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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오남용이 불러온 슈퍼박테리아 공포

2011.01.24 | 조회 5686

제대로 알고 쓰는 항생제 이야기
대부분의 항생제에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 일명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최근 일본·중국에 이어 국내서도 발견돼 아시아 전체가 슈퍼박테리아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슈퍼박테리아가 생기는 큰 이유는 항생제 오남용 때문. 항생제 복용, 지금 이대로도 좋을까?

Chapter 1
OECD 국가 중 항생제 처방률 1위

'2010 OECD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항생제 소비량은 31.4(DDD)로 OECD 30개 국가 중 벨기에와 함께 1위를 기록했다. ‘31.4’란 ‘성인 1000명이 하루에 31.4명분의 항생제를 복용한다’는 의미다. 가장 낮은 나라는 네덜란드로, 항생제 소비량이 12.9다. 한국이 항생제 최다 소비 국가가 된 큰 이유는 감기, 즉 급성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높기 때문이다.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므로 감기 치료 목적의 항생제 처방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병원의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55%로 네덜란드(17%)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최근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항생제를 권장되지 않는 감기에서 매일 2만8443명이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고, 비용이 하루 4635만원에 이른다. 항생제를 과다복용하면 병원균이 항생제에 저항 능력이 생겨 항생제 효과가 없어지는 내성이 생긴다. 이때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게 된다.

어떤 항생제 처방이 많은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생제는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와 세파로스포린 계열 항생제다. 이 항생제들은 포도상구균, 폐렴균 사멸 효과가 있어 중이염, 폐렴, 인후두염, 편도염, 기관지염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페니실린 계열과 세파로스포린 계열 항생제의 80~90%는 모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사용된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주로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 처방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감기에서 항생제 처방률이 가장 높은 진료과목은 이비인후과 68.3%, 가정의학과 53.5%, 일반의원 53%, 외과 48.6%, 소아청소년과 47.7%, 내과 43%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에서는 항생제를 주사제로 사용하면 내성 가능성이 덜하다고 생각해 선호하는데, 주사제 역시 내성 등 부작용 가능성은 경구용 알약과 같다.

항생제 처방이 가장 많은 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5년부터 감기, 즉 급성상기도감염에 처방한 항생제 비율을 평가해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따라서 동네 병원에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병원평가정보검색’항목을 클릭한 뒤,‘항생제 처방률’평가 항목을 선택해 지역정보를 입력하면, 급성상기도감염 진료건수가 100건 이상인 병원에 한해 항생제 처방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감기엔 항생제 복용 피해야

감기는 일반적으로 1~2주 이내에 자연적으로 낫기 때문에 오히려 항생제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내성이 유발될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 항생제를 복용해야 할 때는 다음과 같다.
- 감기를 앓다가 세균성 폐렴, 기관지염, 축농증 등 2차적인 세균감염이 발생했을 때
- 감기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38℃ 이상의 발열이 점차 심해질 때
-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이 있을 때
위 상황에서는 반드시 의사 처방을 받은 후 항생제를 복용한다.

단순히 열이 날 때 집에 있는 항생제를 임의로 복용하는데, 감염증의 종류와 원인 세균이 다르니, 꼭 전문가의 처방이 있어야 한다. 복용기간과 복용량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본인이 판단하고 의사 처방 없이 항생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병원성 세균을 완전히 죽일 수 없다.

병원균이나 항생제 내성균의 전파를 막기 위해 손씻기 등의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킨다. 또 폐렴구균 백신, 독감백신, A형간염, B형간염 백신 등 적절한 예방접종을 받는 것도 세균감염으로 인한 질환 발생을 예방할 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균 출현을 막을 수 있다.

