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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인간의 자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생명체"

2019.05.06 | 조회 2296

"나무는 인간의 자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생명체"


조선일보 2019.05.06 03:00


올해 퓰리처상 수상작, 소설 '오버스토리' 작가 리처드 파워스


소설 '오버스토리'

소설 '오버스토리'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타크루즈 산에는 1000년도 더 된 삼나무들이 모여 산다. 인근에 살던 작가 리처드 파워스(61)는 평소처럼 산을 오르다 한 삼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집채만 한 몸통에 90~100m 높이의 나무를 올려다보던 순간 그는 깨닫는다. "그동안 나는 이렇게 경이로운 존재를 앞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맹인이었구나."


파워스는 아무도 나무를 보지 않는 시대에 대한 경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로키 산맥과 그레이트스모키 산맥 등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고, 나무에 관한 책만 120권 넘게 읽었다. 급기야 원시림이 아직 남아 있는 산기슭으로 집까지 옮겼다. 그렇게 완성된 나무에 관한 소설 '오버스토리'(은행나무·작은 사진)는 지난달 퓰리처상 픽션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난달 30일 이메일로 만난 파워스는 "옛날엔 나무를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으로만 바라봤지만, 오래도록 쳐다보면 살아 있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놀라운 기적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소설에는 주인공이 9명이나 된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격추를 당한 공군 더글러스는 반얀 나무 위로 떨어져 목숨을 건지고, 중국계 미국인 미미는 아버지로부터 나무가 세공된 반지를 물려받는 등 각자 인생의 극적 순간에 나무와 마주친다. 파워스는 "스쳐 지나갔던 나무에 눈을 뜨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려 했다"면서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함께 성장하는 '인간들의 숲'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은 얼마 남지 않은 원시림을 지키기 위해 벌목꾼들에 맞서 싸운다. 무분별한 벌목에 반대해 199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환경운동인 '목재 전쟁'이 소재. 파워스는 "당시에 이미 북미 대륙 원시림이 98% 가까이 없어진 상태였다"면서 "평소 정치나 환경에 관심 없던 평범한 사람들이 '이젠 참을 수 없다'며 나선 덕분에 남은 2%나마 지켰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새 환경 문제가 더 심각해졌어요. 조만간 또 한 번 목재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죠."


파워스는 자신과 닮은 나무로 ‘포포나무’를 꼽으며 “낮고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데다 잎도 기이하게 생겼지만, 결국은 버터 맛의 풍미 좋은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파워스는 자신과 닮은 나무로 ‘포포나무’를 꼽으며 “낮고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데다 잎도 기이하게 생겼지만, 결국은 버터 맛의 풍미 좋은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파워스는 자신과 닮은 나무로 ‘포포나무’를 꼽으며 “낮고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데다 잎도 기이하게 생겼지만, 결국은 버터 맛의 풍미 좋은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은행나무


파워스는 일리노이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가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대학 졸업 후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20대에 쓴 첫 소설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진로나 인생에 대한 선택을 미루고 싶을 때 소설을 썼다"면서 "소설을 쓰는 동안은 음악가든 사업가든 원하는 뭐든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간사만으로도 골치 아파 환경문제는 뒷전이다. 굳이 인간과 나무의 관계를 파고든 이유가 있을까. 파워스는 "인간이 인간들끼리의 문제에만 전념하기 시작한 것은 겨우 몇 백년 사이의 일"이라고 말한다. "신화나 전설 같은 인류 역사 속의 문학 작품들을 보면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도 전면에 등장했죠. 제 소설은 새롭지 않습니다. 옛날 방식으로, 전통적인 방법으로 돌아갔을 뿐이죠."


환경 파괴와 지구온난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지금,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는 "물리학에서도 한정된 자원에서 무한대의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면서 "이제는 지구의 한계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때"라고 했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린다면, 그리고 주변의 나무 한 그루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다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6/20190506000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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