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의 전쟁 12일..'땅끝'에서 서울 '턱밑'까지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기자][214만마리 살처분 '사투'...여전히 '진행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H5N8형)의 전국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AI 의심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곳은 강원도와 경상북도 두 곳 뿐이다. 방역당국은 주요 도로 차단은 물론 헬기방제까지 동원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를 막기에는 속수무책이다.
방역당국 한 관계자는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와 AI 발생농가 주변을 대상으로 고강도 방역작업을 펼치고 있다"며 "설 명절을 맞아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AI 차단까지 여러 변수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답답해 했다.
지난 2011년 이후 32개월만에 다시 찾아온 AI 근절을 위해 방역당국이 벌이고 있는 '12일간의 사투'를 되짚어 본다.
이번 고병원성 AI는 지난 17일(D+0일) 전북 고창군 신림면 한 종오리 농가에서 처음 발생했다. 농장주는 "종오리들의 폐사가 잇따랐고 산란율도 평소대비 50%이상 감소하는 등 이상증세가 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농장에서 사육중인 종오리 약 2만1000마리는 모두 살처분 됐다.
방역당국은 즉시 AI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경계' 단계로 한 단계 격상하고 사태를 예의주시했다. 또 종오리 농장으로부터 잠복기(최대 21일)이내 오리 병아리 17만3000마리를 분양받은 전북,충남·북,경기 등 4개도 24개 농장에 대한 역학조사와 함께 긴급 방역을 실시했다.
하지만 농가의 불안은 빠르게 번지고 있었다. 같은 날 고창 종오리농가로부터 10여km 떨어진 부안 육용오리 농장에서 AI 의심축이 추가 신고된데다 18일(D+1일)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가창오리 100여마리가 집단 폐사체로 발견됨에 따라 AI 바이러스가 이미 전북 일대에 폭넓게 퍼졌을 거라는 우려가 커졌다.
17~19일 3일간 최초 발생 농장을 포함해 고창·부안 일대 6개 농장에서 닭·오리 9만여마리가 살처분 됐다.
심상치 않은 기미였다. 방역당국은 AI발생 하루만에 '초강수' 카드를 뽑아 들었다. 19일(D+2일) 새벽 0시부터 20일 자정까지 48시간 동안 전북·전남·광주광역시에 대해 사상 첫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발동했다. 축산관련 차량과 인원의 이동을 통제하고 고강도 방역을 실시하기 위해서 였다.
전국 오리 사육농가 70%가 이들 지역에 밀집해 있어 자칫 초기 방역에 실패할 경우 2011년 AI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조치였다. 2003년 이후 4차례 한반도를 휩쓴 AI는 짧게는 42일, 길게는 139일간 지속됐다. 특히 2010~2011년의 경우 약 5개월 동안 전국 6개 시도, 25개 시군에서 휩쓸면서 총 650여만 마리의 닭·오리가 살처분 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무렵 감염된 가창오리 떼가 한반도에 날아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첫 발생지에서 불과 5km 거리에 있는 동림저수지에서 집단 폐사한 가창오리떼 사인 검사에서 고창 종오리농가와 똑같은 H5N8형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다. 이같은 추정은 한참 뒤인 28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를 통해 확인됐다.
철새가 '용의자'로 떠오르면서 방역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철새들의 이동을 감안해 전국적으로 방역을 확대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1일(D+4일) 방역당국은 AI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기존 발생농가 중심 반경 500m에서 3km로 확대하고 나섰다.
23일(D+6일) AI의 전국 확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충남 서천군 금강하구에서 발견된 가창오리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인된데다 부산 을숙도 철새도래지의 물닭과 붉은부리갈매기에서도 AI 양성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금강하구는 AI 첫 발생지인 전북 고창에서 직선거리로 54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철새가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환경부도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 머물던 가창오리 7만여마리가 먹이 채집을 위해 충남 서천 금강호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오리와 철새에서만 발견되던 AI가 닭으로 옮겨간 것도 불길한 조짐이었다. 방역당국은 충남 부여군 홍산면 한 종계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됨에 따라 충남·충북·대전·세종·경기 등 5개시도에 27일(D+1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두번째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이는 철새들의 이동코스인 '서해안 벨트'가 모두 AI 위험지대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방역당국의 차단노력에도 불구하고 AI 확산은 '땅끝마을(전남 해남)'에서부터 서울 '턱밑'까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27일에는 충북 진천 종오리농가에서 AI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방역당국이 그동안 서해안 벨트에 집중하는 사이 내륙인 충북까지 AI가 번진 게 확인된 셈이다. 지금도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 평택(28일), 전남 영암(28일), 전북 부안(28일), 경기 화성(28일), 경남 밀양(29일) 등 전국 곳곳에서 AI 추가신고는 속출하고 있다.
