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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세일오일의 에너지전쟁은 끝나는가

2015.04.22 | 조회 6187


석유와 세일오일의 에너지전쟁은 끝나는가

세계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미국

오마이뉴스  15.04.14 


세계 질서에는 영원한 강자가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자원부국들은 고유가를 무기로 자원민족주의를 내걸면서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고 세계 정치·경제에 큰 입김을 불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자원 등장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크게 당황해 하고 있다. 


과연 자원부국들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이제 고유가 시기는 돌아오지 않을 것인가 ? 셰일자원은 계속해서, 더 많이 생산될 수 있을 것인가? 세계 에너지 구도는 셰일자원의 등장으로 기존의 시장 질서가 흔들리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의 셰일오일(미국에서는 주로 타이트오일로 부른다)과 셰일가스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이에 관련된 산업들이 보이고 있는 기술진보와 시장 변혁들을 조망하고 이것이 세계 에너지시장에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004년 들어서면서 세계 경제의 호황 국면이 지속되고,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이른바 브릭스(BRICs)국가 경제가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석유공급 부족상황은 심화되었다. 2004년초 배럴당 20달러대였던 유가는 계속 상승하여 2008년에는 100달러를 넘어섰다. 산유국들은 자원민족주의를 내걸고 석유를 무기화였으며 소비국인 미국과 유럽, 아시아 각국들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자원전쟁을 벌이면서 깊은 바다속이나 북극해까지 들어가 유전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세계 석유수요의 20%를 소비하는 미국에서 석유기업들은 유가가 상승하면서 비전통자원(non-conventional energy)에 대해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비전통자원이란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석유·가스이지만 부존된 상태가 전통적인 석유·가스와 달라 기존의 채굴방식으로는 생산할 수 없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비전통자원에는 셰일가스, 셰일오일, 오일샌드, 초중질유 등 부존 상태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들이 있다. 이러한 에너지들은 그 속성이 일반적인 석유나 가스와 같지만 기술적으로 채굴할 수 없거나 생산한다 해도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 그동안 에너지로 분류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가가 치솟자 미국의 석유기업들은 비전통자원중에서도 미국내에 풍부하게 부존된 셰일자원의 채굴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였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00년대 중반경 미국 석유기업들은 '수평시추·수압파쇄'기술(이하 프랙킹, fracking, 기술이라 함)을 상업화하는데 성공한다. 셰일자원은 진흙으로 되어 있는 셰일층에 갇혀 있는 석유와 가스자원이다. 


기존의 석유·가스가 수직으로 시추기를 넣어 압력에 의해 채굴하는 것과는 달리, 프랙킹 기술은 수평으로 시추한 후 모래와 첨가물로 혼합한 물을 초고압으로 분사하여 셰일층을 파쇄하고 이를 통해 흘러나오는 석유나 가스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서 셰일자원이 풍부한 미국 중북부의 배큰(Bakken), 동북부의 마셀려스(Marcellus), 텍사스 및 근방의 헤이네스빌(Haynesville), 페이엣빌(Fayetteville) 등을 중심으로 서부시대의 골드러시와 같이 셰일 자원을 채굴하려 몰려드는 셰일 러시가 일어났다.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장한 미국


초기에 미국의 석유기업들은 셰일오일보다는 셰일가스 생산에 집중했다. 당시 미국에서 가스가격은 고가였고, 가스소비가 크게 늘어나 국내 생산량을 초과하면서 대규모 가스수입이 불가피하게 되자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가스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등 가스 공급에 대한 불안이 높았다. 이런 시장을 노리고 셰일가스 광구투자가 확대되면서 2008년부터 셰일가스 생산이 크게 증가한다. 


그러나 생산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오히려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고 가스가격은 폭락하게 된다. 불과 3∼4년 전에 mmbtu당 6∼8달러였던 가스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2012년 5월에는 한때 2달러 이하까지 내려갔다. 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 이상 고공행진을 하고, 유럽이나 아시아 지역의 가스 가격도 9∼15달러 수준으로 형성되는데, 미국의 가스가격만 2∼3달러 수준으로 내려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셰일가스 기업 대부분은 생산비조차도 건지기 어렵게 되어 부도나는 기업들이 속출하였다.


이같이 가스가격이 내려가면서 미국의 기업들은 셰일가스 생산을 포기하고 셰일오일에 눈을 돌려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므로 셰일오일 즉, 석유를 생산하게 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셰일오일을 생산할 때 셰일가스도 수반되어(수반가스라 불리어 진다) 생산되는 경우가 많아 가스의 공급도 같이 늘어났다. 많은 기업들이 셰일가스 생산을 포기하였는데도 가스공급이 늘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 수반가스 때문이다. 