중이염 항생제 사용 가이드라인

감기가 기승을 부릴 때는 중이염에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은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이 짧아 콧물 속 세균이 귓속으로 들어가 중이염을 일으키기 쉽다. 그런데 중이염에 걸리면 부모들은 항생제를 사용해야 할지 고민한다. 병원에 따라, 의사에 따라 처방이 다르고,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항생제를 빠르게 써야 하기 때문에 더 헷갈린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이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 15세 미만의 ‘유소아 중이염 진료지침’을 제정했다. 지금까지 중이염 증상에 따른 항생제 투여 시기와 종류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그러나 중이염은 감기(급성상기도감염)와 달리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청력 손상 등 후유증이 크다.

진료지침에 따르면 항생제를 써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 중증 급성중이염(24시간 이상 지속되는 이통이나 보챔, 38.5℃ 이상의 고열)
>> 6개월 미만 아이
>> 부비동염, 편도선염 등 항생제 투여가 필요한 합병증이 동반됐을 때
>> 2~3일간 증상을 없애는 대증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관찰했으나 증상이 지속될 때
>> 이미 항생제를 복용한 경우

일반적으로 항생제 치료 기간은 병의 중증도에 따라 5~10일을 기본으로 한다. 처방 후 2~3일째 항생제 반응 정도와 병의 경과를 관찰해 이통·발열 등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2차, 3차로 다른 항생제를 사용하게 된다. 반면 항생제를 쓰지 않을 때는 6개월 이상이면서 증상이 가벼운 경우, 항생제 대신 2~3일간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과 같은 진통소염제로 증상을 완화시킨다.

중이염이 완치되지 않아 귓속에 염증성 액체가 남아 있는 삼출성 중이염인 경우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2~3일 내로 병원을 꼭 방문한다. 중이염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어린이집 등에 다니거나, 2세 미만이거나, 모유수유를 적게 한 경우, 누워서 우유병을 먹이거나, 공갈 젖꼭지를 사용하는 경우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보육시설에서 전염되는 상기도 감염을 줄이고, 6개월까지 모유수유를 권장하며, 생후 6~12개월에서는 공갈 젖꼭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More Advice. 항생제 복용 원칙
1 정해진 처방(시간)에 맞추어 약을 복용한다.
2 증상을 임의로 판단해 약을 끊지 않는다.
3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지 않는다.
* 항생제의 경우 정해진 용량과 기간에 복용하지 않으면 질환 치료는 물론 항생제 내성을 키울 수 있어 절대 금물이다.


Chapter 2
아시아에 닥친 슈퍼박테리아 공포의 현실화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슈퍼박테리아 검출과 이로 인한 사망이 계속되자 지난 8월 경계령을 내렸다. “WHO는 성명을 통해, 여러 항생제에 저항력을 지닌 박테리아의 출현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등장하는 새로운 유전자(NDM-1)를 가진 박테리아는 거의 모든 항생제에 저항력을 갖는 만큼 감염경로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와 병원, 정부 등 보건 관련 기관 전체가 신종 슈퍼 박테리아를 경계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아시아 지역, 슈퍼박테리아 공포 비상

지난 9월 일본에서 다제내성 아시네토 박터균으로 10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10월에는 중국의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뉴델리형 카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NDM-1)이 3명의 환자에게서 발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은 지난 12월 9일 “뉴델리형 카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에 감염된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보건복지부가 밝혔다.

감염된 환자는 모두 2명으로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장기입원 중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다제내성균은 가장 강력한 항생제 중 하나로 알려진 카바페넴에도 듣지 않는 균이다. 2008년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균인데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돼 현재 한국을 포함해 14개국에서 360명가량 감염됐다. 이번에 감염된 국내 환자 2명은 해외여행 경험이 없어 국내 또 다른 보균자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아시아, 항생제 내성률 세계 최고

아시아는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률이 높다. 특히 중국의 1인당 평균 항생제 소비량은 미국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항생제 남용이 심각해 전 세계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얼마 전 열린 미국감염학회 학술대회에서는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와 치료방식에 대한 최신정보를 교환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아시아 국가에서 검출된 박테리아 중 일부는 항생제 내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베타락탐 등 일부 항생제에 대한 박테리아 내성률은 지난해 36.6%로, 아시아가 대륙별 비교에서 가장 높았다. 항생제 내성이 생긴 균은 돌연변이로 쉽게 바뀌고, 이렇게 되면 박테리아를 하나의 항생제로 치료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기승을 부리는 카르바페넴 내성균은 세계적으로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르다.

