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문화마당

Justice - 정의란 무엇인가

2011.02.07 | 조회 2673

도덕이 만들어가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하여
Justice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지음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김영현 / 증산도 본부


justice『JUSTICE』는 하버드대에서 무려 20년 동안 연속 최고의 명강의로 꼽히며 매해 1,000여석의 강의실을 학생들로 가득 메운다는 마이클 센델 교수의 수업 내용을 담아놓은 서적이다. 이 시대에 정의에 대한 통찰이 왜 필요한지, 정의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등을 논리와 철학적인 여행 속에서 꼼꼼하게 밝혀나가고 있다. 정의와 부정,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에 관한 다양한 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이 모두를 통관할 수 있는 정의에 대한 바른 원칙과 판단을 찾아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정의에 대한 다양한 사상가들의 견해와 사례 속에서 우리의 판단은 과연 무엇이 될지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의에 대한 원칙은 무엇인가
정의로운 사회라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소중한 것들이라 할 수 있는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올바르게 분배할 것이다. 이때 재화분배를 이해하는 세 가지 주요 방식이 바로 행복 극대화, 자유존중, 미덕의 추구이다. 재화를 어떻게 분배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왜 중요할까? 이 세 가지 이상은 정의를 고민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사회는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인류역사상의 정의에 대한 원칙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1. 정의란 공리나 행복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 (공리주의)
2. 정의란 자유의지에 근거한 선택 즉 선택의 자유
(자유지상주의 혹은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3.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


경제적인 풍요(행복 극대화) 속에서,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바로잡고 모든 이에게 성공할 기회를 주는 것(자유주의적 평등주의), 그리고 도덕적인 미덕이 존재하는 좋은 삶. 이렇듯 정의를 고민하는 것은 곧 최선의 삶을 고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의로운 사회라면 시민의 미덕을 법으로 장려해야 하는가? 아니면 미덕에 관한 서로 다른 개념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시민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해 스스로 최선의 삶을 선택하도록 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는 행복을 극대화하고 자유를 존중하며 미덕을 기르는 행위 간에 충돌이 생길 경우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묻고 있다.


시속 100km로 철로를 지나고 있던 기차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다. 철로의 앞에는 5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다. 그런데 마침 비상철로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1명의 인부가 일을 하고 있다. 당신이 고장 난 기차의 기관사라면 어떤 판단을 내리겠는가? 


이것이 첫 수업에서 센델 교수가 학생들에게 던지는 딜레마이다. 센델 교수는 이렇게 다양한 도덕적 딜레마가 존재하는 긴장된 상황을 통해 독자들이 옳은 행위에 대한 판단과 원칙을 같이 고민하게 하면서 우리가 막연히 생각해온 정의가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삶 속에서 훨씬 구체적인 원칙과 판단을 필요로 함을 알려주고 있다. 사람을 단순히 양으로 계산하여 1명을 죽이는 쪽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런 선택을 자신이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그런 선택의 자유가 보장이 된다고 생각할 것인가.



공리와 자유를 넘어서
센델 교수는 이러한 방식의 사고여행을 통해 위의 1번 공리주의와 2번 자유지상주의가 정의를 정의하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나간다. 무엇보다도 공리주의는 우선되어야 할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정의와 도덕, 쾌락 등의 가치에 질적인 차이는 없고 오직 양적인 계산만 있을 뿐이다. 또한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면 소수의 권리는 쉽게 무시되어 버린다. 


반면 자유주의 사상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한계는 바로 불평등과 개인주의이다. 타고날 때부터 빈민국에서 자라난 아이들처럼 애초에 출발선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개인의 권리와 자유만 옹호하여 자유롭게 경쟁하게 내버려 둔다면 그들은 낙오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과연 정의로운 사회인가? 나라의 위기사태 때 징집을 해야 하는가 고용을 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며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생각하다 보면 자유시장에서 우리의 선택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자유도 중요하지만 나의 자유가 타인에게 또는 전체에게 불행을 끼친다면, 또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과연 그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 


따라서 세상에는 자유시장에서는 존중되지 않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미덕과 고귀한 재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바로 공동체 삶 속에서 어울려 사는 도덕적인 미덕이다. 센델 교수가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칸트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상
지은이는 정의란 단순히 행복을 올바르게 사회에 분배하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가치가 있고,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판단의 기준은 도덕적인 원칙일 것이다. 공동체의 삶 속에서 지켜져야 할 도덕적인 원칙에 대해 다룬 사상가가 바로 칸트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칸트 철학의 핵심은 ‘중요한 것은 동기’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옳기 때문이라야지 이면에 다른 목적성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직 순수한 동기에 의한 행동이 중요하며, 그 동기는 보편화할 수 있는 원칙에 따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칸트 철학에 따르면 자살과 타살은 같은 이유로 죄가 된다.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똑같이 위배되기 때문이다.

한편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정의의 핵심은 목적론적 사고로 요약된다. 어떤 행위가 옳고 그른가는 문제가 되는 사회적 행위의 본질과 목표를 이해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이해하는 정치의 목적은 좋은 시민을 양성하고 자질을 배양하는 것으로, 좋은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행위는 옳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하는 좋은 시민의 모습은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걱정하고 특정 상황에서 자신뿐 아니라 같은 시민에게 인류 전체에게 무엇이 이로운지 심사숙고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인간의 최고선을 찾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렇다면 공동체 전체에 이로운 이른바 ‘공동선’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도덕적 인간을 향해
‘공동선’(共同善)이란 공동체 속에서 그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센델 교수는 이를 연대의무라고 표현한다. 개인의 자유와는 조금 동떨어지는 듯한 충직과 애국심, 그리고 가족과 사회에 대한 연대의무가 정의일까 아닐까? 이를 밝히기 위해 센델 교수는 알래스데어 메킨타이어의 사상을 소개한다. 


인간은 서사적인 존재, 이른바 역사를 공유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내 삶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포함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우리는 역사를 공유함으로써 서로에게 떠안아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센델 교수는 연대의무를 지니고 사는 사람들, 이를테면 나라에 충성을 다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근본적으로 존경하게 됨을 밝히며, 이것은 그들이 그들 자신의 삶을 더 큰 삶의 일부로 이해하고 여기서 요구되는 여러 부담을 기쁘게 인식하며 살기 때문이라는 자신의 견해를 내어 놓는다.


결국 정의는 공리나 자유 행복의 문제를 넘어서 본질적인 도덕문제이며, 그것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임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센델은 정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선과 미덕이라는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우리가 항상 끊임없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공동체 의식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고 얘기한다. 바로 정의로운 사회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공동선에 헌신하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사회다.


정의란 무엇일까? 과연 어떤 행동이 옳은 행동이고 옳은 판단일까? 이 책이 던지는 물음이 바로 그것이다. 책은 도덕적 철학적 사고 여행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끊임없이 거론하며 정의의 원칙을 고민하게 한다. 센델이 말하는 공동선이 실현되는 사회는 후천세상일 것이요, 공동체 속에서 혼자가 아닌 연대의무를 진 도덕적인 인간은 바로 상생지심을 실천하는 이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8개(6/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