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개벽뉴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

2014.11.01 | 조회 4390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



최광식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     


2011년 3월 11일 일본 토호쿠지역에 진도규모 9의 지진과 이에 의한 쓰나미로 촉발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원자력산업회의 타쿠야핫토리 회장은 ‘과거의 우수한 원전 성능에 취해서 원자력산업은 일본규제기관의 요건만 만족시키면 곧 세계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사고와 관련하여 상상력을 뻗치는 것을 중지하였다’고 말하였다. 참으로 때늦은 고백이요 뼈아픈 후회가 아닐 수 없다.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지진 이후 높이 15m의 쓰나미가 닥치자 해수차단벽이 이를 막지 못했다. 그리고 낮은 위치의 비상발전기가 물에 잠기고 냉각수를 공급할 전력 상실 이후 원자로심이 용융되어 격납건물내 수소가 폭발하였다. 일본은 이 지역에 과거 서기 869년 조간(Jogan)지역의 규모 8.6의 지진이 있었다. 그리고 해안 아네요시마을에는 과거 선조들이 쓰나미가 올라온 높이 38m 지점에 돌비석을 세워 그 아래에는 거주하지 말라는 경고를 남겼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큰 쓰나미가 없자 사람들은 점차 해안가로 내려왔고 주변에 여러 기의 원전이 들어섰다. 원전 설계에 그런 규모의 지진과 높은 쓰나미를 고려해야 했었지만 사람들이 그 경고를 무시하고 안이한 선택을 한 결과 그런 큰 재난을 맞았던 것이다.


후쿠시마 이후 유럽의 원자력선진국 프랑스의 원자력규제기관은 ‘프랑스는 이제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해야 한다’는 매우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이는 원전의 설계, 운전을 위한 극한사고 시나리오를 현실적인 것을 뛰어넘어 상상하고 대비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대체 어떻게 상상한다는 것인가? 프랑스가 던진 이 화두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원전에서 ‘강화된 코어’ 라는 이름으로 원전에서 어떤 사건 발생 시에도 이것이 중대한 사고로 진전되지 않도록 하는 여러 설비들을 부가하도록 했다. 그 핵심은 결국 사고시에 원자로심을 식혀줄 충분한 물과 그것을 계속 공급해줄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지구상의 440여기의 원전과 여러 원자력시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사고로는 어떤 것이 있을지, 앞으로 있을 원전 중대사고는 과연 무엇에 의해서 일어날 것인지 상상력을 한번 발휘해보자. 먼저 역사적으로 발생했고 그래서 해당 지역 원전설계에 이미 반영된 지진과 쓰나미 규모를 초과하는 외부사건 발생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리고 기록적 폭우와 홍수에 의한 범람이다. 기상이변에 의한 폭설도 대상이 된다. 그리고 적이나 종교적 원리주의자에 의한 철저히 준비된 테러리스트 공격이 있다. 잘 계획된 원전운영자와 하청업체 등 내부자의 사보타지 등도 우려 대상이다.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세계의 수백개의 원전 운전원들 중에 이미 과격한 신념으로 세뇌된 사람들이 침투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운석이나 유성 등이 지구로 날아 들어와 원전근처 상공에서 폭발하거나 직접 충돌하는 것을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영화 ‘아마겟돈’적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전쟁상황을 상정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세월호사고는 ‘상상할 수 있는 것’도 상상하지 않은 결과였다. 최근 핫이슈인 서울시내 지하 북한 땅굴 존재 역시 상상할 수 있는 것의 영역이므로 이 또한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기록과 역사의 교훈을 지키지 않는 민족,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는 민족은 언젠가 일본처럼 대형재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바드대학교의 경제학자 케네스로고프교수는 국가의 경제위기를 언급하고 ‘위기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한 그 국가가 경제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은 적다’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이 위기의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을 경계했다. 가수 김민기는 ‘꽃밭 속에 꽃들이 한 송이도 없네 오늘이 그 날일까, 그 날이 언제일까 해가 지는 날, 별이 지는 날 지고 다시 오르지 않는 날이 ’라고 운명의 날(dooms day)을 상상하며 노래했다. 원전운영자나 규제기관은 과거 큰 사고의 기억을 잊지 말고 또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러한 ‘운명의 날’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여러 극한상황에 미리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최광식 연구원



http://bit.ly/1wQoz1f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지구촌 개벽뉴스

rss
지구촌 개벽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천연두가 역사에 던지는 의미 사진 진리가이드 121013 2010.01.07 16:05
공지 구제역과 천지병 첨부파일 알캥이 113262 2011.06.08 11:21
공지 새 문명 창조의 전환점, 전염병 사진 진리가이드 120927 2009.12.07 10:02
공지 전염병, 재앙인가 축복인가? 사진 진리가이드 122250 2009.12.07 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