파산…재정난 탈출 자구노력 안간힘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한 미국 도시들이 속속 쓰러지고 있다. 올 들어 파산을 신청한 도시만 9개. 파산 위기에 처한 다른 도시들도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이다. 금융위기의 충격파 탓이기도 하지만 주된 이유는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 결과다.

한국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선심성 예산 낭비와 ‘묻지마 투자’로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그렇지만 미국 처럼 ‘지자체 파산(Municipality Bankruptcy)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한국은 빚더미를 자초한 지자체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고 있다. 미국 지자체의 파산 실태와 원인, 파산 절차, 지자체의 자구 노력 등을 심층 진단해 본다.

◆미국 도시 파산 신청 도미노

미국 앨라배마주 제퍼슨 카운티가 지난 9일(현지시간)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제퍼슨 카운티가 파산 신청 당시 신고한 부채는 31억4000만달러(약 3조5700억원)로 1980년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경제 허브인 버밍햄을 포함하고 있는 제퍼슨 카운티는 앨라배마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다. 미 도시 파산 전문 로펌인 ‘채프먼 앤드 커틀러’는 제퍼슨 카운티의 파산 신청으로 올 들어 파산한 도시는 9개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지난달 11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주도(州都)인 해리스버그가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한 채 파산 신청을 했다.

지난해 말 월가를 중심으로 2011년 한 해 동안 100개가량의 도시가 파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돌았으나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는 전개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파산이 예상됐던 도시들은 여전히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전문 통신사인 웰스 와이어는 지난달 워싱턴DC와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디트로이트, 호놀룰루, 샌디에이고, 신시내티, 새너제이 등이 재정난으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방만한 재정 운용

2008년 미 금융위기가 초래한 장기 경기침체는 미 도시들의 재정 수지를 급속히 악화시켰다. 실업률이 치솟고 주택가격이 폭락하면서 도시의 주된 수입원인 근로소득세와 주택세 등 세수가 급감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모든 도시가 파산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다. 파산으로 내몰린 도시들의 공통점은 방만한 재정 운용이었다. 이들 도시는 한결같이 면밀한 타당성 검토 없이 채산성 없는 사업을 강행하다 위기를 맞았다.

제퍼슨 카운티는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하수도 정비 사업을 밀어붙이다 금융위기 역풍을 맞고 쓰러졌다. 공사비용 조달을 위해 30억달러 상당의 지방채를 발행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지방채 금리가 크게 오르고 실업률 상승 등으로 세수가 줄어들면서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해리스버그도 전통적인 철강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세수가 크게 줄었는데도 3억달러가 넘는 돈을 빌려서 무리하게 쓰레기 소각장 정비 사업에 나섰다가 낭패를 당했다.

퇴직연금 등 복지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에 이른 도시들도 있다. 로드아일랜드주의 소도시 센트럴 폴스는 연 예산의 4배 가깝게 불어난 공무원 퇴직연금과 건강보험 지급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8월 파산 신청을 냈다. 제퍼슨 카운티 등은 파산을 막기 위해 하수도 요금 인상 등 증세안을 추진했으나 여론에 밀린 주 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무위에 그쳤다.

◆뼈를 깎는 자구 노력

파산법 제9장에 따른 ‘도시 파산’은 빚더미에 깔린 도시들이 사용하는 파산 방식이다. 도시 파산의 절차도 기업이 파산보호 신청을 통해 채무 상환을 일시 유예받고 기업 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과정과 비슷하다. 파산 신청 도시는 채무 상환을 유예받는 대신 공무원 인력 감축과 연봉 삭감, 공기업 민영화, 지자체 소유 자산 매각 등과 같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도시의 재정 수지를 개선하기 위한 공공요금 인상과 증세 노력도 요구된다.

이런 부담도 부담이지만 파산 신청에 따른 도시의 신인도 하락은 치명적이다. 2008년 5월 파산한 캘리포니아주 벨라지오는 파산 신청 이후 5년 동안 채권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도시 파산 전문 변호사인 리처드 레빈은 “재정난에 빠진 지방정부들은 신인도 하락으로 지방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급적 파산 신청까지는 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생존 몸부림

미 전역의 도시들은 장기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 파산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공립대 등록금을 올리기도 하고 부채 감축을 위해 시의회 의사당이나 법원 건물까지 매각하고 있다. 일부 도시는 교도소 운영 경비를 줄이기 위해 치안 불안을 감수하면서 재소자를 조기 석방하는 극단적인 조치도 불사하고 있다. 워싱턴DC는 교통 범칙금을 대폭 올리고 교통 위반 단속을 강화했다.

불법적인 예산 전용도 흔하게 발생한다. 미시간주의 자치단체인 에코스는 공립학교에 배당된 예산을 경상비로 전용하려다 적발돼 곤욕을 치렀다. 에코스뿐만이 아니다.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와 캘리포니아주의 머독 카운티 등도 이런 종류의 예산 전용이 드러나 지방채 채권 소유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4일 정부 관계자 증언 등을 토대로 미 전역의 도시들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도로나 하수도 시설 보수 등에 사용하도록 배정된 예산을 전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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