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 한글의 시대

2010.10.23 | 조회 3163

얼마 전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지 564돌 되는 날이었다. 한글날만 되면 각종 행사와 이벤트가 벌어지고, 방송에서는 어김없이 특집을 만들어 방영하고 신문에서도 한글 관련 칼럼을 내보낸다.

그러나 한글날이 지나면 싹 잊어버린다.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국경일로 바뀐 지 내년이면 만 20년이 된다. 그 당시 단순한 경제 논리에 따라 공휴일에서 제외됐지만 해외에선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기념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고 매콜리 교수는 매년 10월 9일이면 수업을 쉬고 동료 교수와 학생을 초청해 불고기를 대접하며 한글날을 기념했다. 한글날은 당연히 쉬면서 세종대왕의 창제정신을 생각하며 이 위대한 문자가 주는 의미를 새겨보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국민 10명 중 7명이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했으면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516명을 대상으로 ‘공휴일로 지정했으면 하는 날’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71.5%로 가장 높았다.

민심은 천심이다. 슬기로운 우리 국민들은 하루를 더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글날을 진정으로 기념하기 위해서 공휴일 지정에 찬성했다고 믿는다.

1990년대 중반 영국 옥스퍼드대가 세계 30여 개 주요 문자의 합리성·과학성·독창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 결과 한글이 1위를 차지했다. 영국 리스대 샘슨 교수는 기본글자에 획을 더해 음성학적으로 같은 계열의 글자를 파생해 내는 한글이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한 문자라며 ‘자질문자(資質文字·Feature system)’라는 새 분류를 붙였다.

세계의 언어학자와 문화인류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꿈의 알파벳'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한민족이 인류문화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라면 필자는 서슴없이 한글이라고 대답한다. 한글은 한반도에만 통용되거나 한민족만이 쓰는 문자가 아니라 점차 전 세계의 국민과 민족들이 사용하여 혜택을 볼 수 있는 ‘홍익문자’로 변천하고 있다.

한글은 8800여 자의 풍부한 소리글자를 갖추고 있어서 인간이 내는 다양한 소리를 가장 많이 표현할 수 있는 글자이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3천여 무문자 민족과 중국처럼 난문자로 문맹률이 높은 나라에 소리글을 만드는 데 가장 유리한 문자가 바로 한글임이 입증되고 있다.

작년 뉴욕타임스는 ‘한글이 한국의 최신 수출품’이라고 대서특필한 바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글이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 분야를 들라면 첫째 정보기술 분야, 둘째 디자인 분야이다. ‘세종 IT 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지식정보화가 진척될수록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문자 입력속도가 여타 문자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이는 효율과 생산성 그리고 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한글


최근 구글이 스마트폰에 대고 말을 하면 그 내용을 문자로 바꿔 전자우편이나 문자메시지용으로 입력해주는 ‘음성인식 문자 입력’ 서비스를 영어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어로 출시했다. 한글의 과학적 구조가 모바일 환경을 맞아 점차 빛을 발하고 있다.

앞으로 인류의 손과 발이 되어줄 로봇이 가장 알아먹기 쉬운 문자도 한글이다. ‘일음일자 일자일음’ 원칙이 적용되는 문자이면서 인간이 발성하는 음성을 가장 적은 에러와 컴퓨팅파워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미려하고 아름다운 한글은 디자인 상품으로도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세계적 디자이너들은 전망하고 있다. '세종 디자인 대왕'은 현대적이고 기하학적인 조형미를 갖춘 한글을 창제하면서 수백 년 후에 꽃피우고 열매 맺을 것을 예견했을 것이다.

정보기술과 디자인 이 두 분야만 하더라도 한글은 거대한 국익과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동시에 세계인들에게 골고루 혜택과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매일 숨 쉬는 공기처럼 흔한 한글이지만, 이 한글이 전 세계인에게 소중한 문자로 변해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새겨보는 한글날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려면 한글날이 반드시 공휴일이 되어야 한다. 마침 지난 1일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내년에는 쉬는 한글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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