셰일가스 투자는 줄었지만 셰일오일 투자가 크게 확대되면서 미국의 셰일 자원 붐은 계속되었다. 미국은 한때 중동에 버금가는 산유국이었지만 유전들이 감소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어, 2005년만 해도 미국 소비량의 65%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수입국으로 세계 교역량의 25%를 수입하였다. 그러나 셰일오일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단시간에 미국의 석유생산량이 급증하게 된다. 


2005년 미국은 하루 7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했으나 2013년에는 10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작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 수준인 1100만 배럴 가까이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생산증가 추세가 계속되면 금년에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량을 추월하여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의 유가 정책 vs. 미국의 세일오일 정책


미국의 석유생산이 증가하는데 반해 세계 경제는 유럽의 금융불안과 함께 신규 에너지 수요의 진원지였던 중국을 포함한 BRICs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석유수요 증가률이 둔화되었다. 그럼에도 2014년 상반기까지 유가는 여전히 100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와 리비아, 이란 등에서 내전, 정쟁, 핵문제 등으로 석유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 들어 산유국들의 정치불안이 진정 국면에 들어가고 세계 경제성장률이 더욱 낮아지자 석유의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100달러 이상을 유지해온 유가는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11월 27일 중동 등 13개 대 산유국으로 결성된 OPEC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방어를 위한 석유감산 조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자 너도 나도 시장에 석유를 내놓으면서 유가는 급락하여 배럴당 40∼50달러대로 떨어졌다.


그러면 왜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 방어를 포기했는가? OPEC이 생산을 감소시켜도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크게 늘어나 수급조절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럴 바에는 가격 경쟁을 통해 미국 셰일오일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향후 유가상승에 더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본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UAE 등 OPEC의 중동 맹주국들은 원유 생산비가 배럴당 10∼15달러 이하인데 반해 셰일오일의 생산비는 이것의 수배가 되었기 때문에 이른바 치킨 게임을 통해 시장퇴출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제전문기관인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는 유가가 60달러 수준이 되면 미국 신규 셰일오일의 절반이상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유가가 40∼50달러로 낮아진 지 4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은 오히려 더 크게 증가하는 이변이 계속되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셰일오일의 시추 유정수는 감소했으나 미국의 생산업자들은 보다 효율이 높은 셰일오일 광구에서 더욱 진전된 기술로 생산비를 낮추면서 석유공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세계에너지 시장


통상적으로 석유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생산비가 높은 광구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다시 유가가 상승하는 순환구조를 보여 왔다. 유가가 상승하면 다시 생산량이 늘어나나, 광구를 개발하고 시장에 공급하는 데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비교적 오랜 기간 유가는 상승세를 탄다. 


그러나 셰일오일은 기존의 석유광구와는 달리 생산주기가 매우 짧아 유가 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즉, 시장에서 적정 유가가 형성되었다고 판단하면 셰일오일 생산자는 불과 수주일안에 유정을 시추하고 석유를 생산하여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이 같은 셰일오일의 속성이 유가변동성을 더욱 높이고, 시장에서는 과거의 경험적 판단에 의한 수급과 가격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초 블룸버그(Blumberg)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수한 석유전문기관들의 금년 말경 유가 예측치가 배럴당 40달러에서 최고 90달러까지로 그 편차가 너무 커서 사실상 현 시점에서는 유가 예측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였다. 


셰일오일의 미래 예측이 어려운 또 하나의 요소는 기술진보의 속도이다. 지속적인 기술발달로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비는 계속 낮아지고 있으나 생산비 하락 추세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기술제약으로 셰일오일이나 셰일가스의 생산량이 하강할 것이라는 주장과 기술이 계속 진보하여 셰일자원의 생산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한편, 환경문제가 셰일오일의 생산증가 추세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셰일자원을 생산하는 데는 대량의 물을 사용하여 주변 지역에 물 문제를 야기한다. 또, 셰일 자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수압파쇄 공법들이 지진을 일으킨다는 논리나 학설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프랑스나 영국 등 유럽 주요국에서는 환경적 불확실성으로 셰일자원의 생산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셰일자원의 채굴기술이 개발되면서 미국은 세계 에너지시장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등장했다. 그러나 셰일자원은 유전 구조나 채굴방법이 기존의 석유나 가스광구와 크게 달라 세계 에너지시장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기술적, 경제적 요소들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가고 있다. 또, 정부가 자원을 관리하고 규제하는 다른 자원생산국과는 달리 미국의 에너지자원은 철저하게 민간 중심의 상업적 시장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불확실에 대한 정책적 관리도 기대하지 못한다. 따라서 세계 에너지 시장은 미국 셰일석유의 공급변화를 주시하면서 상당 기간 불확실성의 시대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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