따라서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NDM-1 유전자를 가진 카바페넴 내성 장내균을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해 감시하고 있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50여 개소에서 NDM-1이 발견되거나 기타 다제내성균주에 의한 집단사망 사례가 발생할 경우, 즉시 신고해야 한다. 실태 조사를 위한 ‘의료관련감염관리 TF팀’도 출범시켰다. 카르바페넴 내성균 감염증의 진단기준이 함께 마련했다. 한편, 카르바페넴 내성균 외에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등 모두 6종의 다제내성균을 지정감염병으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전문가들은 슈퍼박테리아의 감염 경로와 정도를 면밀히 감시하고 치료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슈퍼박테리아를 무력화할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다. 100% 치료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슈퍼박테리아 제거 확률을 높이고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발병률을 줄이는 등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세계 의학계에서는 슈퍼박테리아의 내성 기전 등에 대한 정기적인 조사·연구를 시행하고 있다.무엇보다 슈퍼박테리아의 진화 속도보다 의약품 개발 속도가 늦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감염예방을 위한 의료진과 환자의 노력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카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 등에 대해서는 의료진이 항생제 노출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선진국에 비해 항생제 오남용률이 훨씬 높다.

전문가의 진료를 통해 항생제가 필요한 질환을 올바로 진단하고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받고, 처방받은 항생제는 임의로 줄여 복용하거나 복용을 중단해서도 안 된다.

병원 감염 대비 철저히 해야

공기로 전염되는 인플루엔자와는 달리 다제내성균은 소변이나 대변, 상처 부위를 통한 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화장실에 다녀온 후 손을 비누로 15초 이상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병원 내 감염도 유의한다. 감염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환자의 병원 체류 및 수술 기간, 병의 중증도, 환기와 청결 정도다. 의료진의 청결 정도도 중요하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사의 가운과 장갑 등을 매일 소독하면 병원 내 감염을 20% 이상 줄일 수 있다. 이미 국내 환자에게 다제내성균이 존재하므로 병원의 중환자 등 감염이 가능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 활동을 유지하고,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염관리를 철저히 한다.

More Advice. 항생제 복용 시 주의할 점
1. 항생제는 물과 함께 먹어라
항생제는 되도록 물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주스나 우유, 커피 등과 같이 복용하지 않는다.
약물 흡수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쓴맛을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과립 또는 시럽 형태의 단맛이 나는 약이 있으니 의사에게 이를 처방해 달라고 한다.
2. 부작용 발생 시 즉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한다
대표적인 항생제 부작용은 피부발진 및 가려움증 등의 알레르기 반응과 설사 등이다. 부작용이 발생하면 즉시 의사·약사와 상담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약물을 다시 처방받는다.
3.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하면 의사와 약사에게 꼭 알린다
항생제는 경구피임약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임신 유무를 확인한 후 처방받는 것이 안전하다. 평소 심혈관질환으로 혈전용해제(와파린)를 복용하는 환자는 특히 의사에게 꼭 이 사실을 알려 적합한 처방을 받는다. 당뇨병, 고협압 등의 만성질환자가 항생제를 복용하면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혈액검사 등에서 정확한 검사수치가 나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유의한다.
4. 약은 나만의 것임을 명심
자신이 먹던 약을 증상이 같다고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또한 자신의 약을 잘 보관해서 습해지거나 변질되지 않게 한다. 이는 약효의 감소와 원치 않는 약물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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