현재 AI 감염으로 인한 예방적 살처분 현황을 보면, 전체 76개 농가 닭·오리 213만9000마리가 살처분 돼 땅에 묻혔다. 앞으로도 9개 농가에서 6만8000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정부차원의 AI 차단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차단여부는 개별 농가가 얼마나 철저한 소독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며 "민족 최대이동이 이루어지는 이번 설 연휴가 AI 차단을 가늠하는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H5N8형)의 전국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AI 의심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곳은 강원도와 경상북도 두 곳 뿐이다. 방역당국은 주요 도로 차단은 물론 헬기방제까지 동원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를 막기에는 속수무책이다.
방역당국 한 관계자는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와 AI 발생농가 주변을 대상으로 고강도 방역작업을 펼치고 있다"며 "설 명절을 맞아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AI 차단까지 여러 변수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답답해 했다.
지난 2011년 이후 32개월만에 다시 찾아온 AI 근절을 위해 방역당국이 벌이고 있는 '12일간의 사투'를 되짚어 본다.
방역당국은 즉시 AI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경계' 단계로 한 단계 격상하고 사태를 예의주시했다. 또 종오리 농장으로부터 잠복기(최대 21일)이내 오리 병아리 17만3000마리를 분양받은 전북,충남·북,경기 등 4개도 24개 농장에 대한 역학조사와 함께 긴급 방역을 실시했다.
하지만 농가의 불안은 빠르게 번지고 있었다. 같은 날 고창 종오리농가로부터 10여km 떨어진 부안 육용오리 농장에서 AI 의심축이 추가 신고된데다 18일(D+1일)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가창오리 100여마리가 집단 폐사체로 발견됨에 따라 AI 바이러스가 이미 전북 일대에 폭넓게 퍼졌을 거라는 우려가 커졌다.
17~19일 3일간 최초 발생 농장을 포함해 고창·부안 일대 6개 농장에서 닭·오리 9만여마리가 살처분 됐다.
심상치 않은 기미였다. 방역당국은 AI발생 하루만에 '초강수' 카드를 뽑아 들었다. 19일(D+2일) 새벽 0시부터 20일 자정까지 48시간 동안 전북·전남·광주광역시에 대해 사상 첫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발동했다. 축산관련 차량과 인원의 이동을 통제하고 고강도 방역을 실시하기 위해서 였다.
전국 오리 사육농가 70%가 이들 지역에 밀집해 있어 자칫 초기 방역에 실패할 경우 2011년 AI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조치였다. 2003년 이후 4차례 한반도를 휩쓴 AI는 짧게는 42일, 길게는 139일간 지속됐다. 특히 2010~2011년의 경우 약 5개월 동안 전국 6개 시도, 25개 시군에서 휩쓸면서 총 650여만 마리의 닭·오리가 살처분 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무렵 감염된 가창오리 떼가 한반도에 날아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첫 발생지에서 불과 5km 거리에 있는 동림저수지에서 집단 폐사한 가창오리떼 사인 검사에서 고창 종오리농가와 똑같은 H5N8형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다. 이같은 추정은 한참 뒤인 28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를 통해 확인됐다.
철새가 '용의자'로 떠오르면서 방역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철새들의 이동을 감안해 전국적으로 방역을 확대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1일(D+4일) 방역당국은 AI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기존 발생농가 중심 반경 500m에서 3km로 확대하고 나섰다.
23일(D+6일) AI의 전국 확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충남 서천군 금강하구에서 발견된 가창오리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인된데다 부산 을숙도 철새도래지의 물닭과 붉은부리갈매기에서도 AI 양성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금강하구는 AI 첫 발생지인 전북 고창에서 직선거리로 54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철새가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환경부도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 머물던 가창오리 7만여마리가 먹이 채집을 위해 충남 서천 금강호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오리와 철새에서만 발견되던 AI가 닭으로 옮겨간 것도 불길한 조짐이었다. 방역당국은 충남 부여군 홍산면 한 종계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됨에 따라 충남·충북·대전·세종·경기 등 5개시도에 27일(D+1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두번째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이는 철새들의 이동코스인 '서해안 벨트'가 모두 AI 위험지대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방역당국의 차단노력에도 불구하고 AI 확산은 '땅끝마을(전남 해남)'에서부터 서울 '턱밑'까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27일에는 충북 진천 종오리농가에서 AI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방역당국이 그동안 서해안 벨트에 집중하는 사이 내륙인 충북까지 AI가 번진 게 확인된 셈이다. 지금도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 평택(28일), 전남 영암(28일), 전북 부안(28일), 경기 화성(28일), 경남 밀양(29일) 등 전국 곳곳에서 AI 추가신고는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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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관계자는 "정부차원의 AI 차단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차단여부는 개별 농가가 얼마나 철저한 소독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며 "민족 최대이동이 이루어지는 이번 설 연휴가 AI 차단을 가늠하는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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