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개벽뉴스

문명, 그 길을 묻다(4) 노엄 촘스키 미 MIT 교수

2014.03.20 | 조회 5101

[문명, 그 길을 묻다](4) 노엄 촘스키 미 MIT 교수 

2014-02-24 


ㆍ한반도 비핵화하는 데 필요하다면 어떤 시도라도 해야
ㆍ통일 대박? 이득보다 한국인의 열망 살려내는 차원 돼야

우리 문명이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부분이 바로 위협받는 평화다. 지구의 생을 늘려보고자 하는 모든 노력을 단숨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가 어느 때보다 늘어났다. 세계 평화를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는 지역으로 화석 에너지원이 몰려 있는 중동과 더불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가 꼽힌다. 중국의 경제·군사적 팽창이 시작되면서 세계 강국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긴장을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동의 자원을 가져오는 해로뿐 아니라 육로까지 파키스탄에 거점을 확보했고, 동시에 자신의 동쪽 해안에서 존재감을 확인하려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일본과 한국을 긴장시킨 방공식별구역 선포에서 드러났다. 반세기 넘게 미국이 관할하던 북태평양 해상지역에서 중국이 부상하자 미국 역시 오키나와부터 호주까지 해군기지를 강화했다. 거대 세력들의 틈바구니에 자리한 한반도는 북한의 핵개발과 맞물려 더욱 신중한 행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아우르고자 동북아 정세를 넘어 큰 그림으로 평화 의제를 조언할 분을 찾았다. 필자에게는 노엄 촘스키 교수가 최선이었다. 2년 전 대담을 하면서 미국의 힘이 미치는 중동·유럽·남미의 정세와 함께 동북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그의 오랜 성찰을 피부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중국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 힘의 지형을 제기했다. 그후 중국의 팽창은 꾸준히 확대됐고 중동 정세의 다변화 속에서도 아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선언적으로 제기한 ‘통일대박론’, 북·미관계 속 6자회담, 이어도를 포함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이 모두 세계 권력의 역학 속에 엉켜 있는 매듭이기에 반세기 이상 힘의 이동을 성찰해온 촘스키를 찾았다. 대담은 지난달 31일 매사추세츠공대(MIT) 그의 연구실에서 가졌다. 이미 상반기 인터뷰 일정이 마감되었고 촘촘한 시간표 속에서 틈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지만, 인터뷰 의도를 전하는 e메일을 보내 답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일정은 신속하게 잡혔다.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며 세계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그의 깊은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 핵 전쟁은 그야말로 대재앙
비핵화 지역 확대 모색 바람직
한반도, 쉽지 않겠지만 가능


▲ 중국, 중동 등지에 거점 확보
미 압박 벗어나려는 노력
중앙아시아 쪽 향해 힘 키워


안희경 = 현재 시리아와 남수단이 전쟁에 휩싸여 있고 우크라이나 역시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늘 전운이 감도는 지구촌에서 평화는 생존과 결부된 의제가 됐어요.

촘스키 = 전쟁이 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어떤 전쟁도 쉽게 핵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핵전쟁은 그야말로 완전한 재앙입니다. 일단 벌어지면 뒷수습을 고민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습니다. 그 위력을 우리는 알죠. 겪어 봤잖아요? 이제부터 어느 나라에 심각한 수위의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우선 핵겨울 현상만으로도 그곳의 모든 것은 붕괴될 겁니다. 마비될 정도로 파멸적이죠. 지금 세계는 핵무기 문제가 그 무엇보다 심각합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긍정적인 바람이 살아 있습니다. 핵무기 없는 비핵화 지역을 세계 곳곳으로 늘리자는 모색입니다. 남아메리카는 핵무기가 없는 곳입니다. 아프리카는 거의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이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 섬에서 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지역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군사력에서 미국은 독보적입니다. 2등이라 불릴 수 있는 상대가 없습니다. 세계 군비지출의 반을 미국이 하고 있어요. 세계 경제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미국이 반을 차지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4분의 1로 줄었는데 군수산업이 아닌 다른 부문에서 줄었기 때문에 군사력은 그 누구도 근접하지 못하죠. 세계에 미군이 주둔한 부대가 아마도 1000개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안 = 핵과 관련해 미국의 태도가 가장 위험해 보입니다. 조지 워싱턴 같은 핵추진 항공모함의 경우 어느 곳이나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촘스키 = 오바마 정부가 중앙아시아에 핵무기 시설을 포함한 군사작전이 가능한 부대의 기동력을 상당히 증강시켰습니다. 이 사실에서도 미국의 입장이 나타나죠. 남태평양 비핵지대조약도 프랑스가 프랑스령에서 핵실험을 하고, 또 미국이 그 지역을 핵무장 군함 이동통로로 쓰기 때문에 실행이 안되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중동인데요. 미국과 이란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늘 핵이 터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입니다. 아랍국가들이 제일 적극적으로 중동 비핵화를 밀어붙입니다. 매우 가치있는 방향 설정이죠. 그래서 2012년 비핵무기 지대를 위한 국제회의를 핀란드에서 열려 했습니다. 유엔의 핵확산금지 지원 아래 진행되는 회의로 거의 막바지 단계까지 갔는데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스라엘이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이란까지 아무 조건 없이 참가하겠다고 했는데도요. 그러면서 미국이 회의를 취소했습니다. 무산됐죠. 유럽 의회, 아랍국가들, 러시아 모두 다시 소집하자고 압력을 넣는데도 지금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북태평양 지역, 한반도에서도 비핵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 봅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안 = 지난해 2월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핵무기의 폭발력을 증가시켰고 소형 경량화에 성공했죠. 당시 미국 여론은 들끓었고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촘스키 = 우리는 왜 북한이 지난 10년 동안 핵무기를 상당한 규모로 개발해 왔는지 그 배경에 대해 인식해야 합니다. 미국이 협상에서 반복적으로 사보타주를 했어요. 획기적인 수용안으로 진행되는 도중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느닷없이 고착상태를 만드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도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한 거죠.

