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상태 일깨운 북한의 공격

2010.11.29 | 조회 2656

경제적 성취에 가린 안보 불감증
평화 지켜낼 대북전략 마련하길

이것은 전쟁이다.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공격은 한반도가 전쟁의 포성이 잠시 멈춰 있는 정전상태라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북한이 무슨 의도로 자행했든,이번 공격이 한국의 국내정치와 동북아의 국제질서에 어떤 파장과 의미를 던져주든 이 사건이 전쟁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바뀌진 않는다.

1953년 정전협정 이래 수많은 도발이 자행됐지만,이번과 같은 도발은 없었다. 1968년 1월21일 청와대 기습사건,1983년 아웅산 폭파사건,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그리고 가장 최근의 천안함 폭침 사건 등이 기억될 만한 사건들이지만,북한 스스로 인정한 적도 없었고 방법도 테러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그만큼 대남도발이 북한에도 떳떳하지 못한 것임을 의식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영토에,그것도 군부대뿐만 아니라 민간인 거주 지역을 겨냥해 북한의 정규군이 백주대낮에 노골적으로 포탄을 쏟아부음으로써 북한 정권이 무력도발에 부담을 갖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전체제 아래서 벌어진 최초의 명실상부한 전쟁행위인 셈이다.

북한의 공격에 대해 우리 군이 즉각 대응포격을 가한 것은 상대방의 전쟁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이었다. 얼마나 효과적인 포격을 가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이 전쟁 상태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보다 더 강력한 화력과 정확도를 갖고 대응했어야 한다. 천안함 이후 이 지역의 긴장이 고조돼 있던 상황에서 군의 대응에 문제가 있음도 분명하다. 사전 징후 예측과 대응 모두 전쟁에 임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놓고 왈가왈부할 겨를이 없다. 전쟁 상태에서 적전 분열은 패배의 지름길이다.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정부가 추진하는 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 그야말로 총력전 방식으로 대북 군사력 억지에 전념해야 한다. 북한의 전쟁 의지를 꺾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단순히 경제선진국,주요 20개국(G20) 멤버,스포츠 강국,한류의 본산만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안보에 있어서도 강국임을 보여줘야 할 때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 봉착해서 안보에 전념하는 모습은 어딘지 불안하다. 닥쳐서야 비로소 움직이는 모양새도 그렇지만,지금까지 전쟁상태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는 것 자체도 불안하다. 우리 사회가 전쟁상태라는 비정상적인 조건에서도 세계사에서 유례없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만,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여 있는 바로 그 원초적인 비정상적 조건에 대한 의식이 사라졌음을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우리의 안보 불감증을 일깨워 주었다. 북한 문제라는 숙명적 과제를 상기시켜 주었다.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적으로 안보를 추스르려는 노력이다. 과거에는 국방의 측면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여기에 더해서 안보상황을 점검하고 대비하는 총체적인 안보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천안함 이후 정부가 기울인 노력은 매우 미흡하다. 특히 안보전략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없다는 것은 이상하다 못해 이해할 수가 없다.

다른 하나는 북한 문제가 갖는 복합성을 고려하는 대북 · 외교정책이 시급하다. 분단 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북한 내부에 모험주의적인 경향이 득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칙만 지킨다고 평화가 담보되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정책 구상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담당자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류길재 < 북한대학원대 교수·국제정치 /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방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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