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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2 퍼거슨 사태’ 오나…이번엔 흑인 목졸라 숨지게 한 경관 불기소

2014.12.05 | 조회 4616


미국 ‘제2 퍼거슨 사태’ 오나…이번엔 흑인 목졸라 숨지게 한 경관 불기소


한겨레 2014.12.04



미국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이 3일 비무장 흑인 남성 에릭 가너를 ‘목조르기’로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한 뒤, 결정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뉴욕 거리 한복판에 드러누워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불법 담배상 의심받자 체포 거부

백인경찰이 목졸라 제압한 뒤 숨져

검시관 “흉부압박·엎어진 자세 사인”


뉴욕대배심, 행인 촬영 영상 봤지만

고의성 없었단 경찰 주장 믿은듯

분노한 시민들 도심서 항의 시위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미국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이 3일 비무장 흑인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를 ‘목조르기’로 숨지게 한 백인 경찰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미국이 다시 들끓고 있다. 지난달 24일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을 쏴 죽인 백인 경찰관을 불기소 결정한 데 이어, 9일 만에 또 백인 경찰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배심의 결정이 알려진 뒤 거리에 나선 뉴욕 시민들은 숨진 흑인 남성이 남긴 마지막 말을 따라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외치면서 항의시위를 했다. 민권단체들은 오는 13일 워싱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7월17일 에릭 가너(43)는 경찰관들한테서 거리에서 불법으로 담배를 팔고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가너는 동행을 요구하는 경찰관들을 향해 “난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팔지 않았다”며 “(범죄자 취급을 받는) 이런 상황이 지겹다”고 말했다. 가너는 350파운드(159㎏)의 거구여서 경찰관들보다 확연히 컸지만, 항의하는 모습이 위협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경찰이 체포를 시도하자 가너는 “내 몸에 손대지 말라”며 뿌리쳤고, 곧이어 사복을 입은 경찰관 대니얼 판탈레오(29)가 뒤쪽에서 달려들어 가너의 목을 조른 뒤 한쪽 팔을 꺾고 그를 쓰러뜨렸다. 옆에 있던 경찰관 셋이 합세해 바닥에 엎어진 가너의 머리와 몸, 팔을 눌렀다. 가너는 판탈레오가 목을 감싼 순간부터 고통을 호소했다. 길바닥에 엎어져 의식을 잃을 때까지 “숨을 쉴 수가 없다”고 10여차례 반복해 말했다. 경찰은 쓰러진 가너를 툭툭 쳐보고는 반응이 없자, 심폐소생술을 했다. 가너는 몇분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이런 장면들은 행인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뉴욕시 검시관은 “경찰의 신체적 제지 당시 흉부 압박과 엎어진 자세”가 가너의 사망 원인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가너의 목과 흉부에 가한 압력으로 그가 숨졌다는 것이다. 검시관은 가너가 천식환자였다는 점과 고혈압, 심장질환도 영향을 미친 요소로 꼽았다.


지난 9월 대니얼 도너번 리치먼드카운티 검사가 소집한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23명)은 행인들이 찍은 3개의 동영상을 검토했다. 도너번 검사는 대배심이 2개월에 걸쳐 “목격자 22명을 상대로 38번의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현장과 병원의 치료 기록 등을 살폈다”고 밝혔다.


대배심이 판탈레오 경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21일 판탈레오의 주장이 대배심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판탈레오의 변호사는 “판탈레오가 경찰 학교에서 배운대로 행동했고, 가너를 해칠 생각이 전혀 없었으며, 되는대로 빨리 가너의 몸 위에서 내려오려 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판탈레오는 가너가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숨을 쉴 수 있다는 증거라고 봤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동영상 속에서 판탈레오는 가너가 제압당해 움질일 수 없는 상황이 된 뒤에도 몸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목조르기’는 20여년 전 미국 경찰 행동규범에서 금지됐다.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 뒤 가너의 어머니는 “대체 그들은 어떤 동영상을 본 것이냐”고 한탄했다. 그는 “이렇게 우리를 배신하는 데 어떻게 사법체계를 신뢰하란 말이냐”고 덧붙였다. 유족은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시민들에게 평화적 시위를 주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누구든 법 아래에서 공평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문제”라며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게 내 임무”라고 말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가너의 죽음에 대해 “비극”이라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독립적이고 철저하고도 공정한 수사를 신속하게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분노한 시민들은 타임스스퀘어 등 뉴욕 도심을 누비며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치면서 대배심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한 남성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동영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수백명으로 시작된 이날 시위는 수천여명의 인파로 불어났지만 퍼거슨 사태 때와는 달리 평화롭게 진행됐다.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는 오는 13일 워싱턴에서 백인 경관에 의해 숨진 가너와 퍼거슨의 마이클 브라운, 클리브랜드의 타미르 라이스의 죽음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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