안 =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 통일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정보계통에 있던 분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것을 들었는데 미국 정부는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고 합니다. 분단 상황을 힘의 완충지대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거죠.

촘스키 = 나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장기적 목표가 통일을 막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그렇지 않을 겁니다. 다만 부시 정권이 모든 부분에 공격적으로 과격하게 취해온 입장을 표현한 거겠죠. 1994년 체결된 미·북관계 기본틀 협약 이후에 진행된 북한과 미국의 협상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사실로 보입니다. 부시 행정부가 통일을 향한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줄 사안들에 대해 거절한 이후 특히 더 그랬습니다. 이는 미국 학계가 검토한 평가에도 나와 있습니다. 미국이 뒷걸음질을 쳤고 가능했을 진전 단계들을 막았다는 것이 진실이죠. 하지만 북한은 상당히 까탈스러운 협상 상대입니다. 원만한 상황에서도 협상 테이블을 운영하기 어려운 파트너인데 부시 행정부의 행보는 특히 해로웠어요. 실제로 그 해악의 결과가 지금 나와 있죠. 부시 대통령이 취임할 때 북한은 기본적으로 핵무기가 없거나 거의 없었습니다. 그가 떠날 때 북한은 상당한 핵무기를 보유했어요. 미국이 실패한 겁니다. 단호하게 말하건대, 모두 함께하는 보다 건설적인 접근을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건 부시 정권입니다.

안 = 이어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도 올해 6년차입니다.

촘스키 = 불행히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습니다. 부시 정권처럼 혹독하게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부드럽게 조절하려는 발전은 없었죠. 나는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보다 더 큰 이슈가 배경에 버티고 있어서일 겁니다. 미국과 중국의 복잡한 관계가 태평양을 포괄하는 주도권에까지 미치게 됐으니까요. 인도·태평양 지역이 세계 정세에서 주요 쟁점입니다. 한국 문제 역시 바로 그 속에 자리 잡고 있어요. 

미국의 군사 전략은 소위 ‘차단할 자유’를 내세워 한국의 제주 강정기지부터 일본 오키나와, 괌, 호주까지 이어지는 아치형 구조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사진은 항공기 66대를 탑재할 수 있는 9만7000t급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 북 자원 얻는다는 의제로
통일을 바라보는 건 부적절
인간적 가치란 이로움 얻길


▲ 북 파멸 않도록 힘 쏟아야
참혹한 결과 피할 수 있어
‘햇볕정책’이 궁극적 해법


안 = 중국의 동해가 쟁점으로 두드러집니다. 기존의 관리자를 자처하는 미국과 자국의 영해권을 회복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어떻게 보십니까. 

촘스키 = 미국은 중국 동해상에서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미국 전략 언어로 ‘전통적 안보 딜레마’라고 묘사합니다. 양쪽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합니다. 미국이 주장하는 바는 ‘차단할 자유’입니다. 미국이 모든 곳에서 군대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죠. 이에 반해 중국은 자국의 영역을 포괄해 통제하고자 합니다. 중국 동해상의 갈등은 매우 불균형한 것입니다. 미국은 오랜 제국주의적 위치를 중국에서 고수하려 하고, 중국은 미국의 제국적 지배로부터 자신의 지위를 막 회복해 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런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연안에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이 떠다니는 것을 참고 있기 어렵겠죠. 중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 군대가 아치형 구조로 자신들을 둘러싸고 압박하는 겁니다. 한국에 있는 제주 강정기지도 아마 군사기지로 진행될 텐데 이 적대적 압박 구조에 포함되죠. 일본 오키나와, 괌, 호주까지 이어집니다. 이는 군사적 봉쇄 아치입니다.

