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개벽뉴스

일상화된 기상이변

2010.09.01 | 조회 6496

[중앙일보 강찬수]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그 원인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올겨울 극심한 추위와 폭설은 북극진동으로 제트기류가 약해져, 올여름 폭염과 홍수는 제트기류가 고기압에 꽉 막힌 게 제일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롤러코스터 같은 제트기류 이면에는 지구온난화가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올해 지구촌을 강타한 변칙 기상의 배경과 지구온난화 현상을 살펴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겨울엔 최저, 여름엔 최고 기온 기록한 지구촌

올 1월 2일 미국 동부 미네소타주 인터내셔널폴스 지역. 30년 만에 닥친 강추위로 기온이 영하 37도까지 떨어졌다. 도시가 마비되고 주민들은 옴짝달싹 못했다. 남부 플로리다주에서도 오렌지 나무에 고드름이 얼어 붙는 등 난리가 났다.

같은 달 중국 베이징과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도 폭설과 한파로 인해 16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월에는 미국 워싱턴 DC 지역에 1m 안팎의 폭설이 내렸고, 3월 중국 서남부에는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들어 780만 명의 주민과 500만 마리의 가축이 죽을 고비를 넘겼다.

여름에는 폭염이 덮쳤다. 7월 6일 미국 뉴욕은 낮기온이 39.4도까지 치솟았다. 뉴저지, 워싱턴DC, 보스턴 등 미국 동부지역 주민들은 38도를 넘는 열파에 시달렸다. 같은 달 26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도 낮 기온이 130년 만에 가장 높은 37.2도까지 치솟았다. 8월에는 파키스탄에서 홍수가 발생해 1500여 명이 사망하고 120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혹한과 가뭄, 폭염과 홍수. 불과 몇 달 사이 지구촌의 기상이 롤로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립기상자료센터(NCDC)의 제이 로라모어 기후분석 책임자는 “기후가 변하면서 기상이변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1월에 서울에서는 관측 사상 가장 많은 25.8㎝의 눈이 내렸다. 4월에는 뒤늦은 한파가 닥쳐 4월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1도나 낮았다. 6~8월 전국 평균기온은 1973년 체계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높았다. 8월에는 비도 잦았다. 서울은 0.1㎜ 이상 비가 내린 날이 24일이나 됐다. 강수량도 6~7월 367㎜보다 많은 597㎜를 기록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기상이변 핵심은 진로 바꾼 ‘제트기류’

올해 기상이변이 잦았던 배경으로는 제트기류가 지목된다. 겨울엔 북극진동으로 제트기류가 약화된 것이, 여름에는 고기압에 블로킹(차단)된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크게 요동친 게 기상이변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은 북극과 중위도(북위 45도) 지방 사이의 기압 차가 줄기도 커지기도 하는 현상이다. 기압차가 줄면 성층권의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두기 어려워진다. 올 초 두 지방 간 기압차가 줄어든 탓에 찬 공기가 대거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북반구 한파가 닥쳤다.

올여름 파키스탄의 홍수도 제트기류가 원인이었다. 당시 동유럽에 자리 잡았던 고기압 탓에 더운 공기가 정체되면서 유럽은 폭염에 시달렸다. 이후 고기압 세력은 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했지만, 고기압에 가로막힌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크게 우회하는 바람에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제트기류를 따라 파키스탄 쪽으로 내려왔다. 이 찬 공기가 남쪽의 습하고 더운 공기와 만나면서 폭우가 쏟아져 파키스탄에 유례없는 홍수가 발생했다. 역시 대홍수가 발생한 중국은 원인이 좀 다르다. 동태평양에서 바닷물 온도가 내려가는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면서 반대로 서태평양에서는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고,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서로 크게 퍼지면서 큰비가 내렸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박정규 기후과학국장은 “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크게 요동치면서 속도가 느려지고, 공기가 정체돼 기상이변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국장은 “제트기류 자체가 기상이변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상학자들은 기상이변 원인을 현재의 기상학 수준으로는 명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기상학자 게이빈 슈미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폭염 등 기상이변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과학자로서 그것을 증명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 최소한 ‘아직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생물의 진화가 온난화 속도 못 따라잡아

