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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 미-중 ‘신형 대국관계’ 진전시킬 열쇠

2014.09.19 | 조회 5568

북핵 해결, 미-중 ‘신형 대국관계’ 진전시킬 열쇠


등록 : 2014.09.11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9일 방영된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새 책 <세계 질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 쏙] ‘세계 질서’ 책 펴낸 키신저의 세계 질서 진단


국가간 경쟁 ‘흔들리는 동아시아’

미-중간 세력균형 정책 필요

군사적 접근 의존땐 재앙 초래

중 부상에…일 선택도 관심거리


잇단 분쟁 국가존재 ‘위협받는 중동’

극단주의 세력 기승 국가 붕괴

중동상황 방치땐 세계질서 위협

국제사회 결연하게 대응해야


60여년간 미국 외교정책에 주요한 역할을 해온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9일 새로운 저서 <세계 질서>(World Order)를 내놨다. 중동과 동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갈등과 위기가 터져 나오는 세계적 격변기에 ‘외교계의 거물’ 키신저가 내놓은 책이어서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키신저는 현실주의와 이상주의라는 미국 외교계의 두 학파 중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1969~1975년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두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그는 재임 당시 중국과의 관계 개선, 옛소련과의 데탕트 등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현실적 외교정책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베트남전 당시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에서 막대한 피해를 낸 폭격을 주도하고, 2003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는 등 보수적 성향의 정책으로 비판도 받는다.


키신저는 이번 책에서 현재 세계질서가 1648년 유럽 국가들이 맺은 베스트팔렌 조약에 구현된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유럽의 종교분쟁과 정치적 혼란으로 발발한 30년 전쟁을 종결한 이 조약은 각 국가의 주권 인정과 내정 불간섭, 다른 종교 용인 등 다양성과 절제에 기반한 질서를 구축했다. 그러나 키신저는 현 질서와 관련해 “유럽은 이 체제를 만들었으나 (국경을 넘어) 국가간 통합의 길을 가고 있고, 중동은 극단주의 세력의 기승으로 국가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으며, 아시아에선 1세기 전 유럽을 휩쓸었던 것과 같은 국가간 세력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베스트팔렌 조약의 원칙이 도전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 미-중 군사력 경쟁 땐 재앙 닥쳐올 것 아시아와 관련해 키신저는 미-중 간의 세력 균형 정책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역사상 기존 강대국과 떠오르는 강대국이 대면했던 15번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이 가운데 전쟁으로 귀결된 것이 10차례나 된다면서, 미-중 양국 지도자들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지 않고 군사력 경쟁을 벌일 경우 “재앙이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의 많은 행동들이 중국의 부상을 좌절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 쪽에선 부상하는 중국이 미국의 우위와 안보를 훼손시킬 거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의심과 잠재적 대결의 분위기가 점진적으로 늘어 결국 재앙으로 비화된 1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의 역사에서 두 나라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형 대국관계라는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가겠다고 천명하긴 했지만 이에 걸맞은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적 세계질서 건설의 핵심은 중국이든 미국이든 어느 나라도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이 행사해온 것 같은 전세계 리더십을 혼자서는 채울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에서 균형을 위해 순전히 군사적 접근에만 의존하는 것은 1차 세계대전을 초래했던 것보다 더 긴장된 세력 관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에 접근하는 지점은 중국·한국·일본·미국 사이에 존재하며, 러시아와 베트남이 주변적 참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냉전 시기에는 양대 세력을 나누는 구분선이 군사력이었지만, 지금은 그 선이 군사력 배치로 그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키신저는 북한 핵 문제가 미-중 간의 신형 대국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인들이 보기에 한국전쟁은 중국이 치욕의 세기를 끝내고 세계 무대에서 일어선 것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중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전쟁에 연루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고이기도 하다”며 “그래서 중국이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이 북한의 핵프로그램 포기에 동의하는 것만큼 양국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공조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 대한 미·중의 우려와 목표를 융합시키는 게 가능하고, 미·중이 모든 당사국들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비핵화된 통일 한국을 위한 공조 전략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신형 대국관계의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부상이라는 새로운 안보환경에서 일본의 선택도 관심거리다. 키신저는 일본에는 미국과의 동맹 강조, 중국의 부상에 순응, 민족적 외교정책 강화 등 세가지 선택지가 있다면서, 이 가운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미국의 안보공약이 아니라 글로벌 세력 균형에 대한 일본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택의 결과는 일본 기성세력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으로 보는지, 그리고 전반적 세력 균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 제국·성전·외세·종파분쟁에 휩쓸린 중동 키신저는 중동은 지금 제국, 성전, 외세의 지배, 종파전쟁 등 모든 역사적 경험을 동시에 실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서유럽 국가들이 ‘분할 통치’를 위해 설계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그 계승자로서 관리해온 중동 국가들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고 진단했다. 즉, 종파 분쟁과 극단주의 세력들의 기승으로 국가가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리아와 이라크, 그 주변지역은 불길한 새 흐름을 상징한다. 국가가 부족·종파 단위로 해체되고 서로 간에 폭력적 충돌이 진행되고 있다”며 “중동은 지금 유럽의 베스트팔렌 조약 이전의 종교전쟁과 유사하거나 이보다 더 광범위한 충돌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키신저는 민주화 세력이 ‘아랍의 봄’을 계기로 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시도했으나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면서 이들은 군사정부와 지하드(이슬람 성전) 간의 갈등과 충돌에 압도됐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이 경험은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전통적 외교정책이 도덕적 차원을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인도주의적 외교정책의 문제를 보여준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이런 도덕적 차원에서 민주화 세력을 지지함으로써 지금의 무정부적 상황이 초래하는 것을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안보 이해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키신저는 지금의 중동 상황을 방치할 경우 미국과 세계질서의 안정에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과 주요 국가들이 새로운 지역질서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해 “아랍세계 중심에 이런 지하드 세력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가 결연하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키신저는 “나는 이라크의 정권을 교체하려는 결정을 지지했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 건설로 확대되는 것에는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자신이 이라크전을 지지했던 데 대한 변명으로 읽힌다.


키신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미국-러시아 간 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6일 미국 공영방송 <엔피아르>(NPR)와의 인터뷰에서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 기존 국경선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500년 동안 러시아에 속해 있었던 것을 근거로 러시아 유산의 일부로 여긴다”며 접근법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상적 해결책은 우크라이나를 (서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핀란드나 오스트리아처럼 만들어 두 세력의 전초기지가 아니라 두 세력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헨리 키신저가 말하는 ‘세계 질서’

아시아

■ 1세기 전 유럽과 같은 국가간 세력 경쟁 벌어짐

■ 미국과 중국간의 세력균형 필요

■ 군사력에 의존한 세력균형은 재앙 초래

■ 북한 핵문제 해결은 미-중간 신형 대국관계 건설의 시금석

중동

■ 극단주의 세력의 기승으로 국가의 존재 위협받아

■ 유럽 30년 전쟁과 유사

■ ‘아랍의 봄’ 실패

■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미국·국제사회의 강력 대응 필요

동유럽

■ 우크라이나를 핀란드·오스트리아처럼 서구와 러시아를 잇는 교량 국가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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