안 = 2년 전 강정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기 시작할 당시, 오바마 정부가 호주로 군사를 이동 전진 배치하면서 이런 봉쇄가 O형으로 러시아·인도까지 빙 둘러 중국을 에워싸는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촘스키 = 러시아는 중국과 긴 국경을 접하고 있죠. 여기도 매우 긴장이 고조된 국경입니다. 그동안 심각한 갈등이 있어왔고요. 인도 또한 중국과 전쟁을 치렀습니다. 

안 = 중국은 중동에서부터 인도를 감싸며 하이난항까지 연결하는 주요 항구에 거점을 확보했습니다.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라 불리는 전략인데 이제 예멘까지 뻗었습니다. 내륙으로도 파키스탄에 거점을 확보했고요. 한국의 경우 대중국 수출이 미국보다 두 배 넘는데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이 거대한 힘들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안정을 갖추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촘스키 =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은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천천히 벗어나려는 중국의 노력입니다. 사실상 중앙아시아를 향하는 움직임이죠. 카자흐스탄부터 파키스탄까지 쭉 이어지도록 관계를 긴밀히 해나가려는 모색입니다. 물론 이란까지, 또 궁극적으로는 터키까지 도달할 거예요. 중국과 이들 아시아 나라가 참가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도 그 방향 속에서 힘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일종의 에너지 안보를 내세우는 기구인데 부분적으로는 서방의 간섭을 방어하면서 자신의 영향력과 힘을 확대하려 하죠. 그렇지만 중국 해상은 미국이 주도하는 상당한 군사력이 들어와 있고, 당신이 언급했듯이 러시아와 인도가 다른 쪽에 또 버티고 있어요. 상하이협력기구는 인도와 이란은 옵서버로 승인했으나 미국은 옵서버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했습니다. 이 기구가 앞으로 얼마나 발전해 나갈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일각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기구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꽤 요원하기는 해도 세계 무대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보게 됩니다.

안 =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TPP)에 미국이 적극 가입 의사를 밝힌 것은 중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행보라는 진단이 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손실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한국 정부 역시 가입 의사를 밝혔다가 거부당했지요. 그러나 시기를 놓치면 무역 타격을 입을 거라며 국민적 이해를 구하기 전에 가입 기회부터 잡고자 열중합니다. 

촘스키 = 글쎄요. TPP는 매우 뒤섞인 사안입니다. 매우 신중하게 바라봐야 해요. 이름은 무역협정인데 무역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는 협정의 세부 사항을 모르고 있습니다. 대중에게 계속 비밀로 하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수백에 이르는 기업 로비스트와 기업 변호사들에게는 보안을 걸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협상안을 쓰게 합니다.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다른 협정을 모델로 삼고 진행될 겁니다. NAFTA는 자유무역협정이 아닙니다. 고도의 보호무역주의예요. 투자자 권리 협정입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득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민간에게는 심각하게 해를 미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기업이 정부를 고소하도록 허용했습니다. 환경 규제 등 기업이 손해볼 것 같은 잠재적 영향력을 미리 차단한 거죠. 이는 기업에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 장비를 갖춰주면서 고수익을 내도록 보장하는 시도입니다. 무역협정에서 자본은 이익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자유가 있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NAFTA가 생기고 미국 국경에 새 철책이 들어서면서 경비와 단속이 삼엄해졌는데, 이는 노동하는 이들을 한 곳에 붙박아 놓으려는 계획과 맥을 같이합니다. 전반적으로 TPP를 포함한 무역 협상들은 노동 비용에 비해 자본이 우위를 점하도록 구상되어 있습니다. TPP의 경우 미미하게나마 흘러 전해진 사안 가운데 지적재산권 관련 안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존재했던 것 중 가장 강력한 특허 보호조항이라고 합니다. 독점적 가격결정권을 보장하도록 했답니다. 제약업체, 미디어업체들의 이익이 불공정하게 보장되죠. 이익을 찾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자본의 이동 자유를 보장하는 협정입니다. 사람을 위하는 협약이 아니라 자본, 돈을 위한 것입니다.