지구촌 생태지도 변화
 20년 전 러시아에는 북극곰이 4000여 마리 살았다. 최근에는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북극 바다와 연안 지역의 얼음이 녹아내린 탓이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니키타 오브시아니코프 북극곰 연구팀장은 “온난화로 북극해 연안 얼음이 녹으면서 바다표범 등 주요 먹잇감을 구하지 못해 곰의 숫자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일대의 회색곰도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잣을 즐겨 먹지만 기온 상승으로 해충이 극성을 부리면서 잣나무가 말라죽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개구리가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산란기가 빨라지고는 있지만 기온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다. 영국 임페리얼 런던대학 앨버트 필모어 교수는 “개구리가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면 2050~2070년에는 지금보다 알을 30일 앞당겨 낳아야 한다”며 “그 기간 내에 개구리가 진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박대식 교수는 “양서류는 알을 낳는 곳과 사는 곳, 겨울잠을 자는 곳이 다른데 한 곳의 서식환경이 급변해도 생존이 어려워 멸종위기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도마뱀도 기로에 섰다. 변온동물인 도마뱀은 체온을 높이기 위해 햇볕을 쬐어야 하지만 기온이 너무 높아지면 그늘로 피해야 하기 때문에 먹이사냥에 나설 수 없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도마뱀 중 5%는 이미 멸종했고, 남부 유럽에서는 30%가 사라졌다.

인류가 석탄·석유를 태우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CO2)가 바다에 녹아들면서 해양 먹이사슬도 바뀌고 있다. 극지방의 차가운 바닷물일수록 CO2가 더 많이 녹아들고, 바닷물이 더 산성화된다. 산성화된 바닷물에서는 바다달팽이·대합조개의 껍질이 얇아지고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한다.

40년간 한국 연안 수온 세계 평균의 3배 상승

몸살 앓는 한반도
 개다시마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강릉 이북 동해안에서 흔했다. 다시마가 자라는 얕은 곳과 구멍쇠미역이 자라는 깊은 곳의 중간지점인 수심 20~25m에서 개다시마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해안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0년 이후 강력한 태풍이 영향을 끼쳤고, 기후변화로 해양환경이 변화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명태도 그렇다. 한류에 사는 명태는 자취를 감추고 대신 난류성 어종인 멸치가 북한 해역에서도 잡히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남해안을 중심으로 아열대성 어류인 참다랑어 어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참다랑어의 몸 길이도 70㎝ 미만이 보통이었으나 2007년부터는 1m 이상인 것도 잡힌다.

수산과학원 서영상 수산해양종합정보과장은 “1968~2008년 사이 한국 연근해 표층 수온이 1.31도 올라갔는데 전 세계 평균의 세 배 수준”이라며 “거대한 해양시스템에서 온도가 1~2도 오르는 것은 사람이 감기에 걸려 고온에 시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수산과학원은 8월 초 부산 인근의 남형제섬 앞바다 물속에서 제주도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밤수지맨드라미·해송·총산호류 등 아열대성 산호류 10여 종을 확인했다.

과일과 아열대 농작물 재배지도 북상 중이다. 제주도 서귀포에서는 아열대 작물인 망고, 전북에서는 한라봉 재배 면적이 늘고 있다. 전남 해남에는 파파야·구아바 등 열대작물이 시범재배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김용건 박사는 “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과제인데 국가 간 감축 목표 설정 등 협상에 진전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제트기류
=지표면에서 7~12㎞ 상공의,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시속 100㎞ 정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흐르는 기류. 폭은 1~5㎞ 정도다. 북반구에서는 북위 30~60도 사이에서 주로 관찰되며 남북으로 뱀이 움직이듯 꿈틀대며 흐른다. 제트기류는 지구의 자전과 공기의 대류 현상이 결합해 일어난다.


◆북극진동
=북극과 중위도(북위 45도) 지방 사이의 기압 차이가 시계추처럼 반복해 오르내리는 현상. 중위도 지방의 기압이 높고 북극의 기압이 낮은 ‘온난 모드’에서는 제트기류가 찬공기 남하를 막아 북반구 전체에 따뜻한 겨울이 온다. 반대인 ‘냉각 모드’에서는 찬 공기가 퍼져 나가 추운 겨울이 된다.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reporter/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지구촌 개벽뉴스

rss
지구촌 개벽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천연두가 역사에 던지는 의미 사진 진리가이드 121045 2010.01.07 16:05
공지 구제역과 천지병 첨부파일 알캥이 113306 2011.06.08 11:21
공지 새 문명 창조의 전환점, 전염병 사진 진리가이드 120956 2009.12.07 10:02
공지 전염병, 재앙인가 축복인가? 사진 진리가이드 122290 2009.12.07 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