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개벽뉴스

슈퍼박테리아

2010.09.10 | 조회 4169

1347년 몽골 기마병은 흑해 북쪽의 도시 제노바를 공격한다. 몽골군은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한 다양한 전술을 구사했다. 투석기를 이용해 썩은 시신을 성벽 안으로 던지는 것도 그 중의 하나였다. 유럽의 병사들은 별 생각없이 성 안에 떨어진 시신을 방치했다. 대재앙의 시작이었다. 시신 속의 페스트균은 쥐로, 다시 사람으로 옮겨갔다. 박테리아의 일종인 페스트균은 교역로를 따라 이탈리아 반도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흑사병으로 숨졌다.


유럽과 지중해를 제패했던 로마제국의 몰락 원인 가운데 하나는 천연두의 창궐이었다. 훈족을 피해 게르만 민족이 로마로 이동하면서 천연두 바이러스가 확산된 것이다. 1918-1919년 스페인 독감으로 전 세계에서 무려 5000만 명이 숨을 거뒀는데 당시 사망원인도 대부분 ‘2차 감염’인 세균성 폐렴이었다. 이렇듯 인류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원인 모를 전염병이 돌면 한 도시, 심지어 한 국가가 쑥대밭이 됐다.
고대 누비아인들이 천연항생제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인류 최초의 항생제는 1929년에야 등장했다.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은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켰다. 당시에는 나뭇가지에 찔려도 운이 없으면 팔이나 다리를 잘라야 했다. 목숨까지 잃었다. 페니실린 발견 전 수술환자의 생존율은 30%에 불과했다. 이후 생존율은 80% 이상으로 증가했다. 페니실린은 2차 세계대전에서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구했다. 불치병으로 치부됐던 폐렴, 디프테리아, 파상풍도 손쉽게 치료가 가능해졌다.

세균과의 전쟁에서 인류는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였다. 1960년 페니실린을 개량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 평가받는 ‘메티실린’이 등장하자 세균과의 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성급한 결론까지 나왔다. 진짜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수세에 몰린 박테리아가 반격에 나선 것이다. 1961년 메티실린으로도 죽지 않는 MRSA가 발견됐다.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반코마이신을 만들자 1996년에는 VRSA라는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했다.

최근 일본 도쿄의 한 대학병원에서 46명의 환자가 MRAB로 불리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27명이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일본의 한 병원은 사망 환자가 9명에 달했지만 1년 가까이 이 사실을 은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공식 사망자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 ‘집계’되지 않았을 뿐, 없다고는 장담 못한다. 인류와 세균의 전쟁을 우리만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역사에서 보듯 승리도 장담 못하는 싸움이다. 예방과 대책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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