안 = 올해 한국에서는 통일이 다시 화두에 올랐습니다.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선언했습니다. 구체적 방법은 밝히지 않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통일은 한반도뿐 아니라 그 주변의 국가들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부 언론이 ‘인건비 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 ‘북한 광물자원이 남한의 20배’ 등 투자 홍보 같은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촘스키 = 한국의 통일이 경제적으로 이득을 주는 것은 확실하지요. 두 반쪽은 굉장히 상호보완적입니다. 좋은 움직임이에요. 북한에는 광물자원도, 엄청난 예비 노동인력들도 있지요. 그렇지만 값싼 노동력을 취하는 것이 바람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남한 수준으로까지 점진적으로 향상시키자는 목표를 가져야죠. 통일을 바라봄에 있어 자원을 얻는다는 의제로 다가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품 속에 묻혀 있는 열망을 회복시키는 보다 큰 차원의 꿈을 보여줘야지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한반도의 통일 열망은 대단했습니다. 다시 하나가 되어 살아가자는 염원이 절절하고 강렬했죠. 이젠 역사 속으로 들어갔지만요. 나는 한국 사람들이 그 열망을 다시 살려내 남북한 모두 보다 높은 인간적인 가치에 도달하는 이로움을 얻었으면 해요. 한민족으로 뜨겁게 하나가 되는 통일은 그 어느 것보다 한국 사람들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안 = 우리는 잊었지만 선생님은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사는 것이 팍팍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장 돈으로 환산되지 못하는 가치들은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그러면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북한을 붕괴시켜야 하는 적으로 규정하는 관점입니다.

촘스키 = 북한이 파멸하지 않도록 막는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참혹한 결과를 피할 수 있어요. 붕괴는 핵무기 사용을 불러올지 모릅니다. 통일은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나아가야 합니다. 모든 과정이 최악의 결과를 방지하도록 부드러워야 합니다. 저는 햇볕정책과 관련한 일련의 방식들이 궁극적으로 통일에 다다를 해법이라고 봅니다. 천천히 동화시키는 적절한 방향이에요. 상업적인 교류, 문화적인 교류 그리고 여행을 허용하는 거죠. 긴장을 이완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한발 더 나가서 민간 차원에서 서로 수용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도록 해줄 겁니다. 정책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관계는 상당히 부드러워지니까 그 다음 진전된 도약을 불러올 거예요.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통일의 형태를 갖추는 틀이 마련될 가능성도 생길 겁니다. 지금까지 두 사회가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달려왔습니다. 쉽게 진행될 단계들이 아님은 분명하죠. 그저 차근차근 작은 발걸음들이 그 목적지에 조금씩 순조롭게 도달하도록 가는 겁니다. 무엇보다 북한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안 = 한국의 집권층은 미국으로부터 군작전 통수권을 넘겨받을 상황이 아니라며 전작권 환수 연기를 요구합니다.

촘스키 = 내 생각으로는 한국이 중립화를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이로울 겁니다. 거대한 세력들의 갈등과 대치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것, 세계의 주요 군사력에 의존하기보다 그 편이 더 건강할 거예요. 물론 이것이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 안에는 안보 문제가 있고, 그저 괜찮을 거라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죠. 그러나 정책 목표로 중립화라는 지향을 갖는 겁니다. 예를 들면 한반도 비핵화입니다.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데 필요하다면 어떤 시도라도 해야 합니다. 북한과 미국 모두에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대단히 기념비적인 진보를 이뤄 왔습니다. 경제적인 발전에서 사회적·문화적인 진전까지 해냈습니다. 더구나 지독하게 냉혹한 독재구조까지 무너뜨리며 민주적인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강렬한 역사의 발자취입니다. 한국인들은 하나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늘 궁극적으로 하나의 나라가 되어 통합하고자, 서로 자유롭게 교류하고자 희망해 왔습니다. 이것이 가장 건강한 열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열망이 가장 건강한 통일을 향해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노엄 촘스키(Noam Chomsky·86)
학자이자 사회운동가… 미 비판적 여론 형성 리더


노엄 촘스키 교수(오른쪽)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안희경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엄 촘스키(Noam Chomsky·86)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언어학과 교수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언어학자 중 한 명으로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변형생성문법 이론을 만들어냈으며 <통어 이론의 제상>(1965) 등의 저작을 통해 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 

또 인지과학의 선구자이기도 한 그의 학문적 성과는 지금도 컴퓨터공학, 수학, 심리학에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그는 역사학자 또는 사회운동가로도 불리는데 1967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글 ‘지성인의 의무’를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 자본주의 경제, 인권, 언론 등에 관한 시론을 꾸준히 쓰면서 비판적 여론을 형성하는 리더로 자리매김됐다. 깊이 있는 논지로 학계와 대중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 스위스 발달심리학자 장 피아제 등 당대 대표 석학들과 공개 대담을 갖기도 했다. 100권이 넘는 전문서적 및 시론서, 10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지금도 꾸준히 저서를 펴내고 있다. 주요 저서로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숙명의 트라이앵글>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등이 있다.

지난 1월 마지막 날 찾아간 촘스키 교수의 연구실에는 한 장의 확대된 편지봉투 사진이 놓여 있었다. ‘수취인 불명’ 도장이 찍혀 반송된 편지로 팔레스타인 주소로는 전달되지 않는 이스라엘 원주민의 한을 담고 있다. 촘스키는 유태계 미국인으로 오늘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유로울 권리와 평화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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